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달라진 청년 여성의 일자리 고민, 해결책은?
발행일 2020.08.28. 11:22
“공공시설인 청소년센터가 휴관됨에 따라 올해 예정되었던 공방 용역계약이 취소되었습니다. 청소년센터, 음악 공연, 백화점·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3개의 일을 맞물려 하고 있었는데 모두 코로나 영향을 받게 된 것입니다. 생활비가 없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것 때문에 10일 이상 고용보험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고용위기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콜센터, 강사, 가이드 등 대면 서비스 직군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청년, 여성들은 코로나19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의 현 주소를 파악하는 '코로나와 나의 일' 온라인 포럼을 열었다 Ⓒ서울시
지난 8월 26일 열린 ‘2020년 서울시 여성일자리 온라인포럼 - 코로나와 나의 일’은 일자리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펴보는 기회였다. 지난 5월 ‘코로나19가 가져온 여성일자리의 위기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 이어 마련된 두 번째 자리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여성능력개발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한파를 겪고 있는 청년, 여성들의 실제 사례와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으로 구성됐다.
서울우먼업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gBoqOxmyGXdsJa6G8pRIwQ)에서 두 시간가량 실시간 중계되었다. 장소의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평소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염두에 둔 2, 30대 주변 친구들의 고민을 많이 접했던 터라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더욱 관심이 갔다.
'코로나와 나의 일' 온라인 포럼 포스터 Ⓒ서울시
먼저 포럼 1부에서는 실제 일자리 위기를 겪은 청년 여성들이 생생한 경험담을 나눴다. 이들은 청년 N잡러, 극단Y 대표, 해외여행 기획자 등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각자의 소신에 따라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지만, 비정규직의 고충은 물론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감당해 왔다.
해외여행 기획자 박지훈(35세)은 "내가 원하는 일 하나를 위해 그 뒤의 해야만 하는 자잘한 일들이 너무 많다"라며 "프리랜서 생활은 프리하지 않다"라는 현실을 강조했다. 연극계에서 활동하는 강윤지 연출가(29세)는 "무조건 무료로 공연이 송출된다면 연극인들의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으로 되려 입지가 축소된 소규모 극단의 사례를 털어놨다. 공연예술 스트리밍을 활성화하기 전에 초상권, 저작권, 송출기간 등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작사가, 브라질 음악 연주자, 생태미장, 청소년센터 강사 등 다양한 재능을 펼치며 살아가는 강화경(25세)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계약 취소와 임금체불 등을 줄줄이 겪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유로 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그는 "다양한 범주의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라며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삶과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청년 여성들이 '코로나로 달라진 나의 일'을 주제로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 Ⓒ서울시
이어 2부 순서로 ‘코로나 시대, 다시 일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을 좌장으로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은혜 관악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홍진아 빌라선샤인 대표,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재현 서울시 여성일자리팀장이 토론에 참여해 필요한 지원정책, 실질적인 대안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빌라선샤인의 홍진아 대표는 "2019년 5월부터 1,000명 정도의 유료 멤버들을 만났고, 처음에는 ‘직장 다녀요’라고 말하는 분이 많았는데 올해부터는 ‘프리랜서 혹은 이직 준비 중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분들이 더 늘어났다”라며 일자리에 대한 가치관, 접근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노동시장과 기존의 사회정책이 부정합하다는 측면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드러난 것 같다”라며 “프리랜서들이 겪는 위험 부담과 자기계발 투자의 사유화를 공공영역에서 보장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서의 권리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부에서는 전문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서울시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의 일자리는 대면 노동이면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며 아이 돌보미, 가사 서비스, 방과후학교 교사 등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방과후학교 교사의 평균 학력, 제도에 대한 인지도 등은 높게 나타났지만 각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코로나19 전후 직업의 만족도 저하 폭이 매우 컸다.
안타까운 점은 이들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서울시 여성인력개발기관 등 공공기관들 역시 코로나19로 휴관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딩, 펫시터 교육 등 지원사업을 통해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플랫폼을 창업하는 등 위기를 탁월하게 극복한 여성들의 사례는 기운을 북돋워주는 이야기였다.
시민들 역시 실시간 댓글 창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각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정말 많다”, “경험을 나누니 위안 받는 느낌이다”, “전문성 있는 프리랜서 분들이 온라인 직강에 참여해 주면 일자리, 교육의 갈등이 해결될 것 같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남기며 토론에 활력을 더했다.
실시간으로 중계된 온라인 포럼에는 누리꾼들도 댓글로 궁금한 점, 의견 등을 더하며 관심을 보였다 Ⓒ서울시
이외에도 온라인 포럼에서는 전자책 자료집을 배포했다. 사람을 만나지 못해 고립감을 느낀 프리랜서 디자이너, 출국일이 불투명해진 국제기구 활동가,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는 항공사 승무원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사례와 ‘디지털 자본주의시대 좋은 일자리와 소득보장’, ‘지속가능한 여성일자리를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등 연구 기고도 무료로 공개했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정부와 함께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 사업’을 통해 약 2,000개의 공공일자리를 발굴을 마쳤다. 아울러 내년에는 공공일자리 DB 구축, 코로나19 피해 직군 여성일자리 상담 및 전직을 위한 창구 확대 개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에서는 여성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 지자체 최초로 ‘성평등 임금 실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올해 7월부터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하고 있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및 민간기업 등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점검 진단표도 함께 수록한 실용적인 지침서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제작한 성평등임금 실천 가이드라인 Ⓒ서울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10.7%에 육박했다. 21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자원이 적은 여성, 청년에게 충격의 여파가 더 거셀 것이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얼마 전 필자의 오랜 동네 친구도 고군분투 끝에 가까스로 이직에 성공했다. 그가 ‘얼마 만에 받아보는 월급이냐’며 기뻐하던 모습에 덩달아 힘이 났던 기억이 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여성들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통해 정당한 대우를 받고 활기찬 경제활동을 지속하기를 바란다. 무엇이 문제인지 직면하는 것부터 첫 단추가 될 수 있겠다. 올해 벌써 두 번째 열린 여성일자리 온라인 포럼을 통해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차근차근 고민해볼 수 있었다.
☞ 2020년 서울시 여성일자리 온라인 포럼 다시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m0PH1td5b4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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