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숲길…북한산 '방학동길' 탐방기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12.03. 13:04

수정일 2020.12.03. 17:11

조회 1,870

방학동길을 걷는 또 다른 즐거움, 왕실 묘역 만나기

방학동길을 걷는 또 다른 즐거움, 왕실 묘역 만나기 ©염승화

부담 없이 걷기 좋은 청정지역 북한산 둘레길을 찾았다. 전체 71.5km, 21개 구간 가운데 필자가 다녀온 코스는 도봉구에 있는 제 19구간 ‘방학동길’이다. 정의공주묘~무수골 사이 길로 3km 가량 이어진다.

출발지점은 방학동에 있는 정의공주묘 앞으로 삼았다. 둘레길 입구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왕실 묘역이다. 문이 잠겨 있어 담장 너머로 걸음을 옮겨가며 바라보았다. 공주는 성군 세종대왕의 둘째 딸로 그녀의 남편이자 부마인 양효공 안맹담 묘와 함께 나란히 쌍분으로 모셔져 있다. 왼쪽 봉분이 부마, 오른쪽이 공주의 봉분이다. 공주는 훈민정음을 만드는데 일조했고, 보물(제966호) 불경인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을 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묘역은 서울시유형문화재(제50호)로 등록되어 있다.

둘레길에서 마주한 올 가을의 마지막 단풍이다

둘레길에서 마주한 올 가을의 마지막 단풍이다. ©염승화

숲속으로 나 있는 둘레길로 본격 들어섰다. 야트막한 비탈을 올라서자 초입부터 호젓한 길이 펼쳐진다. 고개를 들거나 숙여도 주위는 온통 갈색(빛) 일색으로 변해있었다. 숲은 이미 겨울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야생 멧돼지가 나타나는 주요 길목이라 철문이 설치되어 있다.

야생 멧돼지가 나타나는 주요 길목이라 철문이 설치되어 있다. ©염승화

조금 더 지났을까, 철문이 닫힌 펜스를 마주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동시에 ‘문 닫아 주세요’라고 문 위에 부착되어 있는 붉은 글씨에 시선이 가 꽂혔다. 이 지역에 종종 출몰하는 멧돼지가 민가로 내려가는 것을 막으려고 출입문을 설치해 놓은 것이다. 살짝 경각심이 드는 것은 물론 숲에 들어와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멧돼지를 맞닥뜨릴 경우에는 ‘소리 지르거나 등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등 안내표지판에 새겨진 여러 문구를 되뇌며 발길을 옮겼다.

독특한 이름을 지닌 바가지약수터 주변, 운치도 좋다.

독특한 이름을 지닌 바가지약수터 주변, 운치도 좋다. ©염승화

아직 끝단풍이 일부 남아 장관을 이루고 있던 언덕배기와 낙엽이 무수히 깔린 1km 남짓 걸었을 무렵, 바가지약수터로 불리는 곳에 도달했다. 주변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뒤 약수로 목을 축일까 싶어 그 앞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아쉽게도 끓여먹으라는 권고문이 걸려있는 게 아닌가. 다음에 지날 때는 꼭 ‘음용 적합’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하며 자리를 떴다.

가끔 만나는 이름없는 묫자리가 눈길을 끌었다.

가끔 만나는 이름없는 묫자리가 눈길을 끌었다. ©염승화

약수터를 갓 지난 곳에서는 묫자리 터로 보이는 흔적을 마주해 인상 깊었다. 무덤은 온데 간데 보이지 않았으나 넓적한 돌은 필시 제물을 차려놓는 상석으로 짐작되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지던 둘레길은 시작점에서 2km쯤 지나 산 능선에 오르고 나서야 평평해졌다. 방학능선으로 불리는 이 지점에서는 나무줄기 틈으로 힐끔힐끔 산줄기들을 바라보며 지났다.

전망대와 도봉산 주봉우리들이 보이는 풍광

전망대와 도봉산 주봉우리들이 보이는 풍광 ©염승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염승화

잠시 후 방학동길에서 가장 높은 고개마루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주변 일대를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가능한 ‘쌍둥이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성큼성큼 달팽이 모양 철 계단을 타고 위로 올랐다. 탁 트인 시야 앞으로 우뚝 솟아 있는 북한산과 도봉산 주봉우리들의 위용이 더욱 웅장하게 여겨졌다. 방학동, 창동, 쌍문동 일대의 아파트촌을 비롯한 드넓은 시가지도 한 눈에 들어와 찼다. 스트레스가 일거에 해소되는 것처럼 후련함을 안겨준 명품전망대다.

방학동길을 찾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명품 전망대

방학동길을 찾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명품 전망대 ©염승화 

전망대를 벗어난 뒤 도착지인 도봉동 무수골까지 약 800m는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 구역에서는 폐목을 써서 둘레길 양옆을 축대처럼 다져놓은 구간을 지났다. 고상한 운치가 느껴져 지나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풍광이다.

무수골 인근 지역에서는 폐목재활용 정비구간이 색다른 볼거리다.

무수골 인근 지역에서는 폐목재활용 정비구간이 색다른 볼거리다. ©염승화 

방학동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숲길로만 지나는 둘레길이다. 사시사철 언제 가더라도 풍경이 뛰어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맘껏 누릴 수 있다. 양쪽 끄트머리에서 각각 연계가 가능한 왕실묘역길이나 도봉옛길을 잇는 방문도 좋다.

북한산 방학동길 탐방 안내
○ 위치 : 도봉구 방학동, 도봉동 일대
○ 교통 :
 - 지하철1호선 도봉역 1번 출구 > 길 건너 무수골방향 (도보 약 15분)
 - 지하철4호선 쌍문역 2번 출구 > 버스 130번 환승 > 연산군.정의공주묘 하차 (도보 약 3분)
 - 우이신설경전철 북한산우이역 1번 > 버스 130번 환승 > 연산군.정의공주묘 하차
○ 운영 : 연중무휴
○ 문의 : 북한산둘레길 탐방안내센터 02-900-8085~6 , 북한산둘레길 홈페이지(http://www.knps.or.kr/portal/dulegil/bukhansan/course19.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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