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구경엔 '백인제 가옥' 빼놓을 수 없지~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0.08.14. 10:38

수정일 2020.08.19. 10:26

조회 1,991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사전예약을 일시 중단하고 별도 안내 시까지 임시휴관합니다.

여름 휴가를 맞아 지방에 거주하는 사촌이 필자가 있는 서울에 놀러왔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촌은 이번 기회에 북촌 일대의 유서 깊은 장소들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함께 나들이 코스를 짜던 중 일제강점기 시절에 지어진 ‘백인제 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암살’의 촬영지로 익히 들어왔던 터라 호기심이 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로 문의해보니 사전예약자에 한해 개방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예약을 한 뒤, 예약 시간에 맞추어 백인제 가옥을 찾았다.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된 백인제가옥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된 백인제가옥 ©강사랑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차한 북촌은 예로부터 권문세가가 모여 살던 곳으로 알려져있다. 오늘날에는 서울의 과거와 현대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동네로 손꼽힌다. 백인제 가옥은 북촌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우뚝 솟은 솟을대문이 집주인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우뚝 솟은 솟을대문이 집주인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강사랑

"취운정이 잇는 가회동 골목으로 작거 올너가다가 화동 좁은 엽 골목길을 조곰 드러서노라면 '이런 골목에도 저런 아방궁이 언제 생겻든가' 하리 만치 아라비안 나잇트에 나오는 궁성가튼 크다란 순조선식 화려한 주택 한 채가 노엿스니... " 삼천리 제7권 제10호, 1935. 11. 1

일본식 취향이 돋보이는 화려한 사랑채

일본식 취향이 돋보이는 화려한 사랑채  ©강사랑

옛 기록의 표현 문구처럼 마치 작은 궁궐을 떠오르게 하는 당당한 규모가 인상적이다. 조선 사대부가의 솟을대문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 대문을 들어서면 크고 화려한 사랑채가 방문객을 반긴다. 전체영역에 유리문을 달았고 사랑채 앞으로 넓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당시 상류층의 생활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유리문을 달고 서양식 고급 가구들을 비치해 놓은 사랑채

유리문을 달고 서양식 고급 가구들을 비치해 놓은 사랑채  ©강사랑

백인제 가옥의 첫 번째 소유주는 한성은행 전무 한상룡이다. 대표적인 친일파로서 영화 ‘암살’에서 배우 이경영이 연기한 강인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1913년에 주변가옥 12채를 사들여 마련한 907평의 큰 대지에 압록강 흑송을 자재로 이용하여 가옥을 건축하였다고 전한다.

사랑채 정원은 당대 고위 인사들과 교류하는 사교의 장으로 활용되었다

사랑채 정원은 당대 고위 인사들과 교류하는 사교의 장으로 활용되었다. ©강사랑

전통 한옥과 달리 유리와 벽돌 같은 근대 건축재료가 쓰이고, 당시 예가 거의 없는 2층 공간도 지었다. 또한 사랑채와 안채가 확연이 분리되는 전통 한옥과 달리 안채와 사랑채가 복도로 연결되어있는 것도 백인제 가옥만의 특징이다. 한상룡이 소유주였던 시절 사랑채 정원에서는 데라우치, 하세가와 같은 조선총독, 야마가타 정무총감, 석유왕 록펠러 2세 등 당대 고위 인사들이 교류하는 가든 파티가 종종 열렸다고 한다.

한상룡이 건립한 이 가옥은 1928년 소유주가 바뀌게 되는데, 한성은행으로 소유자가 바뀌고 나서 한동안 사용되지 않았다가 1930년부터는 천도교도의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1935년에 개성출신 언론인 최선익의 소유가 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집안의 안주인이 거처하는 안채는 한옥 중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다.

집안의 안주인이 거처하는 안채는 한옥 중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다. ©강사랑

이 가옥은 한상룡, 최선익을 거쳐 외과의사 백인제 박사가 소유한다. 1944년부터 거주했던 백인제 박사의 이름을 따서 ‘백인제 가옥’이라고 불린다. 그의 비극적인 납북 이후 백인제 가옥은 백인제 박사의 부인인 최경진이 맡아서 관리해오다가 2009년 서울시에서 인수했다. 2015년 10월부터 서울 시민에게 공개되어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별당채

북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별당채  ©강사랑

사랑채 뒤쪽으로 난 아름다운 오솔길을 오르면 작은 별당채에 이른다. 백인제 가옥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건물로 주인의 개인적 휴식공간이다. 높다란 누마루가 있어서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평소라면 전시해설가와 함께 별당 내부에 들어가 경치를 즐길 수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내부에 들어갈 수 없어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영상 전시실 모습

영상 전시실 모습  ©강사랑

백인제 가옥 내에는 방문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 전시실과 영상 전시실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 백인제의 장녀 백향주 등 백인제 가(家) 사람들이 증언하는 시대적 상황과 숨겨진 이야기를 듣노라면 마치 193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느낌이 든다.  납북된 백인제 박사를 그리워하는 남은 가족들의 심경이 전해져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재래식 부엌과 온돌 등 당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존하여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백인제 가옥은 공공가옥으로 누구나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백인제 가옥은 공공가옥으로 누구나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강사랑

여러 번 소유자가 바뀌면서 가옥의 성격도 여러 번 바뀌었다. 마지막 소유주인 백인제 박사 시절 가옥은 금슬 좋은 부부와 육남매의 희노애락이 켜켜이 쌓여있는 보금자리였을 것이다. 이제 백인제 가옥은 공공한옥으로서 시민이라면 누구나 발걸음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구조상 외부와 완벽히 차단되어 있어서 고즈넉함이 남다른데, 방문 당일에는 비까지 내려 전혀 다른 세계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덕분에 같이 동행한 사촌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백인제 가옥은 안전을 위해 사전예약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 세 차례 관람이 진행되며 1회에 1명에서 4명까지 신청가능하다. 예약 접수는 오는 18일까지이다. 코로나 19 유행으로 인해 언제든 변수가 생길 수 있는만큼 관심이 있다면 지금 예약하여 발걸음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된다면 북촌의 또다른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 백인제 가옥 관람 안내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7길 16 (가회동 93-1)

○ 교통 :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헌법재판소 방향 500m 재동초등학교 좌측 건너편

○ 관람시간 : 매일 09:00 -18:00

○ 휴관일 : 1월 1일, 매주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 백인제 가옥 관람 사전예약 바로가기

○ 문의 : 02-724-0232, 0200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사전예약을 일시 중단하고 별도 안내 시까지 임시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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