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계절, 조계사에서 그 향에 흠뻑 취해볼까?
발행일 2020.07.22. 09:34
서울 도심에 연꽃이 피었다. 사대문 안 조계사에서 7월 16일부터 연꽃축제가 시작되었다. 하늘이 말도 못하게 좋은 오후에 조계사를 찾았다. 직접 가보니 화분에 담긴 연꽃이지만 정성으로 키워낸 꽃들이 절정이다. 꽃잎은 지기도 하고 망울이 부푼 상태이기도 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조계사의 연꽃축제가 시작되었다. Ⓒ이선미
'연꽃'은 잘 알려진 것처럼 불교의 상징이다. 석가모니가 설법을 하던 중에 ‘깨달음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꽃을 들어보였다. 사람들이 모두 의아해하는 가운데 제자 가섭이 미소를 지었다. 석가모니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은 것이다. 이 일화는 불교의 화두 가운데 하나인 ‘염화시중’으로 이심전심을 말한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리의 가르침이 전해질 수 있다는 이 일화에서 석가모니가 들어 보인 꽃이 바로 연꽃이었다.
‘나를 깨우는 연꽃 향기’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 조계사 연꽃축제는 9월 초까지 계속된다. Ⓒ이선미
‘염화시중’의 꽃, 연꽃이 피고 지고 있다. Ⓒ이선미
대웅전 앞마당에는 형형색색 물고기가 하늘을 떠다니는 가림막 아래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자들이 법당 안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경내에는 꽃을 보러온 시민들이 많았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시민들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이선미
법당 앞 10층 석탑 주변에도 고운 연꽃이 피고 신도들이 탑을 돌며 기도했다. 이 장엄한 석탑은 2009년 조계사 창건 백주년을 맞아 새로 조성되었다. 원래 있었던 석탑은 일제 강점기에 세워져 전통양식이 아닌데다가 웅장한 대웅전에 비해 왜소한 규모였다. 이 석탑 안에는 1914년 스리랑카의 달마바라 스님이 모셔온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대웅전 앞마당에 수령 400년이 된 회화나무와 10층 석탑이 장엄하다. Ⓒ이선미
불자들이 탑을 돌며 기도했다. 원래 탑돌이는 불교의식이었지만 우리 조상들의 민속행사로 확대되기도 했다. 여럿이 함께 기도하는 행렬은 어느 종교에서든 발견되는 의식이다. 탑을 돌거나 하는 단순한 행위가 마음을 모으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한 시민이 탑을 돌며 기도하고 있다. Ⓒ이선미
향을 피우는 일 또한 마음을 다해 바치는 기도일 것이다. Ⓒ이선미
조계사에는 마당의 꽃만 있는 게 아니다. 대웅전 꽃살문에도 가장 장엄한 꽃들이 새겨져 있다. 꽃살문은 궁궐의 정전에서도 볼 수 있지만 사찰의 꽃살문이 한결 화려하고 정교하다. 유럽의 성당에 장미창이 있고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면 우리 절에는 꽃살문이 있다. 절마다 조금씩 문양과 형태가 다른데 조계사에는 커다란 화초와 새, 사슴 등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
대웅전 측면의 꽃살문, 화려한 동식물이 새겨져 있다. Ⓒ이선미
연꽃들 사이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백송 한 그루 역시 조계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반가운 나무다. 조선시대에 중국에 갔던 사신이 가져와 심었다고 하니 수령이 약 500년 정도가 되었다. 천연기념물 제9호로 지정된 이 ‘수송동 백송’은 수령 약 400년의 회화나무 한 그루와 함께 고아한 정취를 자아낸다.
조계사에는 500년 된 ‘수송동 백송’이 여전히 고아한 정취를 자아낸다. Ⓒ이선미
연꽃은 해가 뜰 무렵 피어나기 시작해 오전 열 시쯤에 절정이 되었다가 정오를 지나며 서서히 오므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나흘을 반복하다가 꽃이 지면 이제 뜨거운 햇빛에 씨를 만들 차례다. 개화를 시작한 지 며칠이 된 꽃들은 꽃잎을 투둑투둑 떨어뜨리고 있었다.
연꽃은 이른 아침 꽃잎을 열기 시작해 정오를 지나면서 서서히 오므라든다. Ⓒ이선미
연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만 꽃이 진다고 아쉬울 것은 없다. 연근과 연밥은 우리 식탁에 오르고, 연잎과 꽃잎은 한여름 열기를 달래는 그윽한 차로 만날 수 있다. 꽃대와 줄기 또한 약재로 쓰인다.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식물이다.
수련과 연꽃은 꽃과 잎을 보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이선미
피어오르는 연꽃들 사이에 종종 수련도 보였다. 연꽃과 수련은 같은 꽃이 아닌데, 잎과 꽃을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수련의 꽃잎은 조금 길쭉하고 뾰족한 반면 연꽃은 부드럽고 타원형이다. 무엇보다 연밥을 보면 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수련의 잎이 물에 젖는 데 반해 연잎은 미세한 돌기를 가지고 있어서 물을 튕겨낸다. 이 연잎효과는 방수페인트처럼 우리 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에 이용되기도 한다. 수련이라고 해서 ‘물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인가 했는데 수련은 밤에 아예 꽃잎을 닫는 수면운동을 한다. ‘수’자가 ‘졸음, 잠’으로 밤에 잠을 잔다고 해서 수련이었다.
시민들이 연꽃의 향을 맡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나를 깨우는 연꽃 향기’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 조계사 연꽃축제는 9월 초까지 이어진다. 아직은 코로나19로 생활속 거리두기를 잘 유지해야 할 때다. 연꽃 사이로 띄엄띄엄 산책을 하며 고요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연꽃 향기로 우리 안의 긍정적인 힘도 깨워보면 좋겠다.
■ 조계사 제6회 '나를 깨우는 연꽃축제'
○ 기간 : 2020 .7. 16.~ 2020. 9월초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조계사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1호선 종각역 2번 출구
○ 홈페이지 : http://www.jogyesa.kr/
○ 문의 : 02-768-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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