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한글… '훈민정음 해례본 이야기'展

시민기자 김재형

발행일 2020.10.07. 14:34

수정일 2020.10.07. 14:44

조회 1,103

학창시절, 영어와 한자는 물론 제2 외국어로 독일어까지 배워야 했다. 당시엔 신문에 일상적으로 적혀 있는 한자를 알아야 교양있는 사람으로 평가 받았다. 뿐만 아니라 티셔츠에 적혀 있는 상호 등은 영어로 표기돼 있어야 세련된 느낌을 발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글에 대한 자긍심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촌스럽다는 생각이 조금씩 자리했다.

이처럼 그 시절 문화사대주의가 언어와 글에도 녹아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세계 속의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 헐리우드 스타들이 한글이 적힌 가방, 티셔츠, 모자를 착용한 모습도 포착된다. 과거를 생각하면 정말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로 기분이 좋아진다. 신문을 가득 채웠던 한자는 자취를 감췄고 외래어보다 한글을 사용하려는 사회 운동도 활발하다. 한국의 드라마와 대중음악(K-POP)이 해외로 뻗어나가며 한국 노래를 부르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생기고 있다.

필자는 한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어원인 한자 학습을 자녀들에게 시키고 있다.

필자는 한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어원인 한자 학습을 자녀들에게 시키고 있다. ©김재형

한글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고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우리 스스로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는 한글날을 기념해 시청 옆 서울도서관에 한글의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 이야기를 전시 중이다.

서울도서관 정문 좌우로 훈민정음 해례본 이야기가 전시돼 있다.

서울도서관 정문 좌우로 훈민정음 해례본 이야기가 전시돼 있다. ©김재형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서울도서관으로 향하니 출입문 좌우로 훈민정음 혜례본 이야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벽 쪽에 붙어 있는 이야기는 10개, 세로 현수막 이야기는 8개 있으며 서울도서관 출입문 양쪽에도 설명글이 총 2개 마련됐다. 이야기마다 숫자가 찍혀 있는데 벽 쪽 이야기는 1~20번까지, 세로 현수막은 21~28번까지 적혀 있다. 각각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니 한글에 대한 몰랐던 상식도 생기고 자긍심이 커진다.

이야기마다 번호가 적혀 있어서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야기마다 번호가 적혀 있어서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다. ©김재형

시청 앞 광장과 바로 연결된 서울도서관 주변은 퇴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평소보다 드물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집회신고로 어수선해지면서 주변에 경찰들이 근무하는 등 분위기 때문인 듯했다. 이날 문 닫힌 서울도서관에 들어가려다가 헛걸음하는 시민들은 가끔씩 있었는데 훈민정음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서울도서관 외벽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기는데 그 안쪽에 우리 고유의 한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으니 제법 잘 어울리는 듯하다. 만약 지나가다가 이곳을 들르게 된다면 마음에 드는 이야기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도 좋겠다. 이번 전시는 10월 18일까지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에 대해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수막에 훈민정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소개돼 있다

현수막에 훈민정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소개돼 있다. ©김재형

여러 이야기들 가운데 필자의 눈에 가장 띈 건 훈민정음 해례본을 이용준이라는 분이 기적적으로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한 간송 전형필 선생은 해례본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큰돈을 주고 사들여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잘 지켜냈다. 현재 성북구 소재의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다니 나중에 한번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런 드라마틱 한 행운이 없었다면 후손들은 해례본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냈을 텐데 너무나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도서관 끝자락에 붙어 있는 내용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서울도서관 끝자락에 붙어 있는 내용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김재형

우리 역사 속에서 한글은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민족성을 없애고자 한글 말살 정책을 펼쳤다. 당시 한글 교육이 금지됐고 창씨개명 등 수많은 고난이 시작됐다. 이에 굴하지 않고 선조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한글에 대한 연구와 보급을 지속했다.

서울도서관 출입문 양 옆에도 훈민정음과 관련된 내용이 소개됐다.

서울도서관 출입문 양 옆에도 훈민정음과 관련된 내용이 소개됐다. ©김재형

필자는 전시를 보며 ‘만약 지금 우리에게 한글이 없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다 선조들의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시대가 변하면 언어도 바뀌기 마련이다. 한글의 역사에 대한 지식을 갖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세계 속에서 한글은 더욱 가치를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 '훈민정음 해례본 이야기' 전시
○ 기간 : 2020. 9. 28(월) ~ 10. 18(일)

○ 장소 : 서울도서관 외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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