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이용해보면 또 찾아요” 여성안심귀갓길 동행기

시민기자 강사랑

Visit537 Date2020.07.31 14:31

필자가 자주 가는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다. 밤 늦은 시각 퇴근해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자꾸 따라오더란다. 슈퍼도 가게도 없는 후미진 주택 골목이기에 그저 앞만 보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즈음 뒤에서 마치 신호를 보내듯이 헛기침을 연달아 했고, 같은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확 풀리더라는 웃지못할 이야기였다.

밤 늦은 시각 나홀로 귀가하는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밤 늦은 시각 나홀로 귀가하는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사랑

하루가 멀다하고 귀갓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들이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림동에서 홀로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가 원룸에 칩입하려고 시도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대전에서도 심야시간 홀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다 집 안까지 침입한 뒤 달아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을 노리는 강력범죄가 빈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안전을 위한 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여성안심특별시’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 안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제도도 그 중의 하나다.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는 말 그대로 여성의 안심귀가와 안전 취약지 순찰을 목적으로 시행된 서비스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서울형 뉴딜일자리 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올해 8년차에 접어든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는 해마다 꾸준히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인지도가 낮다. 제도를 알고 있어도 정보가 부족해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직접 현장을 찾아보았다.

근방에서 활동하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이 집결했다

근방에서 활동하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이 집결했다. ⓒ강사랑

밤 9시 30분, 한 파출소 앞에 노란 조끼를 입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일부 대원들은 서비스 예약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남 장소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는  ‘안심이앱’이라고 불리는 서울시 여성안심앱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이 날 만난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첫 이용자는 앱이 아닌 전화를 이용해서 신청했다고 한다. 만남 시간에 맞추어 만남 장소로 정한 00주민센터 버스정류장 앞으로 향했다.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는 2인 1조로 활동한다. 활동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로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이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만 활동하고 있다. 대원들은 서비스 특성상 지역 지리를 잘 아는 해당 지역민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고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여성의 귀갓길을 동행하는 일인 만큼 여성 대원들로 연령대는 40대에서 5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이날 동행한 김 대원은 ” 지역 주민센터에서 스카우트 대원 면접을 봤다. 합격된 뒤에는 구청에서 스카우트 정식 교육을 받으면서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배운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난 이용자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이용 중인 단골이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성 이용자분들 중에는 이처럼 단골이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여성이라고 해도 모르는 사람이 집까지 동행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지만, 일단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안전하고 친근한 분위기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귀갓길을 동행하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

여성의 귀갓길을 동행하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 ⓒ강사랑

이용자의 집은 주택밀집구역을 한참 걸어가야 나오는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용자와 함께 두 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동행에 나섰다. 가로등 불빛도 희미한 인적 드문 골목길이 이어졌지만 여럿이 함께 걸으니 한결 안전하게 느껴졌다. 대원들은 이용자가 집에 도착해서 안전하게 들어가는 모습까지 확인하고나서야 발길을 돌렸다. 이용자는 현관을 열고 들어가기 전 재차 “감사하다”며 “다음 번에도 이용하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도착 후 먼저 이용 내역을 기재한다.

도착 후 먼저 이용 내역을 기재한다. ⓒ강사랑

대원들은 이처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동안 인연을 맺은 서비스 이용자들은 대학생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신분도 다양하다. 나이 어린 대학생이나 사회직장인들을 볼 때면 딸처럼 느껴지고, 동년배의 이용자들을 볼때면 마치 친구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 대원은 “서비스 이용자들 중에는 종종 감사의 표시로 간단한 음식을 건네는 분들도 계신다. 겨울철 궂은 날에는 집에 들어와서 차 한잔 하고 가라는 분들도 있다. 물론 업무 중이기에 정중히 거절하지만, 마음만은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집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세심하게 확인한다

집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세심하게 확인한다. ⓒ강사랑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업무를 하면서 위기 상황은 없었을까? 

김 대원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크게 위험한 상황이 없었다. 다만 밤 늦은 시간이다보니 취객들이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다. 2인 1조로 행동하기 때문에 크게 말려드는 일은 없었고 저희가 맡은 구역은 그래도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다”고 전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여성 귀갓길을 보장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어서 대부분 평범한 중년 여성들이다. 그들에게 지급된 장비라고는 경광봉 하나가 전부이기에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귀가 동행 여부를 묻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

귀가 동행 여부를 묻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  ⓒ강사랑

‘다음 이용자는 어디서 만나는 것일까’ 궁금해 하던 차, 대원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서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말을 걸었다. 귀가 서비스 예약 신청을 하지 않아도 혼자 다니는 여성들에게 동행 여부를 묻기도 한다는 것이다. 버스 정류장 앞이나 지하철 역 앞에서 대기하며 동행을 원하는 여성들을 찾는 것 또한 대원들이 해야하는 일이었다. 

지켜본 결과 열명중 여덟, 아홉명은 스카우트 대원의 제안에 깜짝 놀라거나 경계심을 표시하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귀가 동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았을 때 일반 여성들이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김모 대원은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를 시행한 지 벌써 8년이 되었으니 사실 알만한 분들은 알고 있다고 봐야겠다. 무엇보다도 서비스를 체험한 이용자분들이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해준다면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될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심이 앱에서 신청하는 것이 편리하다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는 ‘안심이’ 앱에서 신청하는 것이 편리하다. ⓒ강사랑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신청하는 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여성안심 앱에서 신청하는 방법과 해당 자치구 스카우트 상황실로 전화, 혹은 다산콜센터로 전화하는 방법이다. 여성안심 앱 ‘안심이’를 이용하면 밤 9시 30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전화는 밤 10시부터 가능하다. 

앱에서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를 예약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스카우트 대원을 만나서 출발할 위치와 도착할 주소를 선택한다. 스카우트 신청현황 화면에서 시작 버튼을 터치하여 배정된 스카우트 대원의 신원을 확인하고 스카우트 대원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린다. 이후 만남 장소에서 스카우트 대원과 함께 안전하게 집까지 안전하게 동행하면 된다.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은 여성들이 부담없이 서비스를 신청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번 이용한 여성들의 재이용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해당 제도가 여성의 안전귀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밤 늦은 시각 홀로 귀가하는 여성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는 제도이기에 중단되는 일 없이 꾸준히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서울시 안심이 앱 설치하기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하기
▶ ‘코로나19 서울생활정보’ 한눈에 보기
▶ 내게 맞는 ‘코로나19 경제지원정책’ 찾아보기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