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우리옛돌박물관'…돌조각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0.10.20. 13:22

수정일 2020.10.21. 09:14

조회 2,799

서울에 우리나라의 옛 돌을 모아놓은 박물관이 있다. 그 사실을 안 것은 어느 뉴스보도를 통해서다. 수십 개의 돌조각에 새겨진 얼굴의 형상은 그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달라 분위기가 신비로웠다. 북악산과 한양도성으로 둘러싸인 성북동에 한국의 돌 문화를 보여주는 '우리옛돌박물관'을 찾은 것은 그 신비로운 느낌 때문이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길상사에서 하차해, 도보로 10분 정도 걸으니 우리옛돌박물관이 나왔다.

성북동 꼭대기에 자리한 '우리옛돌박물관' 입구

성북동 꼭대기에 자리한 '우리옛돌박물관' 입구 ⓒ박은영

우리옛돌박물관에는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문화재를 전시한 환수유물관부터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근현대관, 야외전시관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벅수, 석탑, 불상 등 다양한 돌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역사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각종 유물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았다. 옛 돌조각을 사찰의 장식이나 묘제석물로만 여기던 전통적인 시각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삶의 철학과 지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체 면적이 5,500평으로 건물 연면적 1,000평 공간에 1,250점의 석조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세계의 어떤 박물관도 이렇게 많은 석조 유물을 전시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환수유물관' 내 표정 하나하나가 실감나는 문인석

'환수유물관' 내 표정 하나하나가 실감나는 문인석 ⓒ박은영

'환수박물관'은 ‘바다를 건너 온 돌사람, 고국의 품에 안기다’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 중이다. 말 그대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밀반출 되었던 돌조각들을 전시하고 있다. 문인석은 장군석, 석수와 함께 능묘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조각이다. 천 년간 한결같이 능묘를 지켜온 문인석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다수가 일본으로 밀반출되었고, 이것을 안타깝게 여긴 ㈜세중 천신일 회장은 “거듭된 전란으로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아오고,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싶다”는 집념으로 해외로 흩어진 문화재 환수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모두가 바라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는 분들 덕분에 우리의 역사는 이렇듯 새롭게 조명되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동자석 등 각종유물이 가득한 '보물상자' 같다.

아기자기한 동자석 등 각종유물이 가득한 '보물상자' 같다. ⓒ박은영

환수박물관 옆에 있는 '동자관'에는 동자석들이 가득했다. 동자는 도교에서는 신선의 곁에서 시중을 들고, 불교에서 부처님이나 보살을 곁에서 모시며, 유교에서는 무덤 주인의 심부름을 하는 아이라고 알려졌다. 동자석은 도교, 불교, 유교, 무속신앙 등 여러 요소들이 혼재되어 다채로운 형태를 지니며 그 역할 또한 무덤의 수호신, 마을의 지킴이 등으로 다양함을 전하고 있다.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만나는 돌장승 전시 '벅수관'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만나는 돌장승 전시 '벅수관' ⓒ박은영

한국인의 얼굴, 그것도 희로애락을 가장 잘 표현한 곳은 '벅수관'의 전시다. 벅수는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장승을 부르는 명칭으로 순우리말이다. 장승은 나무로 만든 목장승과 돌로 만든 돌장승 두 가지가 있다. ​옛 사람들은 마을 입구나 길가에 사람의 얼굴을 한 벅수가 서 있으면, 전염병을 옮기는 역신이나 잡귀들이 겁을 먹고 마을로 들어오지 못 한다고 믿었다. 또, 재화를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비스러운 힘이 있다고 여겨 마을의 벅수에게 갖가지 크고 작은 소원을 정성스레 빌었다고 한다. 

한 땀 한 땀 섬세한 예술을 만나는 '자수관'

한 땀 한 땀 섬세한 예술을 만나는 '자수관' ⓒ박은영

‘어머니의 정성, 한땀 한땀 사랑을 짓다’는 주제의 '자수관'은 엄격한 유교문화 속에서 여인들의 미적감흥과 꿈을 표현하는 유일한 세계이자, 자신의 마음을 섬세하고 자유롭게 표현한 예술을 표현하고 있다.  옛 여인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었던 자수는 어머니로부터 딸에게 자연스럽게 내려온 것으로 수를 놓으며 자신의 품성을 닦고, 세상살이의 고단함도 해소하였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옷과 장신구 등의 생활용품과 의례용품에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길상문양을 넣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렇듯 자수관은 한국여인들의 삶의 기록이자 규방문화의 결정체인 다양한 형태의 자수를 누구나 가까이서 접하고 즐기며 공부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모양을 보면 누구나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할 것이다. 

긴 세월 우리 땅에 숨 쉬어온 역사적 상징물이다.

긴 세월 우리 땅에 숨 쉬어온 역사적 상징물이다. ⓒ박은영

박물관에는 '무병장수의 길'도 있다. 1층 ‘길상’은 풍요·다산을 상징하는 물고기, 대표적인 길상의 동물인 양,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 복·합격의 상징인 연꽃이 있어 행운의 기운이 깃든 공간이다.  2층, 3층, 4층은 독특한 구조로 길게 이어진 길을 걸으면서 양 옆으로 전시된 수많은 석물들을 감상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할 수 있다. 그밖에 갖가지 돌조각들이 다양한 주제로 꾸며진 야외 전시관도 있다. 그 분위기와 배경이 다른 돌의 정원 역시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연 속의 돌조각들을 감상할 수 있다.

행운의 기운이 깃든 '무병장수의 길'

행운의 기운이 깃든 '무병장수의 길' ⓒ박은영

우리 민족의 숨결과 삶의 애환이 담긴 돌조각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자 한 우리옛돌박물관은 국내외로 흩어져있던 한국석조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건립한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석조 전문박물관이다. 석조유물뿐만 아니라, 규방문화의 결정체인 전통 자수작품과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작가의 회화작품도 함께 전시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옛돌에 대해 더욱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전시 설명도 오전 11시, 오후 2시, 3시 하루에 3회에 걸쳐 진행된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석조전문박물관이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석조전문박물관이다. ⓒ박은영

우리옛돌박물관은 박물관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지만 회의실, 체험실, 기획전시실, 야외 정원등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전시와 공연, 체험 등이 가능한 실용성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에 활용되고 있었다. 박물관 내의 돌조각들은 그 규모가 크고  다양해 박물관을 나오기까지 홀린 듯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해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우리옛돌박물관’ 안내
○ 위치 :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 13길 66
○ 교통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버스 02번 마을버스→우리옛돌박물관 하차
○ 운영 : 10:00~18:00 (동절기는 17:00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성인 7,000원, 청소년 : 5,000원, 어린이(3세~초등학생) 3,000원
* 장애인, 만65세 이상 할인 및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60% 이상 할인 적용. 
○ 홈페이지 : www.koreanstonemuseum.com
○ 문의 : 02-98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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