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서울대중교통

admin

발행일 2006.11.17. 00:00

수정일 2006.11.17. 00:00

조회 1,300



시민기자 이승철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내가 아침에 외출을 하면서 저녁에 교회에 갈 때 쇼핑백에 담아놓은 짐을 좀 가져다 줄 것을 부탁했다. 다음 날 불우이웃돕기 바자회에 내 놓을 옷가지 들이었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만 깜박 잊고 있다가 시간을 보니 약속시간을 맞추기가 촉박할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외출을 서둘렀다. 그런데 바쁘게 서두른 것이 문제였다.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여서 항상 걸어 다녔는데, 이날은 바쁜 마음에 아파트 앞을 통과해 지하철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려고 신용카드로 환승체크를 하고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순간 깜박 잊고 있었던 아내와의 약속이 생각이 난 것이다. 할 수 없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는 체크를 하고 나와,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마음은 바쁜데 왔다갔다 시간은 늦어지고, 공연히 추가되는 교통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문제의 쇼핑백을 찾아들고 다시 마을버스를 탔다. 그런데 “환승입니다”하는 안내 음성만 나올 뿐, 추가요금표시는 나오지 않는다.

벌써 마을버스를 세 번째 타고, 지하철도 승차하지는 않았지만 체크하고 들어갔다가 나왔으니 기본요금에서 몇 백 원은 추가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마을버스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 구내로 들어갈 때도 역시 “환승입니다”라는 안내 음성만 나올 뿐 요금의 추가 표시는 없는 것이었다.

4호선 미아삼거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교회가 가까운 5호선 마장역에서 내렸다. 출구를 나가며 역시 신용카드로 체크를 할 때, 비로소 100원의 추가 요금 표시가 나타났다. 마을버스를 세 번 타고, 지하철을 두 번이나 탄 셈인데 요금은 총 900원이었다.

그런데 이 요금은 평소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한 번 환승했을 때와 같은 액수였다. 황당한 계산이었다. 마을버스와 지하철운임을 따로따로 계산하여 합산하면 마을버스 3회에 1천500원, 지하철 2회에 천600원, 총 3천100원이다. 통합 환승운영체계를 감안하더라도 1천500원은 될 줄 알았는데 900원이라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교회로 올라가 마침 다음날의 바자회에 내놓을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던 아내와 다른 사람들에게 수수께끼 문제로 내놓아 보았다. 내가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다섯 번씩이나 계속해서 탄 사연을 말하고 운임의 총액이 얼마나 될까 계산해 보라고 한 것이다.

의견들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1천600원, 또 다른 사람은 1천200원, 다른 사람은 2천100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계산을 해보더니 900원이라고 정확히 맞추는 것이 아닌가.

나는 평소 대체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었지만 한 번 이상 갈아탄 적이 없었다. 계속해서 다섯 번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구나 교통요금에 대한 자세한 계산 같은 것은 해 본적도 없었다. 그래서 이날은 생각보다 너무 적은 액수에 황당한 마음까지 들었는데 아내는 어떻게 정확하게 알아맞힐 수 있는지 놀라운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환승요금이라는 것이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기본거리에 기본운임이 적용되고, 추가되는 거리에 추가요금이 적용되는 것으로 아는데, 마을버스를 세 번이나 탔지만 거리가 짧고, 또 지하철은 실제로는 한 번 밖에 안탔으니까, 900원쯤 될 것 같은데...”

아내는 대중교통요금에 대하여 상당히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다섯 번이나 탄 대중교통요금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으로 봐서 말이다. 놀라운 체험이기도 했지만 적은 액수에 황당해했던 나야말로 요금체계를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들이다. 그리고 서민들에게는 교통요금도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 된다. 그런데 이번 경험을 통하여 서울의 통합 환승시스템이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참 좋은 제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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