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두 영웅을 만나다 '손기정 체육공원'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8.05. 12:54

수정일 2020.08.06. 09:34

조회 1,752

1936년 8월 9일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종목에 참가한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가 나란히 1, 3위를 차지한 쾌거를 이룬 날이다. 일제강점기 아래 억눌려 있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하고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일대 사건이었다.

만리동 고개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손기정체육공원 정문 전경

만리동 고개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손기정체육공원 정문 전경 ©염승화

이 일을 기억하고 기념하고자 만든 공간이 중구 손기정로에 있는 손기정 체육공원이다. 지난 1987년 손 선수의 모교인 양정고 터에 처음 세워졌다. 마침 학교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부지 약 29,700㎡(약8,980평)를 활용한 것이다. 리뉴얼 공사에 들어갔다가 얼마 전에 부분 개방한 공원을 찾았다.

꽃이 만발한 언덕길을 오르면 손기정 선수의 모교인 옛 양정고가 있다.

꽃이 만발한 언덕길을 오르면 손기정 선수의 모교인 옛 양정고가 있다. ©염승화

정문을 들어서면 공원은 두 갈래로 길이 나뉜다. 하나는 먼발치에서 보더라도 빨간색 벽돌 건물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는 야트막한 언덕길이고, 다른 하나는 초록빛 짙은 숲이 우거져 있는 다목적 운동장 방면이다. 먼저 조그마한 정자가 보이는 비탈을 따라 오르기로 하고 발길을 옮겨갔다. 연변에는 나무수국이 하얗고 탐스러운 꽃들을 활짝 피우고 있다.

건물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뒤덮고 있는 기념관은 서울시가 선정한 '8월 미래유산'이다

건물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뒤덮고 있는 기념관은 서울시가 선정한 '8월 미래유산'이다. ©염승화

고풍스럽고 운치 있는 기념관과 문화체육센터 건물과 건물 사이

고풍스럽고 운치 있는 기념관과 문화체육센터 건물과 건물 사이 ©염승화

벽돌로 지은 건물은 손기정 기념관과 지역 주민들의 문화체육 공간인 손기정문화체육센터로 쓰이고 있다. 옛 양정고 터에 남아 있던 건축물을 리모델링 했다. 이 가운데 기념관은 원래 광진구 능동 옛 어린이회관에 있던 것을 손기정 선수 탄생 100주년인 2012년에 옮겨온 것이다. 손 선수와 관련된 기념물품들을 비롯해 그의 일대기 등 전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고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휴관 중이라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건물 앞뒤와 좌우를 오가며 천천히 살펴보았다. 인적이 드물어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와 더불어 푸른 잎들이 물결치듯 벽면을 덮고 있는 담쟁이덩굴이 인상 깊었다.

태극기를 새긴 손기정 선수의 입상

태극기를 새긴 손기정 선수의 입상 ©염승화

손기정 선수는 문화체육센터 옆 공터에서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월계관을 쓰고 두 손으로 투구를 쥔 채 시상대에 서 있는 손 선수를 조각한 동상이다. 손 선수의 얼굴은 왠지 편안해 보였다. 가슴에 이 땅의 아프고 슬픈 역사 상징인 일장기 대신 새겨져 있는 자랑스러운 태극기에 시선이 꽂히니 공연히 뿌듯해졌다. 동시에 필자는 일본 국기를 지워버리고 보도를 했던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이른바 ‘일장기 말소사건’에 게재된 사진 속 손 선수의 침울한 얼굴을 떠올렸다.

투구는 손 선수가 부상으로 받는 ‘고대 그리스 청동투구’를 말한다. 이 투구는 오랜 기간 독일 어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가 50년 후인 1986년 뒤늦게 손 선수에게 전달된 것이다. 손 선수가 국가에 기증한 투구는 문화 가치가 높아 보물 제904호로 지정되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84년전의 묘목이 거대한 대왕참나무로 우뚝 서 있는 월계관 기념수

84년전의 묘목이 거대한 대왕참나무로 우뚝 서 있는 월계관 기념수 ©염승화

다음으로 필자의 눈길이 멈춘 곳은 동상 아래 정원 모퉁이다. 그곳에는 유난히 키 큰 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부상으로 받아와 심은 나무,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다. 올림픽에서 쓰인 월계관은 보통 월계수 잎으로 만들었으나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대왕참나무를 썼다고 한다. 서울시기념물 제5호로 지정되어 있다.

안간힘을 쓰고 마라톤 역주를 하는 손선수의 역동적인 모습을 잘담아낸 동상

안간힘을 쓰고 마라톤 역주를 하는 손 선수의 역동적인 모습을 잘담아낸 동상 ©염승화

손 선수의 또 다른 얼굴은 다목적 운동장 트랙에서 만났다. 손 선수가 역주하는 역동적인 동작을 담은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골인 지점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달려가는 손 선수를 절로 생각나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주변에 녹지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다목적운동장 전경

주변에 녹지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다목적운동장 전경 ©염승화

러닝 중심 시설로 곧 개관하는 남승룡 러닝센터

러닝 중심 시설로 곧 개관하는 남승룡 러닝센터 ©염승화

다목적운동장 둘레를 끼고 나 있는 한적한 숲길을 지나 향한 곳은 공원 후문 앞에 있는 남승룡 러닝센터다. 손기정 선수의 뒤를 이어 당당하게 3위로 골인한 남 선수의 이름을 따 지은 러닝 중심 시설이다.

사색하기에 좋은 한적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색하기에 좋은 한적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염승화

손기정 체육공원은 게이트볼, 테니스장, 축구장 등 여러 체육시설뿐만 아니라 어린이도서관, 놀이터, 강당, 전시실 등 다양한 실내외 문화 시설까지 골고루 갖춘 복합문화 공간이다. 소위 ‘러닝의 성지’로 만들고자 그동안 재조성 공사 중이었으며 다음 달 정식 개방 계획에 있다. 인근 서울로 7017과 연계한 나들이 계획을 짜도 좋겠다.

■ 손기정체육공원
○ 위치: 서울시 중구 손기정로 101 (만리동2가)
○ 교통: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3번 출구 > 약 700m (도보 약 10분) > 손기정 체육공원 정문
○ 운영: 실외 24시간 / 실내 시설은 현재 임시 휴관 중
○ 입장료 : 무료
○ 문의: 02-3396-5894
☞ 관련기사 :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128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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