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아닌 부인공이어도 괜찮아"...마로니에공원 전시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12.10. 10:13

수정일 2020.12.10. 10:43

조회 1,885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멈추고 많은 축제 등이 취소되었지만 성탄과 연말을 준비하며 마련된 행사들이 있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시민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을 주고자 6.5m 높이의 대형 트리가 세워지고 가로 7m, 세로 3m 규모의 라이트 박스가 설치됐다. 종로구에서 운영하는 '2020 대학로 굿스트릿 마로니에’로, 내년 1월 5일까지 이어진다.

'2020 대학로 굿스트릿 마로니에'가 내년 1월5일까지 운영된다.

'2020 대학로 굿스트릿 마로니에'가 내년 1월 5일까지 운영된다. ⓒ이선미

대학로에 직접 방문해보니 꽃밭에도 은은하게 조명을 밝혀서 꽃길이 아니라 빛의 길로 들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작은 루돌프도 길을 안내하는 듯 트리를 향해 빛을 발하고 서있다. 트리에 불이 켜지자 시민들은 저마다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학로지만 마로니에공원으로 한걸음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상처럼 호젓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민들이 각자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로니에공원에서 시민들이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선미 

마로니에공원에 들어서면 분주함을 벗어나 호젓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마로니에공원에 들어서면 분주함을 벗어나 호젓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이선미

라이트 박스에 불이 들어오자 위로의 문구들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려운 일들은 툭툭 털고 경쾌하게 다시 힘을 내보자는 말들 앞에서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 '그대, 참 애썼다', '함께 이겨내요'와 같은 위로와 격려의 말들로 가득했다.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 불을 밝히는 라이트 박스 앞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 불을 밝히는 라이트 박스 앞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선미

연인들은 ‘사랑스러운 나’, ‘난 귀여워’ 등 마음에 와 닿는 글자를 가리키며 사진을 찍는다. 모두들 긍정의 말들을 마음에 새겨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도 떨쳐버리기를 바랐다. 눈사람과 선물상자 모형 등을 활용한 아기자기한 '포토존'도 마련해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라이트 박스 안에 담긴 사랑스러운 말들

라이트 박스 안에 담긴 사랑스러운 말들 ⓒ이선미

한편 대형 트리 옆으로는 12월 13일까지 이어지는 ‘부(副)족한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부인공들의 이야기만으로 족한 전시회’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사진전은 종로의 옛 골목과 풍경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반짝반짝 주목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부인공’들에게 시선을 보낸다.

시민들이 ‘부(副)족한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시민들이 ‘부(副)족한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이선미

“우리는 주(主)인공만 기억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 주인공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부(副)인공이 있는 법…우리는 그들을 주목하고 싶었다. 높고 화려한 건물에, 목적지를 콕 찍어둔 스마트폰에 가려져 그동안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거리 위의 작고 소중한 존재들 말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오직 부인공들로, 그것도 종로 거리에서 만난 부인공들로만 채워진다. 그래도 모자람 없이 족하지 아니한가.”라는 설명을 읽어보니 전시의 의미가 가슴에 와닿았다.

부인공들을 생각해보는 소소한 전시 ‘부(副)족한 전시회’

부인공들을 생각해보는 소소한 전시 ‘부(副)족한 전시회’ ⓒ이선미

‘부인공’이라니 신선한 작명이었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에 늘 주인공인 사람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 비록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도 내 시점에서는 항상 내가 주인공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소박한 사진들이 조근조근 미소짓게 했다.

부인공들과 함께하는 작은 사진전

부인공들과 함께하는 작은 사진전 ⓒ이선미

전시장에서는 부인공을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되는 작고 소중한 존재’라고 규정했다. 내 하루의 부인공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12월의 한복판에 접어드는 지금,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온 세상의 모든 부인공들을 격려하는 전시다. 우리는 각자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부인공으로 살고 있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낙담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부정할 수 없는 주인공들 아닌가.

‘내 하루의 부인공’은 누구인가 생각하게 한다.

‘내 하루의 부인공’은 누구인가 생각하게 한다. ⓒ이선미

‘부(副)족한 전시회’에서는 ‘올 한해 수고한 당신께 부인공들이 준비한 선물’도 준비해 놓았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안에 현장에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업로드하면 2021년도 엽서를 선물로 받고, 추첨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부(副)족한 전시회’현장 이벤트도 마련했다.

‘부(副)족한 전시회’ 현장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이선미

무언가 빼곡하게 들어찬 곳이 아니라 여백이 느껴지는 마로니에공원이어서인지 크리스마스 트리가 마치 광활한 공간에 불을 밝히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날은 점점 추워졌지만 다독다독 라이트 박스의 말들과 트리의 불빛이 아늑했다. 둘이면 더 따뜻하고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대학로 굿스트릿’이었다.

여백이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꽤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백이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꽤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선미

2020 대학로 굿스트릿 마로니에
 ○ 기간 : 2020. 11. 24.(화)~2021. 1. 5.(화) (6주간)
 ○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서울 종로구 대학로8길 1)
 ○ 교통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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