너희들이 그 쌍둥이구나!

admin

발행일 2010.09.08. 00:00

수정일 2010.09.08. 00:00

조회 2,145

“할머니! 할아버지! 저희가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정성껏 만들었어요. 맛있게 드세요.”
“할머니, 이 아이들 모르시겠어요? 이 동네 살던 쌍둥이들이예요.”
“아이고, 그렇게 많이 아팠던 녀석들이, 이렇게 반찬까지 만들어 할미들 주러 왔어?"

반찬을 받으시는 어르신들이 아이들보고 대견하다며 어루만져 주셨다. 오늘은 월례행사로 행복나눔 요리교실팀이 활동하는 날이다.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반찬을 만들고 배달하는 봉사단이다. 가지전병(가지로 고기와 채소 볶는 것을 싸서 겨자초장에 찍어 먹는 것)과 오징어와 채소를 함께 초장에 버무린 오징어 초무침이 오늘 따라 더욱 예뻐 보인다. 여러 반찬 봉사팀이 있지만 학생들 스스로가 반찬을 만들어 봉사하는 곳은 아마도 여기뿐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욱이 고등학생도 아닌 중학생이다.

2010년 5월부터 상반기에는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하반기인 9월부터는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반찬을 만들고 있다. 반찬을 만드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현재 2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자원봉사 강사를 초빙하고 학교 학부형 중 요리팀으로 함께 봉사할 분을 모아 구성한 것이 행복나눔 요리교실 봉사팀이다.

요리하는 동안 어머님들은 학생들의 안전한 요리수업을 위해 곁에 있어주는 역할이다. 학생들과 요리하면서 함께 하는 일종의 엄마가 되어주는 봉사다. 하지만 요리는 어디까지나 어머님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잘 못하는 부분의 도움만 받는 식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여기에 쌍둥이 친구가 있다. 지난 봄, 학교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들이다. “쌍둥이 친구가 루프스라는 희귀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우리 학생들, 학부형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을 통해 전달된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다녔는데, 한 아이가 루프스로 판명되고 연이어 나머지 아이도 같은 병으로 중환자실 신세가 된 것이었다. 엄마들은 내 아이가 아픈 것처럼 아파 하며 십시일반 모금을 하였고 선생님들도 함께 하며 아픔을 나눴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금방 머릿속에서 잊혀져 버렸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건강해져 요리교실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1학기 때는 염려되고 걱정스러워 만들기 봉사에만 참여하였는데, 9월 첫째 주 봉사를 마치고 배달준비를 하는데 이 쌍둥이가 배달을 나가기를 원해서 데리고 갔다. 속으로는 혹시 하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배달하는 곳에서 뜻밖에도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은 것이다.

쌍둥이 남매는 학교와 친구들을 포함한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갚아 나가고 있었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들은 이런저런 도움을 서로 주고받는 세상이지만, 내가 받은 도움을 제대로 갚고는 있는지……. 사경을 헤메다 일어난 우리 쌍둥이 친구들은 예전 같지 않게 뚱뚱해 보였는데 이것이 모두 약 부작용이라고 한다. 평생을 약을 먹고 살아야 할 이들이지만 고마운 분들 덕분에 이렇게 학교도 공부도 친구관계도 다시 가지게 되었으니 이제는 갚는 생활을 습관화하며 열심히 그리고 밝게 생활하고 있다. 자, 이번 주말에는 건강한 우리도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나눔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민기자/정지혜
edcgy@naver.com

#봉사 #요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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