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한산 자락에 도자기 굽던 가마터가 있다?!
발행일 2020.10.19. 10:54
자연 속의 흙으로 모양을 내고, 불에 구워지는 과정에서 도자기는 도공의 혼이 어우러져 더욱 견고하고 단단해진다. 유약을 바르고 채색을 하는 과정에서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다. 도자기 가마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경기도 광주, 이천, 전라도 강진 등일 테다. 그런데 서울에도 가마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한양도성 밖 수유동(산 127-1번지 일원)과 우이동(산 21-1, 21-2번지 외)에서 조선시대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가 발견되었다.
수유동 분청사기 가마터 전경 ⓒ문화재청
북한산 일대에 가마터가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고려 말 왜구의 잦은 출몰로 인해 전남 강진에 있던 왕실용 가마가 초토화되었다고 한다. 이 때 도공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안전한 장소를 찾다가 서울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강진의 상감청자 생산이 쇠퇴하고 분청사기 생산이 증가하는 시점에 도성에 인접한 위치에 가마터가 형성된 것이다.
용문매병편과 명문 자기류 ⓒ문화재청
14세기 후반에서 15세기 초반(고려말에서 조선초기)에 운영된 것으로 추청되는 이 터는 상감청자에서 분청사기로 이행하는 도자생산의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지금까지 조선 왕실에 공급하는 자기를 제작하는 가마터는 전라도 및 경상도 지역으로 인식되어왔다. 수유동 가마터에서 명문(名文)자기와 용문매병 편 등이 발견되어 관요(官窯)가 설치되기 이전에 왕실 공급용 자기의 제작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강북구청 1층에 가마터 구조와 태토빚음 받침과 도침 설명이 안내되어 있다. ⓒ김미선
수유동 분청사기 가마터는 아궁이에 계단이 없는 단실요(單室窯)의 형태를 띤다. 아궁이의 열이 경사지를 옆으로 지나면서 그릇을 익힌 후,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의 가마이다. 가마터에서는 태토빚음 받침과 도침을 이용해 포개구이(가마바닥을 수평으로 만들어 그릇을 포개어 쌓는 방법)를 했다.
가마의 규모는 전체 약 19.8m, 최대너비 1.5m에 이르는 대형가마였다. 가마는 동서방향으로 구축되었는데, 입구인 회구부(灰丘部)와 아궁이 및 연소실, 소성실과 폐기장, 온돌 등으로 구성되었다. 발견 당시, 가마의 앞부분은 잘 남아있었으나 뒷부분은 많이 훼손되어 붉게 탄 바닥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궁이 우측에서 폐기장이 발견되었는데, 여러 종류의 자기편이 출토되어 이 지역에서 도자기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유동 분청사기 가마터 ⓒ강북구청 홍보전산과
이 지역은 도자기의 재료가 되는 흙, 도자기 굽는데 필요한 나무, 북한산 계곡과 우이천 등에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조선 초기 한양을 소비지로 하는 도자기 생산 가마터가 발견되어 문화와 역사의 고장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수유동 가마터는 도성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요업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성이 입증되어 서울시기념물 제36호로 지정되었다.
2012년에는 우이동에서도 가마터가 발견됐다. 우이동 가마터는 청자가마터로 아궁이 앞에 불을 피우는 공간과 아궁이, 소성실, 연도부로 이루어졌다. 폐기장에서 다량의 청자 파편과 가마벽 파편 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발굴조사 이후 보존을 위해 흙으로 덮어놓은 상태다. 등산로를 우회시켜 가마터를 보존하고, 원형 그대로 복원하여 현장학습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북구청 1층에 가면 수유동 가마터와 우이동 가마터 설명과 발굴된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김미선
강북구청 1층 입구에는 오고가는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수유동 가마터와 우이동 가마터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가마터 주변을 복원해 북한산 둘레길을 찾는 주민들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한편 강북구 역사 트래킹 코스로 소개된 ‘수유동분청사기가마터’는 강북구 문화해설 프로그램 1코스 ‘독립으로의 열망이 가득한 순례길’ 이준열사묘역과 신익희선생묘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문화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강북구 역사 트래킹 코스로 소개된 수유동분청사기가마터. ⓒ강북구 문화관광
강북구 문화관광해설 코스는 ‘민주화의 발자취를 담은길’, ‘북한산 소나무의 짙은 솔향기 가득한 길’ 등 총 3개의 코스를 탐방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중단되었던 강북구 문화관광해설이 최근 다시 재개되었다. 해설을 듣고 싶다면 방문 최소 3일전(10인이상 단체는 5일전)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된다.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지만, 신청인원 3인 미만 모집 시 예약이 취소될 수 있다.
강북구 문화관광해설은 3코스로 진행한다. ⓒ강북구 문화관광해설
문화관광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여자 및 문화관광해설사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 등 방역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용료는 무료이나 박물관 등 별도 문화체험료는 개인 부담이니 참고하자. 강북구청 문화관광체육과(02-901-6216)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끝나고, 긴 어둠의 시간이 지나 마음 편하게 탐방하며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바라본다.
■ 강북구청
○ 위치 :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89길 13
○ 홈페이지 : http://www.gangbuk.go.kr/
○ 문의 : 문화관광체육과, 02-901-6216
○ 가마터 관련 해설 홈페이지 : 강북구 문화관광, 강북구 문화관광해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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