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리단길’ 골목 산책… 숨은 명소 찾기!

시민기자 박은영

Visit171 Date2020.07.15 13:08

용산역은 기차가 연상되는 장소 중 하나이자 역사 속 아픈 사연을 품고 있는 곳이다. 지난 세월의 흔적을 품은 채 ‘용리단길’로 다시 태어난 용산 골목골목의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다.

1900년 개시해 수 많은 서울의 역사를 품고 있는 용산역

1900년 개시해 수 많은 서울의 역사를 품고 있는 용산역 ⓒ박은영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과 전주로 향하는 호남선이 있는 용산역은 한가롭고 여유있는 도심 속 교통의 요충지다. 하지만, 이곳 역시 알고 보면 한 많고 사연 많은 공간이 적지 않다. 침략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전장으로 떠나는 일본군 병력들이 모두 이곳에서 출정식을 거행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강제징용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용산역에서 출발했다.

일제시대 강제징용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용산역에서 출발했다. ⓒ박은영

일제시대 용산은 철도 건설과 함께 철도 행정의 거점이었다. 이에 용산역을 중심으로 철도관리국, 철도병원, 철도구락부, 철도원 양성소 등 철도 관련 시설을 대거 조성했다. 또한, 징용·징병으로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이곳에서 그리운 고국 땅, 가족과 눈물의 작별을 해야만 했다. 최소 100만 명이 넘는 조선인이 용산역 광장에 모여 열차를 타고 군함도, 사할린, 쿠릴열도, 남양군도로 끌려갔다.

용산역 광장 강제징용 노동자상

용산역 광장 강제징용 노동자상 ⓒ박은영

용산역에서 볼 수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이를 증명한다. 2017년 8월 조성된 노동자상은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노역을 살다 억울하게 희생된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기리고 있다. 용산역은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끌려가기 직전의 집결지였던 거다. 징용자들이 고향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밟은 조국 땅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다.

용산역 옆 철도회관 마당에 있는 고려시대 석비인 연복사탑중창비

용산역 옆 철도회관 마당에 있는 고려시대 석비인 연복사탑중창비 ⓒ박은영

용산역 뒤편의 철도회관 입구에는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비석이 있다. ‘연복사탑중창비’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공덕으로 건립된 연복사 오층불탑의 건립 내력을 담은 비석이다. 본래 이 비석의 소재지는 경기도 개성이었지만, 일제에 의해 용산의 철도구락부 구역으로 옮겨졌고, 한동안 소재불명으로 알려졌었다. 2012년 우연히 길을 가다 이 비석을 발견한 한 시민이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철도기지로 개발된 용산을 상징하는 용산철도병원은 2021년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철도기지로 개발된 용산을 상징하는 용산 철도병원은 2021년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박은영

용산역 맞은편으로 향하면 붉은 벽돌의 낡은 건물을 볼 수 있다. 1928년에 지어진 ‘용산 철도병원’이다. 철도공사 도중 다친 노동자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지어진 이 병원은 해방 후 중앙대학교에서 위탁 경영했다. 중앙대병원이 흑석동으로 이전하면서 빈 건물로 남게 됐고, 2021년 용산역사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일부 공간을 일반에게 공개한 아모레퍼시픽 사옥

일부 공간을 일반에게 공개한 아모레퍼시픽 사옥 ⓒ박은영

용산역과 마주한 눈에 띄는 회색빛 건물은 아모레퍼시픽 사옥이다. 대기업의 건물이지만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미술관, 태평양 아카이브 등을 둘러보고 식사와 차를 곁들일 수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한국의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 한 이곳의 내부는 더욱 특별한 느낌이다. 아모레 사옥 뒤편에는 한마음 어린이공원이 있어 아이들과 나들이하기 좋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뒤쪽으로 용리단길이 이어져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자리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뒤쪽으로 용리단길이 이어져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자리했다. ⓒ박은영

이제 용리단길이다.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사이. 한강로 2가 골목길에 용리단길이 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들어서고, 1~2년 전부터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하나둘씩 들어섰다고 한다. 예쁜 카페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골목길을 걷다보면 ‘왜고가 성지’가 나온다. 이곳은 병인박해 시절, 새남터에서 순교한 일곱 분의 순교자를 포함해 총 열 분의 순교자들이 묻혔던 곳으로 현재는 국군중앙성당으로 군인 사목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2017년 미군기지 이전 후 공실을 재단장해 역사 자료를 전시 중인 용산공원 갤러리

2017년 미군기지 이전 후 공실을 재단장해 역사 자료를 전시 중인 용산공원 갤러리 ⓒ박은영

삼각지역으로 향해 20여 분을 걷다보면 용산공원 갤러리다.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대가 주둔한 것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일본이 물러간 뒤에는 미군이 주둔해 오랜 시간 걸을 수 없었던 장소다. 코로나19로 내부를 둘러볼 수 없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호국의 전당인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의 전당인 용산 전쟁기념관 ⓒ박은영

용산 전쟁기념관 내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다.

용산 전쟁기념관 내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다. ⓒ박은영

전쟁기념관은 용산공원 갤러리에서 3분 거리에 있다. 1991년에 착공하여 1994년 6월 개관한 기념관은 연건평 2만 5천 평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다. 거대한 공간을 채우는 것은 호국추모실·전쟁역사실·한국전쟁실·해외파병실·국군발전실·대형장비실 등 6개 전시실이다. 또한, 어린이 박물관과 놀이터 등을 조성해 가족단위로 기념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으로 가는 길의 화랑거리를 구경하고, 조금 더 지나면 나오는 대구탕 골목에서 식사를 해도 좋다. 현 전쟁기념관 자리에 예전에는 육군본부가 있었는데, 근무하던 군인들이 전국에 입소문을 내면서 대구탕이 유명세를 탔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요즘, 용산의 역사적인 장소를 천천히 걸으며 색다른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의 낯선 골목길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 기분 전환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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