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일대 1.9km, 걷기 좋은 길로 확 바뀌었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11.26. 13:58

수정일 2020.11.26. 15:43

조회 4,759

창덕궁 앞 네 개 길, 총 1.9km 구간이 걷고 싶은 길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일대를 '돈화문로(창덕궁~종로3가역, 800m)', '삼일대로(낙원상가 하부, 160m)', '돈화문로10길(낙원상가~종묘, 140m)', '서순라길(종묘 서측 담장 옆, 800m)'로 구분하고, 2018년부터 ‘창덕궁 앞 도성한복판 주요가로 개선사업’ 공사를 시작해 걷기 좋은 환경으로 정비해 왔다. 11월 말 공사가 완료되는 이 길을 걸어보았다.

창덕궁 일대 길이 ‘보행재생 네트워크’로 완공되었다

창덕궁 일대 길이 ‘보행재생 네트워크’로 완공되었다. ⓒ서울시

창덕궁 일대는 무수한 이야기와 다채로운 문화를 품고 있으면서도 도로와 건물로 단절되고 좁고 낙후된 분위기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창덕궁에서 내려 서순라길 쪽으로 향했다. 창경궁과 종묘를 다시 잇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원래 한 공간이었던 창경궁과 종묘는 일본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 율곡로를 만들면서 단절된 상태로 80여 년이 지났다. 지난 2011년 비로소 원형복원 공사가 시작돼 내년 6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일제가 율곡로를 만들며 끊어놓은 창경궁-종묘 복원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일제가 율곡로를 만들며 끊어놓은 창경궁-종묘 복원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선미

본격적으로 '서순라길'로 접어들었다. 종묘의 담을 끼고 이어지는 호젓한 이 길은 조선시대에 순라군이 육모방망이를 들고 순찰을 돌던 곳으로 지금까지는 좁은 길에 늘 주차가 돼 있고 여기저기 화물들이 쌓여 있었다.

서순라길 시작 시점에 버스정류장이 만들어졌다.

서순라길 시작 시점에 버스정류장이 만들어졌다. ⓒ이선미

후미진 뒷골목 느낌이었던 길이 보도가 넓어지고 깨끗하게 정비되었다. 예전부터 있던 가게들 사이에 크고 작은 공방과 카페들도 자리잡고 있었다. 이제는 온전히 오래된 옛 길의 느낌 그대로 고즈넉한 산책로가 되었다.

종묘 서측 담장을 끼고 이어지는 800m 서순라길이 환하게 정비되었다.

종묘 서측 담장을 끼고 이어지는 800m 서순라길이 환하게 정비되었다. ⓒ이선미

서순라길은 주말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서순라길은 주말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이선미

걷다 보니 멋들어진 한옥으로 지어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 주얼리 산업 관련 사업체가 1만5,000여 곳이 있는데 서울에만 5,800여 곳이 있고,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00여 업체가 종로에 있다고 한다. 센터는 인력을 양성해 일자리를 연결하고 소상공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귀금속의 메카’라고 불리는 종로와 이어지는 서순라길에 서울주얼리지원센터가 있다.

‘귀금속의 메카’라고 불리는 종로와 이어지는 서순라길에 '서울주얼리지원센터'가 있다. ⓒ이선미

종묘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돈화문10길'도 보도가 한결 확장되었다. 종로3가역을 돌아서서 창덕궁 방향을 바라보니 벌써 돈화문과 북한산이 보였다. 환히 열린 길이 참 반가웠다. 조선의 임금들이 거동하던 이 길은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행사의 출발 지점이기도 하다. 돈화문 앞 창덕궁 삼거리부터 약 150m 구간은 역사문화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차도와 보도 사이에 턱을 없애고 광장 형태로 조성되었다.

종로3가역을 돌아서서 창덕궁 방향을 바라보니 돈화문과 북한산이 시원하게 보였다

종로3가역을 돌아서서 창덕궁 방향을 바라보니 돈화문과 북한산이 시원하게 보였다. ⓒ이선미

오래 전 창덕궁 앞 돈화문로에서 국악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도로에 무대를 설치했는데 무척 옹색하고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이젠 정비된  '돈화문10길'에선 제법 그럴싸한 무대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반가웠다.

