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변화한다" 다시 만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

시민기자 정유리

발행일 2020.08.10. 11:38

수정일 2020.08.10. 17:49

조회 2,15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 리뷰전 내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 리뷰전 내부 ⓒ정유리

지속하는, 움직이는, 혼합하는, 재생하는, 참여하는, 적층하는...6개 동사로 도시 문제 구분 

'행동하는 도시들 (City as Verb)' 전시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도시전’을 재조명한다.

작년 9월에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건축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건축 프로젝트가 도시를 바꾸는데 기여한 사례를 소개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도시전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건축가, 연구자, 기관, 정부가 개입하여 풀어나가야 하는 의제를 다루었다. 작년 도시전을 재기획한 전시는 9월 20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갤러리 3에서 관람할 수 있다. 당시 참여했던 80개의 도시 중, 17개의 도시가 변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는 오랜 기간 동안 각각의 문제, 의사결정과정, 그리고 이에 따른 결과가 합쳐져 나타난 ‘집합적 결과물’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건물’ ‘도로’ 등 명사를 떠올리는데, 도시를 동사와 연결하면 참여성과 능동성을 가진 도시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지속하는’, ‘움직이는’, ‘혼합하는’, ‘재생하는’, ‘참여하는’, ‘적층하는’. 총 6개의 동사로 각각 도시가 중요시하는 문제를 구분한다.

종이를 접은 듯한 모양을 가진 파빌리온은 딱딱하지 않고 유동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종이를 접은 듯한 모양을 가진 파빌리온은 딱딱하지 않고 유동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정유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내부와 전시물의 조화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내부와 전시물의 조화 ⓒ정유리

전시장은 6개 동사 키워드로 나누어져 구성되었다. 비움홀 한가운데에 건축 패널을 계단식으로 접어 놓은 듯한 파빌리온이 놓여 있었다. 파빌리온 내부, 전시장 벽면, 천장, 바닥까지 사용하여 여러 도시를 한곳에 밀집하여 보여주었다. 높이와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여러 각도를 가진 면이 겹쳐진 것이, 마치 도시의 역동성을 나타내는 듯하였다. 각자 가지고 있는 의제 및 해결방안은 달랐지만, 그들의 공유하는 목표는 바로 사람 중심적이며 장기적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도시별 의제 및 해결책을 독특한 시각적 자료를 이용해 표현하였다.

케냐 나이로비 교통체제의 현실을 담은 내용이다. 글을 읽기 위해선 고개를 위로 들어야 한다. ⓒ정유리

케냐 나이로비 교통체제의 현실을 담은 내용이다. 글을 읽기 위해선 고개를 위로 들어야 한다. ⓒ정유리

케냐 나이로비, 브라질 상파울루...변화하고 있는 도시들

케냐 나이로비는 천장에 패널을 설치하고, 벽면에 영상을 띄우는 방식으로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다루었다. 나이로비는 인구과밀화가 심한 곳이다. 하지만 대중교통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급격히 발전하고 과밀화되는 도시의 요구를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도보를 이용해 통근을 하고, 고소득층은 민간 교통을 이용하는데, 차가 막히는 아찔한 도로의 모습을 영상에서 다루고 있다. 고개를 들어야 본문을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나이로비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상파울루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섹션 창 너머 로스앤젤레스가 보인다

상파울루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섹션 창 너머 로스앤젤레스가 보인다 ⓒ정유리

