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의 탄생, 을지로 세운상가

시민기자 김혜민

발행일 2020.07.24. 13:02

수정일 2020.07.24. 15:29

조회 12,712

역사의 뒤안길을 걸을 뻔했던 거리가 요즘은 힙지로라고 불린다

역사의 뒤안길을 걸을 뻔 했던 거리가 요즘은 '힙지로'라고 불린다 ⓒ김혜민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과 오래된 건물에 감각적인 색으로 뒤덮인 거리가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과거로 회귀한다. 그 과거가 어느 시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세운상가가 세워진 1960년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곳이 재개장한 2017년쯤이라고 해야 할까.

알록달록 건물의 빛깔이 을지로의 매력을 더한다

알록달록 건물의 빛깔이 을지로의 매력을 더한다 ⓒ김혜민

을지로의 오래된 건물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을지로의 오래된 건물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김혜민

새것은 오래된 것을 품고, 오래된 것을 새것과 조화를 이룬다. 요즘 젊은이들 말대로 이곳은 '힙하다'. 역사의 뒤안길을 걸을 뻔했던 이 거리의 이름은 이제 '힙지로'라 불린다. 새롭고 개성있다는 뜻의 '힙(hip)과 을지로의 '지로'가 합쳐진 말이다.

'당신의 발길을 멈춰, 세운'이라는 전광판이 눈길을 끈다

'당신의 발길을 멈춰, 세운'이라는 전광판이 눈길을 끈다 ⓒ김혜민

'당신의 발길을 멈춰, 세운'이라는 전광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밤이면 노란빛의 조명이 반짝반짝 빛나는 전광판.

'세상의 기운이 모인다'라는 의미의 세운상가 일대는 본래 일본에 의해 소개공지로 지정된 곳이다. 소개공지는 전쟁 폭격으로 발생한 화재가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빈 광장이었다. 광복 이후 빈 광장이 방치되고 자연스럽게 이 거리에 판자촌이 형성되었다. 이에 정부는 상권이 활발해진 공간에 서울의 랜드마크를 건설해야겠다는 취지로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을 완공한 것이다. 그것이 1968년의 일이다.

세운상가 1층에서 판매되는 화려한 조명

세운상가 1층에서 판매되는 화려한 조명 ⓒ김혜민

세운상가에 도착하니 1층엔 가장 먼저 화려한 조명이 보였다. 2층에는 음향기기와 다양한 전자기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본래 이 부근은 60년대부터 미군부대에서 빼내온 각종 고물들을 고쳐서 판매하는 사업장이 발달했다. 따라서 전자 제품의 메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점포의 이름이 바뀌고, 용도도 바뀌고 그렇게 몇 번의 주인이 바뀌며 라디오에서 TV로, TV에서 이젠 인터넷 시대로 바뀐 과정을, 이 건물은 묵묵히 지켜봤을 것이다.

세운상가에는 아직도 작은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세운상가에는 아직도 작은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김혜민

세운상가가 형성되었을 당시 이곳은 주거 시설과 상업 시설이 한 건물에 들어선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다. 이 상가가 호황기를 누렸을 당시엔 한국의 상위 10% 재력가만이 이 주거 지역에 거주했다고 한다. 현재는 대부분 주거보다는 작업장이나 작은 사업장을 시작하는 분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강남이 개발되고 용산전자상가가 세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세운상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2008년 12월 단계적으로 상가를 철거하고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축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이마저도 백지화되면서 주변 상인들은 하나 둘 떠나갔다. 

을지로는 청계천과 연결된다

을지로는 청계천과 연결된다 ⓒ김혜민

그러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다시 세운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되면서, 2017년 9월 13일 재개장을 한 세운상가. 누가 알았을까? 이곳이 '힙지로'로 불리게 될 줄! 오래된 건물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은 그 나름의 멋이 있다. 세운상가 주변을 거닐며 찍었던 사진들은 왠지 컬러보다는 흑백 사진이 더 잘 어울릴 것만 같다. 오래된 서랍 속에 발견된 흑백 사진 같은 공간이다.

세운상가 3층에서는 종묘로 걸어갈 수 있는 보행데크가 있다

세운상가 3층에서 이어지는 종묘 ⓒ김혜민

세운상가는 지하 1층부터 9층 옥상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9층 옥상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문을 닫아 아쉬운 마음에 세운상가 3층으로 올라왔다. 쭉 거닐다 보면 한 편에는 청계천이 보이고, 더 걸어가면 종묘로 걸어갈 수 있는 보행데크가 나온다. 더불어 반대편에는 남산공원이 높은 빌딩 사이에 얼굴을 내민다.

오래된 간판도 거리의 멋진 오브제가 되어준다

오래된 간판도 거리의 멋진 오브제가 되어준다 ⓒ김혜민

세운상가 1층에 있는 로봇 조형물

세운상가 1층에 있는 로봇 조형물 ⓒ김혜민

물론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업 중인 곳이 많아 상가 곳곳을 여행하는 데는 제약이 많다. 그럼에도 세운상가에는 볼거리가 넘쳐난다. 의자로 바뀐 간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의 건물, 로봇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추억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을지로 세운상가, 무더운 여름을 피할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 세운상가
○ 위치 :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ewoonplaza.com/

○ 문의 : 02-2271-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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