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명동에서 만난 '기억의 터'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0.11.11. 13:57

수정일 2020.11.11. 14:29

조회 1,033

명동 근처에 있는 기억의 터

명동 근처에 있는 기억의 터 ⓒ김진흥

10월 어느 날,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서울시 유튜브에서 새로운 동영상이 게재됐다는 내용이었다. ‘기억의 터,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서울영상크리에이터의 게시물을 시청한 필자는 바로 명동 근처에 있는 ‘기억의 터’로 향했다. ☞서울영상크리에이터 영상 보기 : https://youtu.be/EvGZjAuDBXI

명동역 1번 출구 근처에 노랑나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명동역 1번 출구 근처에 노랑나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김진흥

기억의 터는 2016년 8월 29일, 서울 중구 남산공원 옛 통감관저 터에 조성된 곳으로,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전세계적 여성 문제로 떠올랐지만 서울 시내에 그 아픔을 기리는 공간이 없다는 지적과 반성에서 설립이 추진됐다.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군의 성욕 해결, 성병 예방, 치안 유지, 강간 방지 등을 위해 일본군 점령지나 주둔지 등 위안소에 배치한 여성들을 말한다. 즉, 일본군이 성노예로 강제 징용한 여성들이었다. 당시 일본군의 반인륜적인 행태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들 중 하나다.

지금도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수많은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수많은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김진흥

기억의 터는 통감관저 터에 위치했다. 조선총독부의 전신인 통감관저는 1910년 8월 22일, 이완용과 데라우치 통감이 한일강제병합을 체결한 장소다. 110년 전, 경술국치의 현장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에는 당시 치욕의 역사를 지켜 본 400년 넘은 두 그루의 나무가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동참했다. 반인륜적 전쟁 범죄 피해자였지만 당당히 평화 인권 활동가로 활약한 할머니들의 메시지를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2016년 사회단체, 독립운동가 후손 등이 모여 ‘기억의 터’ 조성 국민모금을 시작했다. 시민들도 이에 함께해 19,755명이 후원했다.

대지의 눈

대지의 눈 ⓒ김진흥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김진흥

기억의 터 조성에 참여한 임옥상 화백은 기존의 억압과 폭력의 상징이었던 통감관저 터를 평화의 터로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해 이 터를 기획했다. 그는 “처음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를 일본 조선 침략의 교두보인 통감관저 자리에 세운다는 것은 모욕으로 거부감까지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전혀 다른 의표를 찌르는 탁월한 역발상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통감관저 터는 일본군 ‘위안부’와 두 가지가 너무나 대척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한 장소에서 존치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지형을 구상했다. 근본 바탕부터 바꾸는 것, 땅의 형상을 전혀 새롭게 하자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기억의 터는 크게 3가지 조형물로 구성됐다. 먼저 입구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의 성함과 증언을 시기별로 새긴 ‘대지의 눈’이 있다. 할머니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새겨져 있는 이곳은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끌려감’으로 당시 일제로부터 강제로 끌려간 할머니들의 아픔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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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감관저 터임을 나타내는 비석 ⓒ김진흥

거꾸로 세운 동상

거꾸로 세운 동상 ⓒ김진흥

그 옆에는 거꾸로 세운 동상이 자리했다. 80여 년 전에는 이곳에 하야시 곤스케 동상이 있었다. 하야시 곤스케는 고종 황제와 대신들을 겁박해 을사늑약을 강요하는 등 병탄의 발판을 닦은 자였다. 일제는 그 공으로 남작 작위와 함께 동상을 세워줬다.

2006년 8월 3일, 하야시 곤스케 동상 조각이 세상에 공개됐다. ‘남작하야시곤스케상’ 중 ‘조’자의 자변과 ‘군’자의 ‘입 구’ 부분이 깨진 채 발견된 것이었다. 서울시는 9년간 보관하고 있던 동상의 잔해들을 모았다. 기억의 터 조직위원회와 협의해 지금은 없지만 흩어졌던 동상 잔해들을 거꾸로 세움으로써 욕스러움을 기리기 위해 제작했다.

세상의 배꼽

세상의 배꼽 ⓒ김진흥

작품 중앙(배꼽)에 있는 그림과 메시지

작품 중앙(배꼽)에 있는 그림과 메시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김진흥

마지막으로 ‘세상의 배꼽’이라는 작품이다. 어머니의 자궁, 배꼽을 형상화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상징한다. 배꼽 위치인 작품 중앙에는 모성으로 세상을 보듬는다는 뜻에서 윤석남 화가가 그린 손 그림이 새겨졌다. 그리고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글귀가 한글과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함께 적혀있다. 작품 주변에는 전 세계에서 마음을 모은 할머니들과 시민들을 뜻한다는 메시지의 바위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 방문한 한 시민은 “명동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산책하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너무 몰라서 미안함이 들었다. 꼭 기억해야 할 장소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QR코드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QR코드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김진흥

기억의 터에서는 QR코드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각 조형물 설명란에는 QR코드가 부착됐다. QR코드는 기억의 터 누리집과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해 이곳의 역사와 조형물에 관한 이야기들을 시청할 수 있다. 기억의 터 누리집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한편, 서울시 유튜브는 서울시에 관한 여러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서울시 관련 포럼, 코로나 19 보고, 서울시 정책, 볼거리, 서울영상크리에이터 동영상 등 서울시 관련 정보들을 시청할 수 있다. 알림 설정을 한다면 누구보다 일찍 시청 가능하다.

서울영상크리에이터의 '기억의 터' 동영상

서울영상크리에이터의 '기억의 터' 동영상 ⓒ서울시 유튜브

기억의 터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할머니들의 외침을 이어받아 미래세대가 평화와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는 약속의 장소다. 그렇지만 4년 전에 지은 장소임에도 서울 영상크리에이터의 말처럼 명동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모르는 시민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장소는 있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기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많은 시민들이 장소 조성에 큰 보탬을 더했다.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아픔이 서린 곳이면서 할머니들과 약속한 장소이기에.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이 아픈 역사가 잊혀지는 것입니다” - 대지의 눈에 새겨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말

기억의 터 안내
○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6가길 6 (예장동 2-1)
○ 교통 :
  - 지하철4호선 명동역 1번 출구 > 약 500m(도보 7분)
  - 지하철3호선 충무로역 4번출구 > 약 600m (도보 9분)
○ 누리집 : http://peace-memory.com/
○ 남산 기억의터·기림비 유튜브 바로가기
○ 문의 : (주)우리가만드는미래 02-761-2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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