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이렇게 바뀌었네!' 용답동 골목길 산책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8.14. 15:10

수정일 2020.08.14. 17:43

조회 5,485

서울 시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층아파트 단지를 성동구 용답동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은 저층 다가구주택이 밀집된 오래된 동네다. 솟아있는 고층아파트 단지나 네모반듯하게 포장된 도로는 없지만, 비좁은 골목길 사이로 사람사는 냄새가 느껴진다.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가까웠던 옛날 인심이 그대로 살아있을 것만 같은 그런 동네다. 

어릴 적 주택가에 살았던 필자는 마치 유년 시절로 되돌아가 골목길을 누비는 것 같았다. 그런 용답동이 변신 중이다.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용답동 21길 일대의 골목길이 달라졌다.

골목길 재생하기 전의 용답동 골목길이다.

골목길 재생하기 전의 용답동 골목길이다 ⓒ윤혜숙

오래되고 낡아서 흉물스러운 주택이나 골목을 흔적도 없이 허물어버리던 시절이 있었다. 새로이 주택을 짓고 골목길을 단장하자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다. 오랜 세월 그곳에 삶의 터전을 일구면서 살아왔던 지역주민들이 떠나야만 했다. 지역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주민을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이유로 최근엔 재개발보다 재생을 선호하고 있다. 용답동 골목길 재생사업은 사업 초기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했다.

성동구는 시 지원비를 받아서 지난해 용답21길 골목 123m 구간과 인근 13개 주택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소방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골목길 폭을 대폭 넓혀 정비했다. 주변 주택의 대문과 담장을 낮추고, 건물 외벽을 정비해 벤치와 화단 등을 조성했다. 올 상반기 32억 원의 별도 예산을 투입해 골목길 시범사업 구역 인접 공간에 ‘용답 마을마당’을 조성해 주민 모두가 밝고 쾌적한 골목길 쉼터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용답동을 직접 방문했다. 예전 같았으면 주소만으로 쉽게 찾아가기 어려웠을 동네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다. 도착지로 ‘용답21길’을 입력하니 지도상에 경로가 표시된다. 전철 2호선 용답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니 왼쪽에 너른 마을마당이 나타난다. 이곳이 골목길 재생사업 현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변의 골목길과 확연히 달라 보였다. 어떤 점이 바뀌었을까?

골목길 재생으로 바닥과 대문이 화사하게 바뀌었다.

골목길 재생으로 바닥과 대문이 화사하게 바뀌었다. ⓒ윤혜숙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르신께 골목길 재생사업으로 달라진 부분이 무엇인지를 여쭤봤다. 먼저 시커멓고 울퉁불퉁했던 길바닥에 보드 블록을 깔아서 평평하게 바꿨다. 더구나 보드 블록이 밝은색이어서 골목길이 환해졌다. 세월에 바래 녹이 슨 철제대문을 갈색이나 진녹색으로 통일감 있게 변신했다. 대문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마치 새로 지은 집처럼 보였다.

골목길 재생으로 담벼락이 깨끗하게 바뀌었다.

골목길 재생으로 담벼락이 깨끗하게 바뀌었다. ⓒ윤혜숙

담벼락 아래에 ‘청결약속지점’을 표시해뒀다. 쓰레기봉투에 담은 쓰레기를 정해진 장소에 버리겠다는 약속의 표시다. 담벼락 곳곳에 낙서하듯 휘갈겨 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이 필요 없어졌다. 밋밋한 담벼락 사이에는 화단을 조성했다. 동네 주민이 물을 주고 가꾸어나가면 삭막한 골목길 모퉁이에서 싱그런 풀내음 나는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담벼락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다.

담벼락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다. ⓒ윤혜숙

담벼락에 소화기도 설치했다. 비좁은 골목길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화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불이 나면 대피가 먼저지만 골목길 안에 작은 불씨를 목격한다면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누구든 소화기를 꺼내어 화재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다.

골목길 재생으로 골목길 모퉁이에 긴 의자가 놓여 있다.

골목길 재생으로 골목길 모퉁이에 긴 의자가 놓여 있다. ⓒ윤혜숙

담벼락이 끝나는 곳은 너른 마을마당과 연결된다. 이곳에 긴 의자를 둬서 주민들의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필자처럼 골목길을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너른 마을마당에 놀이터가 있다.

너른 마을마당에 놀이터가 있다. ⓒ윤혜숙

너른 마을마당 가운데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를 설치했다. 놀이터라고 하면 떠오르는 미끄럼틀, 그네, 시소의 3종 세트가 아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놀이시설이다.

구급차가 드나들 만큼 골목길의 폭이 넓어졌다.

구급차가 드나들 만큼 골목길의 폭이 넓어졌다. ⓒ윤혜숙

용답역 2번 출구에서 들어오는 골목길은 119구급차가 지나다닐 수 없을 만큼 좁았다. 이번에 구급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골목길의 폭을 넓혔다. 바닥에 ‘여성 안심귀갓길’이라고 쓰인 문구까지 있으니 안전과 방범까지 갖췄다.

골목길 재생사업만으로도 동네가 완전히 달라 보였다. 사람이 지나다니기에 우중충했던 골목길이 화사하게 바뀌니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자꾸만 두리번거리며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는 용답동 골목길 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용답상가시장 일대와 주변지역은 서울시 ‘저층주거지 집수리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집수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택성능개선지원구역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사용승인 후 20년 이상 경과된 저층 주택이 60% 이상인 관리형 주거환경관리사업 예정지이거나 정비구역 해제지역, 경과•고도지구, 골목길 재생사업 구역, 자치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구역 등은 도시재생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주택성능개선지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집수리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내년 이맘때 용답동이 얼마나 변신해 있을까? 용답동 저층 주거지와 그 사이로 난 골목길이 깨끗하고 쾌적하게 바뀐다면 동네 주민들뿐만 아니라 누구든 즐겨 방문하는 동네가 될 것이다. 용답동의 변신은 서울시와 성동구의 합작품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골목길 재생사업과 서울가꿈주택사업으로 용답동과 같은 변신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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