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 알았을까?
admin
발행일 2010.04.09. 00:00
노인인구가 늘어가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자 치매환자는 한 가정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일어났고, 서울시에서는 환자를 보호하여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2008년부터 '치매걱정 없는 서울'이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치매어르신 보호시설을 2010년까지 기존의 116개에 추가해 총 250개까지 늘리고 그 중 200개는 이른바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로 인증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 인증은 '3-ten'이라는 기본개념(거주지에서 이동시간 10분, 운영시간 밤 10시까지, 자치구별 10개소) 하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증된 시설은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면서 타시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는 이용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주말ㆍ공휴일 및 새벽시간 조기운영 (early bird program) 등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주말ㆍ휴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시설은 현재 6개소, 새벽 6시부터 운영하는 시설은 4개소가 있다. 이용비용은 장기요양보험가입자의 경우 공단이 85%, 본인이 15% 부담한다. 귀가 전에 양치, 세수, 세족까지 시켜주는 성심의 집 데이케어센터 동작구 상도2동에 위치한 구립 성심의 집은 1998년에 치매노인보호소로 시작해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로 인증받았으며 현재 정원 24명이 다 차 있다(남자 4, 여자 20).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한 달에 한 번 둘째 토요일에도 서비스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은 인지능력에 따라 10~12명 단위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종이접기, 음악ㆍ미술치료, 다도교실, 웃음치료, 서예, 민요공연, 작업치료, 레크레이션 등이 시행되고 있는데, 4살 이하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영미 수녀원장님이 알려주신다. 치매어르신들은 어렸을 때 학교 다니던 때를 기억하여 어린 학생과 같이 행동한단다. 표정도 어린아이들과 같이 순진무구하다. 벽에는 어르신들의 이름 밑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데 잘 했을 때 붙이고 문제 일으키면 떼기도 한단다. 마침 환자들은 윷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빙 둘러 앉아 차례대로 윷을 던지고는 "개! 도!"를 외치면서 아주 즐거워했다. 모두 깨끗하고 단정하여 '노인 치매환자'라고 하면 떠오르던 선입견을 가지고 왔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매일 저녁 양치, 세수, 세족까지 마치고 귀가시킨다는 말을 들으니 그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복도와 방의 벽에는 환자들의 미술ㆍ서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며 쓴 짧은 문구들이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작품을 보고 가족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랴! 목욕, 이ㆍ미용, 식사준비, 청소, 프로그램보조 등은 직원, 자원봉사자, 학생들의 의무봉사 등으로 진행된다. 데이케어센터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 농아학교 학생들이 와서 빗자루 등을 들고 열심히 청소를 했고, 실습생들도 조용히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지역문화체험, 2박 3일의 여름캠프, 온천기행, 수목원이나 가까운 현충원으로 나들이갈 때는 직원, 봉사자 등이 총동원돼 1:1로 보호하면서 간다고 한다. 이런 노력의 덕일까. 성심의 집에서는 작년에 실시한 이용자들의 설문조사결과 신체기능ㆍ인지도 등이 저하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 또는 향상되어 있었다고 했다 김애자(65세, 상도동 거주) 씨는 2년 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여 온 아버지를 모시고 왔는데 자리가 없어 현재는 저녁시간만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런 데가 있다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며 아주 만족해한다. 이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 그 동안 여기저기 헤매면서 돈과 시간을 허비했다면서 '홍보 부족'을 지적했다. 주말ㆍ휴일 서비스도 제공하는 서초성심데이케어센터 주말ㆍ휴일 서비스를 시범운영하는 서초성심데이케어센터는 수녀님 3분을 포함하여 30명의 직원들이 26분의 치매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는 85세지만, 66세도 있고 50대 때부터 오신 분도 계시다. 여기도 역시 할머님이 월등히 많다. 시회복지사 박경희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치매환자가 400,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자녀들을 다 출가시킨 후에 오는 '빈 둥지 증후군'이나 다른 이유로 찾아온 우울증 후에 치매가 되기도 하지만 드물게는 40대에 오는 경우도 있었다. 어르신들이 그룹별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었는데, 한 교실에서는 자원봉사자로부터 수지침, 부황 서비스를 받고 있었으며, 다른 교실에서는 지도 선생님을 따라 노래를 하고 있었다. [오빠생각]을 부르면서 무용을 하는 모습이 영낙없이 유치원생이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탁자에 둘러앉아 종이접기가 한창이다. 색종이로 학을 접었는데 치매환자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본 센터에서는 매년 어르신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한다. 손수 만드신 작품들을 전시하고 가족들과 지역민들, 봉사자들과 감상한다고 했다. 원예치료, 미술치료, 종이접기 등 프로그램 시간에는 자신 없다고 하시지만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을 만드시는 어르신들의 솜씨에 모두 놀란단다. 신체적인 기능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지긴 했어도 희로애락의 감정은 그대로다. 할머니 환자에게 짓궂게 장난치는 할아버지 환자도 계시고, 할아버지 환자만 보면 표정이 달라지는 할머니도 계신다. 하긴 영화에서 보니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날씨가 화창하여 바깥으로 나들이갈 때는 그야말로 '대이동'이다. 어르신들의 외모 다듬기, 기저귀랑 여분의 옷 챙기기, 휠체어 꺼내기 등 센터식구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덕분에 어르신들의 기분은 하늘을 찌른다. 소풍 가는 초등생들의 기분이 이보다 더 좋을까? 몇 년 전에 보았던 캐나다 영화 [Away from her]와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에 나온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의 치매환자 보호센터를 이제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시설, 청결ㆍ위생관리, 건강체크 시스템, 교육프로그램, 직원들의 자세와 마음 씀씀이, 자원봉사제도 등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와 있다고 느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치매어르신들이 배회하거나 옥외에서 머물면서 햇빛을 쪼일 마당이나 정원 등 트인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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