돈화문로는 차도와 보도 사이의 턱을 낮춰 광장 형태로 조성했다

돈화문로는 차도와 보도 사이의 턱을 낮춰 광장 형태로 조성했다. ⓒ이선미

창덕궁 앞 '돈화문로'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되었던 돈화문 월대가 개선공사를 마쳤다. 월대 하단부에 맞춰 도로 높이를 낮춰서 이제는 관람객이 인도에서 월대 계단을 올라 곧장 돈화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1월 24일에는 월대 복원과 창덕궁 관람지원센터 개소식이 있었다. 오랫동안 조선의 정궁이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한 창덕궁이 더욱 위엄을 얻게 되었다.

차도를 1m 낮추고 월대를 복원해 조선 정궁의 위엄을 더욱 되살렸다

차도를 1m 낮추고 월대를 복원해 조선 정궁 창덕궁의 위엄을 되살렸다. ⓒ이선미

창덕궁에서 익선동으로 접어들었다. 옹기종기 작은 한옥들이 붙어 있는 골목에 온기가 느껴졌다. 일제강점기에 ‘건축왕’ 정세권이 작은 한옥집을 대량으로 만들어 팔았던 첫 시작이 바로 익선동이었다. 원래 익선동은 철종 임금이 태어난 곳으로 그 후손들이 살던 누동궁이 있던 곳인데, 1920년대에 일본인들이 서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종로 지역의 땅과 주택까지 사들이기 시작하자 정세권이 북촌을 비롯한 경성부 전역에 대규모 한옥단지를 만들어 이를 저지했다고 한다.

익선동은 정세권이 만든 대규모 한옥단지가 시작된 곳으로 여전히 그 자취가 남아 있다

익선동은 정세권이 만든 대규모 한옥단지가 시작된 곳으로 여전히 그 자취가 남아 있다. ⓒ이선미

시간이 흐르자 익선동은 낡은 역사의 뒤안길이 되었다. 재개발을 시도했지만 한옥마을이라는 특성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주민들이 도시재생으로 관심을 돌리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마침 뉴트로 열풍과도 맞물려 익선동은 가장 핫한 지역이 되기도 했다.

익선동도 그렇지만 그 주변에 붙어 있는 ‘창덕궁 앞 열하나 동네’에는 떡집과 전통악기 판매점, 한복집 등이 많다. 조선왕조가 망한 후 궁에서 살던 사람들이 창덕궁 앞에 터를 잡고 한복을 만들거나 음식을 만들어 팔았고, 국악인들도 이 주변을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라진 왕조의 전통이 주변 마을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낙원동 떡집이 오랫동안 유명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창덕궁 앞 동네에는 조선왕조가 망한 후 궁인들이 터를 잡고 한복을 만들거나 음식을 만들어 팔았고 국악인들도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창덕궁 앞 동네에는 조선왕조가 망한 후 궁인들이 터를 잡고 한복을 만들거나 음식을 만들어 팔았고 국악인들도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이선미

낙원동 '삼일대로'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10월 27일에는 낙원상가 지하 주차장 일부를 활용해 시민들을 위한 생활문화 공간인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이 문을 열었다. 어두침침하던 지하 도로에도 생기가 돌고 있었다.

1968년 세워진 낙원상가에는 옛날 맞춤법으로 표기된 현판이 아직 남아 있다.

 낙원상가 지하 주차장 일부를 활용해 시민들을 위한 생활문화 공간인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이 문을 열었다. ⓒ이선미

1968년 세워진 낙원상가에는 옛날 맞춤법으로 표기된 현판이 아직 남아 있다.

1968년 세워진 낙원상가에는 옛날 맞춤법으로 표기된 현판이 아직 남아 있다. ⓒ이선미

창덕궁 주변의 길들은 오랫동안 전해진 역사성과 각각의 길들이 걸어온 고유한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정비된 길들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멋진 역사를 이어가기를 기원한다.

■ 창덕궁 일대 보행길로 안내
○ 돈화문로: 창덕궁~종로3가역, 800m, 차도와 보도 사이 턱 없는 광장 형태로 조성
○ 서순라길: 종묘 서측 담장 옆, 800m, 보도 폭을 2배(1.5m→3.0m)로 확장, 주말 차 없는 거리 운영
○ 돈화문10길: 낙원상가~종묘, 140m, 보도 폭을 2배(2.5m→5m)로 확장
○ 삼일대로: 낙원상가 하부, 160,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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