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나는 ‘세종대로 사람숲길’…빌딩숲이 진짜 숲으로!

시민기자 한우진

Visit2,039 Date2020.08.04 15:10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69) 키워드로 살펴본 ‘세종대로 사람숲길’

지난 7월 22일부터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이 시작되었다. 본 사업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서울역 교차로까지 1.5km 구간의 도로 공간을 재편하는 것이다. 차선 수를 줄이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며, 안전과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무릇 이름이란 뜻을 담고 있는 법. 이에 본 사업을 구성하는 키워드를 통해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의 의미를 알아보자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사업이 본격 시작되었다

7월 31일부터 본격 교통통제를 시작으로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사업이 본격 시작되었다

# 세종대로

세종대로는 도로명 주소 사업에 따라 지난 2010년 등장한 길 이름이다. 연배가 있는 분들에게는 세종로와 태평로, 남대문로가 더 익숙할 것이다.

세종대로는 조선시대 궁궐이었던 경복궁에서 남쪽으로 출발하는 도로이기에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세종대로는 전통의 상징인 광화문에서 시작하여, 신문물의 상징인 서울역에서 끝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상징하는 도로라고도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이후에도 정부중앙청사, 주요 언론사, 서울시청,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세종대로를 따라 세워졌다. 또한 서울광장, 덕수궁, 숭례문, 남대문시장 등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곳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길 주변의 명소들과 세종대로라는 큰 길을 엮어서 역사, 조경, 관광 등이 어우러지도록 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서울과 우리나라는 대표하는 장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 후 북창동

세종대로 교차로~서울역 교차로 구간의 차로 수는 줄이고 보행공간 및 녹색교통공간을 확대한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북창동 구간 조감도

# 사람

이같이 의미가 큰 세종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중심으로 길이 만들어져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갸우뚱하게 된다.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으로 인해 정비가 시행된 세종대로 사거리 북쪽과 달리, 남쪽부터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인도는 좋게 봐줘도 걷기 편한 길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일단 도심이라는 중요도에 비해 인도가 넓지 않다. 바쁘게 걷기만 하는 공간일 뿐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걷는 길은 아니다. 자전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신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개인형 교통수단(PM: Personal Mobility)에 대한 고려도 없다.

인도가 좁은 편이라 건물 1층 상점을 오가는 사람과 동선이 겹치기도 한다. 숭례문 화재사고 후 급하게 복원을 하다보니 숭례문 주변 보행 동선이 끊겨 있는 문제도 있다.

이렇게 세종대로는 사람을 배려한다는 점에서는 그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로지 차선을 늘려 자동차를 편하게 해준다는 개발시대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숭례문 보도(공사 전), 숭례문 앞 보도(공사 후)

숭례문 앞 보도 공사 전(좌)과  공사 후(우) 모습 

서울광장 공사 전, 서울광장 공사 후전

서울광장 공사 전(좌)과  공사 후(우) 모습 

# 숲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라는 노래가 나온 게 39년 전이다. 물론 지금도 가로수는 있지만, 시민들이 녹음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이번 사업에 가로수가 아닌 ‘가로숲’ 개념을 도입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팝나무, 느티나무, 청단풍 등 19종의 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높낮이가 다양한 관목, 초화류 등을 심어 본격적인 녹지대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의 가로수는 인도를 따라 전시물처럼 쭉 늘여 놓았다면, 새로 조성하는 가로숲은 여러 종의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공간을 보여줄 것이다.

특정 공원에만 나무숲이 있는 것과 시민들이 길을 걷다가 어디서든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같은 녹지대가 서울 중심부 세종대로에 형성된다면, 현재 서울시가 지향하는 생태도시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숭례문 교차로 공사 후

숭례문 교차로 공사 후 모습

# 길

무엇보다 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조선시대부터 존재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용하기 편리한 도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길은 종로구와 중구를 남북으로 이어주며, 차선 수가 매우 많다. 덕분에 조선시대부터 이 구간에 노면전차가 운행되었다. 또한 1974년 개통된 국내 최초의 지하철 1호선도 이 구간에 제일 먼저 설치되었다.

따라서 사업의 성패도 교통소통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시내 교통전광판에서 정보 제공, 각종 안내현수막 설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정보 안내 등을 통해 사업을 홍보해왔다.

또한 도심 교통량이 줄어드는 휴가철에 사업 시작, 공사 기간 최대로 단축, 출퇴근시간대 공사 중지 등을 통해 기존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통 신호체계의 탄력적 조정, 주요 교차로 교통경찰 배치, 불법주정차 단속 등에도 나선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 안내

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 안내

하지만 근본적이고 영구적인 대책은 불필요한 도심 통과 교통과 진입 교통을 줄이는 것이다. 원거리 통과 교통은 각종 도시고속도로를 통해, 중거리 통과 교통은 인접한 다른 길을 이용하도록 하고, 도심에 들어올 때는 자가용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원칙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1월 서울시가 도입한 녹색순환버스는 활용가치가 크다. 서울 도심을 구석구석 지나는데다 요금도 600원으로 절반이기 때문이다. 녹색순환버스 01번과 03번이 이 구간을 지난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디자인을 개선하고 차량도 전기차로 바꿀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 관련 기사 보기 : 전기차로 바뀌는 ‘녹색순환버스’…디자인 투표해주세요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1288681

‘세종대로 사람숲길’을 정리해보니 단어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역사와 전통이 근현대와 만나며, 사람 중심의 녹색길로 돌아올 세종대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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