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날, 북촌에서 '양말목 방석' 만들었어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11.11. 14:45

수정일 2020.11.11. 17:27

조회 3,194

북촌문화센터는 북촌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북촌문화센터는 북촌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선미

은행잎 흩날리는 가을날, 북촌을 찾았다. 입동을 맞아 북촌문화센터에서는 '다가오는 겨울, 따듯하기를'이란 주제로 겨울맞이 문화 행사를 마련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 중 필자는 따뜻한 겨울을 위해 폭신한 ‘양말목 방석 만들기’ 체험에 직접 참여해 보았다.

북촌문화센터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 따라 대면·비대면 프로그램을 병행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예약이 필수다. 이번 겨울맞이 특별행사는 비대면·대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대면 참여 신청을 한 70명에게는 체험꾸러미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현장체험은 30명으로 한정해 매 시간 6명 정도만 체험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입구에서 자연스레 QR코드 체크인을 하고 들어섰다.

입구에서 자연스레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확인하고 들어섰다. ©이선미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시간 닫혔던 북촌문화센터의 문이 열렸다. 이제 입구에서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확인하고 들어서는 일이 자연스럽다. 2002년 개관한 북촌문화센터는 ‘계동마님댁’으로 불리던 근대 한옥으로 북촌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툇마루에는 잘 익은 감이 담긴 소쿠리가 놓여 있고 마당의 물확에는 단풍 물든 낙엽이 떠있다. 시민들은 여기저기에서 옛 가옥에 드리운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체험 프로그램 전, 먼저 북촌문화센터 내부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안채를 지나 들어서면 옛 행랑채였던 홍보전시관이 나온다. 북촌의 역사와 의미 등을 홍보하는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북촌 보존의 의미를 알리는 영상이 상영되고, 북촌 곳곳에 자리한 문화재와 전통문화체험에 대한 정보 등을 알 수 있다. 북촌문화센터는 2018년 주변 한옥을 교육관으로 조성해 더욱 확장 운영 중이다. 규방공예, 가죽공예, 문인화, 생활자수 등 전통공예 강좌를 위한 공간과 방문객 쉼터도 마련했다.

교육공간인 강의실 방문을 우리 공예품으로 멋스럽게 장식했다.

교육공간인 강의실. 방문을 우리 공예품으로 멋스럽게 장식해 놓았다. ©이선미

방문객들이 쉼터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쉼터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선미

체험 시간이 되어 안채의 따뜻한 온돌방으로 들어갔다. 긴 테이블에 띄엄띄엄 참여할 시민들이 모여 앉았다. 필자를 포함해 딱 여섯 명이었다. 북촌문화센터 시민자율강좌 ‘업사이클링 양말목 소품만들기’ 조윤숙 강사의 안내로 '양말목 방석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시민자율강좌는 시민들이 직접 강사가 되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전통문화와 생활문화 강좌,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계동마님댁’ 안채에서 양말목 방석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계동마님댁’ 안채에서 양말목 방석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 ©이선미

테이블에 놓인 종이봉투 안에서 색깔별로 묶인 몇 개의 꾸러미가 나왔다. 비로소 ‘양말목’을 보았다. 양말목은 양말을 만들 때 앞코 마감을 위해 잘려진, 가위밥으로 버려지던 섬유 폐기물이었다. 그런데 고무줄 모양의 둥근 이 끈이 제법 인기 있는 공예 재료라고 한다. 양말 소재다 보니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은 데다가 색도 다양해 컵 받침이나 냄비 받침, 방석이나 가방, 발 매트와 러그는 물론이고 인형이나 장식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버려지던 양말목이 제법 인기 있는 공예 재료가 되었다

버려지던 양말목이 인기 있는 공예 재료가 되었다. ©이선미

먼저 가장 작은 묶음을 풀어 양말목 하나로 중심이 될 부분을 만들었다. 양말목을 계속 끼워 뜨개질하듯 단을 완성해 나갔다. 실과 실을 잇는 바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양손 손가락을 이용한 만들기라 다들 질문이 이어졌다. 몇 사람 안 되지만 저마다 질문에 답하느라 강사가 꽤 바빴다. 혹시 틀리더라도 바로 고쳐서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긴장이 사라졌다.

저마다 주어진 양말목의 색깔이 달랐다. 색들을 조합하는 순서도 각자 다르다보니 똑같은 방석은 하나도 없다. 새로운 색으로 또 단을 시작할 때 과연 어떤 느낌의 조합이 될까 기대가 되었다.

어린이들과 엄마들이 양말목 공예에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들과 엄마들이 양말목 공예에 참여하고 있다. ©이선미

한 단 한 단 짤 때마다 색들의 조합이 의외로 예뻤다.

한 단 한 단 짤 때마다 색들의 조합이 의외로 예뻤다. ©이선미

한 단 한 단 이어지자 크기가 커진 만큼 똑같은 작업을 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처음 시작할 때에 제대로 방법을 익히면 놀이처럼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체험이다. 어린이들도 금세 따라 했고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이런 장점 덕분에 양말목 공예가 인기를 끌면서 재료비도 예전에 비해 비싸졌다고 한다.

마루에 방석을 내려놓으니 가을 햇살에 잘 어울렸다

마루에 방석을 내려놓으니 가을 햇살에 잘 어울렸다. ©이선미

완성된 방석을 마루에 내려놓았다. 가을빛에 제법 어울렸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원형으로 한다고 했는데 왜 내 방석은 육각형이 되죠?’라는 실망스러운 푸념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필자의 방석은 제법 원형으로 잘 만들진 것 같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에 버려지던 재료로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북촌문화센터의 자세한 프로그램과 일정은 서울한옥포털 누리집과 북촌문화센터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북촌문화센터 안내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37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 도보 약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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