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의 보고 '아차산'에서 나홀로 가을산책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10.22. 14:15

수정일 2020.10.22. 17:54

조회 1,991

자생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숲 운치가 빼어나다.

자생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숲 운치가 빼어나다. ©염승화

모처럼 산에 올랐다. 나 홀로 이른바 비대면 산행지로 삼은 곳은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아차산’이다. 산정 부근에서 산성과 보루 등 삼국시대 유적지들이 발굴되어 더 유명해진 명산이다. 숲이 깊고 들짐승이 많이 살아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의 수렵 장소로 활용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들머리는 광진구 광장로쪽으로 잡았다. 산세가 넓은 만큼 여러 지점에서 오르내릴 수 있으나 필자가 아차산에 갈 때면 단골집처럼 거치는 지점이다. 옆으로 바투 붙어 있는 생태공원에도 들려볼 요량으로 으레 이곳으로 발길을 향하곤 한다.

삼국시대 각국의 격전지를 상징하는 아차산성

삼국시대 각국의 격전지를 상징하는 아차산성 ©염승화

공원은 하산 길에 가보기로 하고 곧장 등산로로 진입했다. 초입에 있는 약수터에서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아차산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약수터 뒤편으로 나 있는 돌계단을 오르자마자 아름드리나무들이 밀집한 송림 지대다. 푸른 이파리들이 물결치며 갈색 소나무와 조화를 이루듯 빼곡하게 바닥을 덮고 있는 맥문동들도 인상 깊었다. 울창한 숲 사이를 헤치고 산 위로 향하는 걸음에 속도를 더했다.

언제 가서 보더라도 뛰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명품 전망대다

언제 가서 보더라도 뛰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명품 전망대다. ©염승화

조금 뒤 소나무숲을 벗어나니 철책이 세워져 있는 호젓한 오솔길이 보였다. 철책 안으로는 제법 높다란 흙더미 위로 돌 축대가 드문드문 쌓여있다. 1700년 전 3세기 무렵 백제가 쌓은 석성인 ‘아차산성’이다. 전체 둘레가 1,125m에 달하는 이 산성은 백제 이후 한강 유역을 차지한 고구려와 신라의 격전지였다. 몇 해 전 산성 내부 건물터 등 유구와 청동거울, 토기, 기와 따위의 유물들이 다수 출토되었다. 사적 제234호다. 이곳에서 산정까지는 약 1.5km가 떨어져 있다.

흔치 않은 고구려 유적지 보루를 아차산 능선에서 만나볼 수 있다.

흔치 않은 고구려 유적지 보루를 아차산 능선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염승화

신라와 고구려 군사들이 치열하게 공성전을 벌이는 장면을 떠올리며 산성을 뒤로했다. 휘적휘적 걸으니 금세 산 정상 방면으로 이어지는 널찍한 암릉 지대에 다다랐다. 발길을 어디에 세우든 모두 멋진 조망이 가능할 만큼 시야가 탁 트여 ‘해맞이광장’으로도 불린다. 필자는 풍광을 여유롭게 전망할 심산으로 메고 있던 배낭을 암반 위에 내려놓았다. 산 아래로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줄기와 청계산, 우면산, 관악산 등 시가지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여러 산들, 그리고 빌딩숲들이 한 눈에 들어와 찼다. 아름다웠다. 들고 있던 카메라 셔터를 거푸 눌러대었다.

한강유역 주변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풍광을 조우할 수 있다.

한강유역 주변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풍광을 조우할 수 있다. ©염승화

정비공사중인 아차산 5보루

정비 공사중인 아차산 5보루 ©염승화

산정으로 바로 연결되는 정상길 능선에서는 ‘보루’를 만날 수 있었다. 적의 침입을 막으려고 구축한 군사시설인 보루는 5세기 후반 고구려가 쌓은 것이다. 흔치 않은 고구려 역사를 연구하는 소중한 자료들이리라. 필자는 아차산에 있는 10여개 소의 보루 가운데 1보루와 5보루를 마주하였다. 보루는 마침 탐방로와 수목 전정 등 정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1보루 위에서는 주변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서울 도심뿐만 아니라 한강 줄기를 사이로 경기 구리시와 하남시 일대를 죄 감상하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아차산을 비롯해 용마산과 구리시에 걸쳐 있는 보루군은 사적 제455호로 지정되어 있다.

아차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고구려정은 고구려 건축양식을 우리나라 최초로 재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차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고구려정은 고구려 건축양식을 우리나라 최초로 재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염승화

이윽고 가던 길을 되돌려 암릉 지대까지 도로 내려온 필자는 아차산의 상징물 중 하나인 ‘고구려정’ 앞에 섰다. 금강송을 써서 고구려 건축양식으로 지은 쉼터 겸 정자다. 아차산에서 기가 제일 왕성한 지점에 서 있다고 한 까닭인지 눈길이 더 갔다.

산기슭을 연결하여 조성한 둘레길과 연계한 산행도 좋다.

산기슭을 연결하여 조성한 둘레길과 연계한 산행도 좋다. ©염승화

잠시 정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뒤엔 둘레길로 들어섰다. 이 길은 일대 산기슭을 연결해 목재 데크로 조성해 놓은 운치 좋은 산책로다. 둘레길의 시작점이기도 한 아차산 평강교를 빠져나온 필자는 이내 연못 가운데쯤에 세워져 있는 인어공주상이 기다리는 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생태연못을 비롯해 생태자료실, 자생식물원, 고구려역사문화홍보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생태공원

생태연못을 비롯해 생태자료실, 자생식물원, 고구려역사문화홍보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생태공원 ©염승화

산이 낮고 경사가 완만한 아차산은 누구라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사방이 확 트여 뛰어난 전망 포인트를 자랑하는 삼국시대 유적지 보고 아차산으로 언택트 걷기에 나서보자.

아차산 및 생태공원 안내
○ 위치: 서울시 광진구 광장로 1다길 60
○ 교통: 지하철5호선 광나루역 1번 출구 > 도보 약 800m(약 11분) > 아차산 생태공원 입구 > 약 250m(도보 2분) > 아차산 등산로 입구
○ 운영시간: 아차산  연중 무휴, 상시개방 / 생태공원 자료실 09시~18시(월요일, 공휴일 휴관)
○ 입장료: 무료 (주차시설 유료)
○ 문의: 아차산 생태공원 사무실 02-480-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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