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상류코스, 풍성한 이야깃거리 따라 걷는다!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11.17. 10:33

수정일 2020.11.17. 17:40

조회 5,205

서울시청 근처에 나간 김에 인근 청계천 산책을 갔다. 저녁 무렵이지만 늦은 시각에도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올해로 복구된 지 15년을 맞은 청계천은 시발점인 청계광장에서 중랑천과 합수되는 지점까지 8.2km쯤 이어진다. 그 가운데 필자는 청계광장에서 오간수교까지 상류 코스 약 3km를 걸었다.

청계광장의 명물 분수와 폭포

청계광장의 명물 분수와 폭포 ©염승화

먼저 청계천의 시발점이기도 한 청계광장 분수대 앞으로 가 섰다. 이곳에 오면 단골식당처럼 거치는 곳이다. 힘차게 뿜어대는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리는 듯 청량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잠시 뒤 진입로를 통해 수변으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인공 폭포를 보는 재미 역시 제법 쏠쏠했다. 상시 가동되는 폭포와 달리 분수는 4월~11월에 운영된다.

청계천의 첫 번째 다리 모전교 전경

청계천의 첫 번째 다리 모전교 전경 ©염승화

한해 평균 5,000만원이 모일 만큼 인기 높은 팔석담 동전 던지기. 서울시 특성화고 장학금으로 쓰인다.

한해 평균 5,000만원이 모일 만큼 인기 높은 팔석담 동전 던지기. 서울시 특성화고 장학금으로 쓰인다. ©염승화

폭포를 지나 모전교 앞에 이르렀다. 청계천 상류에서 만나는 첫 번째 다리이다. 조선시대 과일을 팔던 가게, 즉 ‘모전’이 있는 곳에 세운 다리라는 뜻에서 유래된다. 뭇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다리 밑 ‘팔석담’으로 바투 다가섰다. 주머니에서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던졌다. ‘코로나19 좀 물러나게 해주세요!.’ 전국 8도의 석재로 조성했기에 이름이 붙은 이곳은 동전을 던져 행운을 비는 핫 플레이스다.

태조 왕비 신덕왕후의 능 석물로 조성한 광통교

태조 왕비 신덕왕후의 능 석물로 조성한 광통교 ©염승화

곧 이어 마주한 풍광은 광통교이다. 청계천에 놓인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중구 정동에 있던 옛 정릉의 병풍석을 석재로 썼기에 더 유명해졌다. 다리 밑에서 그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보았다. 구름 문양과 금강저 등이 새겨져 있는 석물들이 기둥이나 축대 여러 군데에 박혀 있다. 조선 3대 임금 태종이 사이가 극히 나빴던 계모 신덕왕후를 미워한 산물로 전해진다.

수변에 쌓았던 석축을 발견한 지점. 수변 바닥에 동판이 설치되어 있다

수변에 쌓았던 석축을 발견한 지점. 수변 바닥에 동판이 설치되어 있다. ©염승화

광교를 통과한 뒤엔 청계천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자 양안에 쌓았던 ‘석축 터’를 만났다. 태종 임금 때부터 21대 영조 임금 때까지 수백 년 동안 여러 차례 보수와 개축이 진행되었던 이른바 ‘호안석축’을 말한다. 일제 강점기 때 정비와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 등으로 대부분 훼손되어 땅속에 묻혀 있었다. 그것이 드러난 것은 2003년 청계천 복구공사 때라고 한다. 석축이 발견된 지점을 표시하는 동판은 광교와 장통교 사이 수변에 설치되어 있다.

풍속화같은 기다란 벽화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풍속화같은 기다란 벽화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염승화

‘정조대왕 능행반차도’를 보는 맛도 청계천을 산책하는 즐거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반차도는 1795년 25대 임금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만조백관들과 함께 수원과 현륭원(사도세자 옛 무덤)으로 행차하는 장면들을 담은 그림을 장대한 벽화로 옮겨 놓은 것이다. 백자 그림판에 그려 찍은 벽화 길이가 무려 186m에 달하는 명물이다. 반차도 머리 부분에 같이 그려져 있는 옛 서울시가지도에도 관심이 갔다. 이 지도는 보물 제853호로 단원 김홍도가 만든 수선전도(首善全圖)를 크게 구현해 놓은 것이다.

청계천에 놓인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 세운교 야경

청계천에 놓인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 세운교 야경 ©염승화

출발지점에서 1.5km쯤 거리에 있는 세운교가 놓인 지점에 다다르자 사위가 꽤나 어둑해졌다. 가로등이 켜지면서 자연스레 주변 풍광은 은은한 야경으로 바뀌어갔다. 세운교는 최근 서울시의 새 명소로 탈바꿈한 일명 ‘다시 세운’ 세운상가와 이어진다. 얼마 전에 다녀온 기억이 떠올라 절로 걸음이 멈춰졌다. 다리 상단 유리벽에 ‘당신의 발길을 멈춰, 세운’이라고 붙어 있는 조명글씨에 시선이 가 꽂혔다.

재래시장의 천막을 상징하는 구조물을 설치한 새벽다리 야경

전통시장의 천막을 상징하는 구조물을 설치한 새벽다리 야경 ©염승화

새벽다리도 밤 풍경과 잘 어우러져보였다. 다리 윗부분 구조물이 독특하게 생겼기에 더욱 그러했다. 과거 전통시장에 흔히 처져있던 천막 이미지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붙어 있다. 이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기에 다리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노동인권 운동의 대명사와 같은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다리와 동상이 청계천에 있다

노동인권 운동의 대명사와 같은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다리와 동상이 청계천에 있다. ©염승화

전태일다리 아래를 지날 때는 마침 열사의 50주년을 맞은 탓인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게 처연한 느낌이 크게 들었다. 다리를 되돌아보며 걸음을 세운 채 묵념 올리는 시간을 잠깐 가져보았다. 다리 위에 놓여 있는 열사의 흉상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점이 못내 아쉬웠다. 버들다리로도 불리는 이 다리는 출발지에서 약 2.7km 떨어진 지점이다.

청계천 물줄기가 한양 도성을 빠져나가는 지점에 설치한 수문

청계천 물줄기가 한양 도성을 빠져나가는 지점에 설치한 수문 ©염승화

도착지점인 오간수교 부근에서는 오간수문지를 맞닥뜨렸다. 본래 무지개 모양의 홍예 5개로 성벽 밑에 자리하고 있던 이 수문은 일제 강점기와 청계천 복개공사 시에 허물어졌다. 광통교지, 수표교지 등과 더불어 사적 제461호로 지정되어 있는 청계천 주요 유적지 중 하나다.

청계천은 비대면 시대에 걷기 좋은 쾌적한 산책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물길뿐만 아니라 유적지를 비롯한 다수의 다리들이 풍부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청계천 상류코스 방문 안내
○ 위치: 서울 중구 무교동 / 종로구 서린동 일원
○ 교통: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에서 약 100m (도보 2분) → 청계광장 청계천 진입로
○ 운영 : 연중무휴, 상시 가동

○ 문의: 02- 2290-7111(청계천 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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