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간여행…‘이상의 집’과 ‘생과방’을 찾아서

시민기자 이정이

발행일 2020.11.17. 10:46

수정일 2020.11.17. 15:01

조회 1,916

가을이 몸살을 앓으며 자기 몸을 불태우는 계절이다. 가을을 놓칠 새라 경복궁 근처를 거닐기로 했다. 경복궁의 서쪽인 서촌이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전통찻집들과 커피점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마치 1930년대 거리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 작은 골목 안, '이상의 집'을 찾았다.

서촌 작은 골목길에 호젓이 서 있는 이상의 집.

서촌 작은 골목길에 호젓이 자리한 이상의 집. ©이정이

그곳은 작은 골목 안에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었는데, 유리창에 쓰여진 작은 글씨 ‘이상 李箱 1910. 9. 23.~1937. 4. 17.’를 보고서야 이곳이 '이상의 집'임을 알았다. 한두 사람 정도만 입장하게 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다. 방명록을 쓰고 열체크, 손소독을 하고 고개를 드니 그제서야 사진 하나가 눈에 띈다.  왼쪽 벽에 ‘이상’의 사진이 액자에 끼워져 있다.

이상의 사진 액자가 걸려있고 한 벽면 전체에는 생전에 발표된 시 시화 소설들이 스캔되어 시간 순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이상의 사진 액자가 걸려있고 한 벽면 전체에는 생전에 발표된 시, 시화, 소설들이 스캔되어 시간 순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이정이

자그마한 여유 공간에는 이상의 동상이 호젓이 서서 방문객을 맞는다.

자그마한 여유 공간에는 이상의 동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정이

“이상의 작품은 여기 있습니다.”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윤정임 선생의 말이다. “여기는 이상의 출생지인데요. 이상의 생가를 현대적으로 복원하여 이상의 생애와 작품을 알리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이 지은 시들과 소설, 삽화의 스캔본은 연도별로 잘 정리되어 보관되어 있었다. 우선 보여준 소설의 스캔본은 그의 소설 ‘날개’였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로 시작되는 유명한 소설이다. 한자도 영어도 섞여있고 알파벳도 함께 적혀있는 생소한 신문을 보고 있노라니 1930년대의 시대상을 짐작하게끔 한다. 당시 신문에 삽화를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하는데 윤정임 선생이 “이 그림은 이상이 직접 그린 삽화"라고 설명을 해준다.

소설 '날개'가 발표된 당시 신문자료이다. 이상이 직접 그린 삽화도 보인다.

소설 '날개'가 발표된 당시 신문자료이다. 이상이 직접 그린 삽화도 보인다. ©이정이

왼쪽으로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작은 공간에 펼쳐지는 상영관. 이상의 일생을 담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작은 공간에 펼쳐지는 상영관. 이상의 일생을 담고 있다. ©이정이

앞에 보이는 육중한 문을 열면 한두 명 들어갈 정도의 어둡고 좁은 공간이 있다. 이상의 생애를 담은 짧은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몇 개의 나무계단이 있어서 그곳에 앉아 감상을 할 수 있다. 출생부터 주요작품, 결혼 그리고 죽음까지.

혼자 오롯이 서촌거리를 걸으며 ‘이상의 집’을 방문해 보는 것도 문학적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이상의 모더니즘과 패러독스의 멋, 그리고 "레몬 향기가 맡고 싶다"고 마지막 말을 하며 죽음을 맞이했다는 일화는 이 가을에 쓸쓸함과 문학적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 같다.

이상의 작은 엽서들이 전시되어 있고 구입할 수도 있다.

이상의 작은 엽서들이 전시되어 있고 구입할 수도 있다. ©이정이

서촌거리를 나오면서 경복궁에 들렀는데 우연치 않게 ‘생과방’을 발견했다. 소주방 전각에 위치해 있다. 나인들 거처거니 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국왕과 왕비의 후식과 별식을 준비하던 곳이라 한다. 궁중병과 및 궁중약과 시식 체험을 할 수 있다.

교태전 가까이에 있는 소주방 전각에 위치해 있는데 구중궁궐,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다.

교태전 가까이에 있는 소주방 전각에 위치한 생과방 ©이정이

생과방 입구에서 열체크와 소독, QR 코드 체크를 해야 입장할 수 있다.

생과방 입구에서 열체크와 소독, QR 코드 체크를 해야 입장할 수 있다. ©이정이

나인 복장과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 조선시대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며 나인이 가져다 준 다과상을 받았다. 메뉴에 있는 궁중병과는 다 주문해 보았다. 대추찰편, 주악, 매작과, 약과, 정과. 그리고 궁중약차로는 삼귤다(인삼, 귤피, 대추를 넣고 끓인 것)를 신청했다.

앙증맞은 일인 소반 위 달콤한 궁중과자와 향긋한 궁중약차가 나왔다.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리벽이 쳐져 있다. 그래도 밖의 풍경이 고아하게 멋들어진다. 혼자 온 사람들이 시대를 즐기며 궁중차를 음미하기에는 참 좋은 곳이라 생각된다.

차주전자 반시계 방향으로 정과, 매작과, 대추찰편, 주악, 약과 순의 다과와 삼귤다의 약차가 담긴 일인 소반

차주전자 반시계 방향으로 정과, 매작과, 대추찰편, 주악, 약과 순의 다과와 삼귤다의 약차가 담긴 일인 소반. ©이정이

생과방은 경복궁에 온다면 한 번쯤 들러보아야 하는 곳인데 아쉽게도 올해는 11월 16일까지 운영된다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 만들어보는 서여향병’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니 이를 통해 아쉬움을 달래보기로 하자.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마시며 볼 수 있는 바깥 풍경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마시며 볼 수 있는 바깥 풍경 ©이정이

온라인으로 생과방 속 궁중병과 ‘서여향병’ㅇ,ㄹ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궁온 홈페이지(https://goongon.or.kr/program-saenggwabang/)에서 생과방 밀키트를 신청할 수 있다. 체험은 1회차(11월 16일 14:00), 2회차(11월 23일 14:00), 3회차(11월 30일 14:00)에 걸쳐 진행되며 각 회차 70명씩 참여할 수 있다. 생과방 밀키트를 배송 받은 후 궁온 홈페이지에서 생과방 영상을 보며 집에서 만들어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바야흐로 왕의 후식을 집으로 가져오는 시대가 되었다.

조금 전은 1930년의 서촌, 지금은 조선시대다. 서울 한복판에서의 시간여행은 한 번쯤 해볼 만한 운치있고 즐거운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

■ 이상의집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18
○ 교통 :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5분 거리(300m)
○ 문의 : 070-8837-8374

■ 궁온 온라인 프로그램
○ 신청 바로가기: https://goongon.or.kr/program-saenggwabang/
○ 문의 : 궁온 운영 사무국 02-517-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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