브라질 상파울루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업이 발달하고 큰 도시발전을 이루었다. 공장시설이 크게 늘어났는데 현대에 와서는 서비스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산업체가 빠져나가고, 공업시설은 빈 공간이 되었다. 저렴한 복합시설 및 주거지역으로 리모델링하여,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실내 전시였지만 넓게 펼쳐진 지도를 보고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시에서 관리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시민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만화로 표현하였다. 로스앤젤레스는 대중교통 사용하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민간이 운영하는 자율주행 서비스에 치우쳐 있다. 현 상황처럼 시장에만 교통체제를 맡긴다면 사용자가 한 계층에 쏠리거나 바람직한 도시교통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공적인 개입이 일어나면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로스앤젤레스, 케냐 등의 사례를 들어 시민들이 도시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통적인 도시개발과 시민참여를 혼합하는 브라질의 아이디어를 소개하였다.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서울시 프로젝트들. 버려진 산업시설을 새롭게 활용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서울시 프로젝트들. 버려진 산업시설을 새롭게 활용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정유리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여러 도시들의 의제를 살피다 보면, 마지막으로 서울시 섹션이 나온다. 서울시는 프로젝트 서울 공모전을 통해 버려진 산업시설을 새롭게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모았다. 과거에 쓰였던 빗물펌프장, 수명을 다한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공공공간이나 주거지역으로 쓸 것을 제시했다. 헌 공간에 새로운 용도를 부여함으로써 디자인, 구조적인 혁신, 그리고 프로그램을 ‘적층하는’ 것이다.

행동하는 도시들 수요세미나에서는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알리고 토론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행동하는 도시들 수요세미나에서는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알리고 토론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정유리

세미나로 만난 '행동하는 도시들'

7월 15부터 8월 5일까지 행동하는 도시들 수요세미나가 열렸다. 서울,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파리, 제네바 소속 도시∙건축 전문가들이 도시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소개하였다. 매 세션마다 방법론, 어려움, 한계점 등에 대한 궁금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어려운 정황상, 해외에 있는 전문가들을 화상으로만 만나볼 수 있었다. 현장 및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되었으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녹화본을 언제든 볼 수 있다.

첫 번째 세미나는 프랑스 파리의 “리인벤터 파리”와 “공유도시화”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리인벤터 파리 사업은 기존의 부동산 매각, 임대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의 적합성, 프로그램의 혁신적 척도에 따라 가격을 매긴다. 사용 측면, 미래를 예측하고 적응하는 측면, 참여와 협의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 등 9가지 선정 기준을 통해 까다롭게 선정된다. 채택된 프로그램으로는 팹랩, 공동주거, 공동사무실 등이 있다. 공유도시화(co-urbanism)는 도시를 능동적으로 바꾸는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도시전문가, 건축가, 예술가, 그래픽디자이너, 사회적디자이너가 시민들과 협업한다. 건설현장을 지역사회에 공개하고 건설 과정까지 함께한다. 도시나 건축은 여러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어 연대해야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공유도시화는 초기 단계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만들어진 장소는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 노숙자들을 위한 여가공간으로 쓰인다

8월 5일 세미나는 서울의 “2045 서울도시공간플랜”와 “박물관의 갈등과 혁신”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앞으로 서울은 기후변화와 인구고령화로 점점 더워지고, 늙어가고, 침체할 것이다. 통용되는 기술이 변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와 도시공간 형성의 바탕이 될 것이다. 현재 서울의 공공시설은 문화적, 건축적 질은 높으나 접근성이 떨어져, 한 지역에만 편중되어 있다고 한다. 해결책으로 “서울 도시별자리”를 제시하였는데, 하늘의 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흩어진 주민시설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이 언젠가 마주할 상황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고, 새로운 공공공간을 아이디어를 발전, 실행시키는 중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연구소(Het NieuweInstituut)는 관객을 박물관 안으로 초대하여 전시를 기획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보여주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전시는 완성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실험하는 과정이다. 건축 프로세스에 여러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독특한 전시기획으로 도시건축 속 젠더, 노동권, 주거권 문제를 탐구한다.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자료집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자료집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정유리

도시는 계획을 세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갈 방향을 수정하고, 미래를 대비한다. 한 사람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는가? 수요세미나에서 언급하였듯이,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라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 우리가 도시에서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이상,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도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능동적으로 풀어나가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시민들의 필요에 알맞은 해결책을 찾고 반영해야 하므로, 다른 시민들도 이 전시를 보고 배우다 보면, 활발한 시민참여가 이루어져 풍요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 위치 :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9
○ 운영시간: 10:00 ~ 18:00 (입장마감 17: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인경우 다음날) 1월 1일, 설날,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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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02-736-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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