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걱정 없는 '안심음식점' 직접 가보니…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7.15. 15:00

수정일 2020.07.15. 16:02

조회 6,609

성동구 도선동 교보빌딩 지하 1층에는 뷔페식당이 있다. 백일잔치, 돌잔치, 생일잔치는 물론 각종 세미나와 기업행사와 같은 단체 손님을 받는 식당인데 평일 점심시간에만 개인 손님을 받고 있다. 필자 동네에 있는 음식점이어서 가끔 들렀던 곳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로 가급적 외식을 자제했다가 모처럼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음식점 입구 건너편에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다. 입장하기 전 손 소독제로 손을 닦은 뒤 음식점 입구에 마련된 출입 명부를 작성하면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체온을 측정한다. 체온이 정상이어야 음식점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접시에 음식을 덜기 전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접시에 음식을 덜기 전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윤혜숙

홀 중앙에는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뷔페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접시가 쌓여 있는 곳에 수저와 함께 비닐장갑이 비치되어 있다는 것. 비닐장갑을 끼고 집게를 들어서 각자의 접시에 음식을 담게 한 조치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닐장갑을 낀 채 음식을 덜어내는 일이 익숙하진 않았다. 그래도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을 위해서 모두가 함께 지키면 좋은 생활 속 지침이다.

테이블이 거리 두기에 따라 멀리 떨어져 있다.

테이블이 거리 두기에 따라 간격을 두고 배치되어 있다. ©윤혜숙

접시에 음식을 덜어내고 들어간 식당 내부도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테이블과 테이블 간의 간격이 넓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최대 200석의 자리가 빼곡했던 곳이었다. 지금은 96석 정도만 남아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으로 운영되는데, 2시가 가까워지자 손님이 많이 빠졌다.

주방의 요리장들이 거리 두기하면서 식사하고 있다.

주방의 요리장들이 거리 두기를 지키며 식사하고 있다. ©윤혜숙

음식점 직원들이 늦은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주방에 있던 요리장들이 나와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식사한다. 여느 때 같았으면 마주 앉아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식사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식사시간에는 각자 식사에만 집중한다.

음식이 준비된 홀 바닥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거리 두기 표시가 붙어있

음식이 준비된 홀 바닥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거리 두기 표시가 붙어있다. ©윤혜숙

이 식당은 집밥과 같이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면서 단골이 된 어르신들이 여럿 계신다. 평소라면 한꺼번에 몰려와서 식사하고 난 뒤 느긋하게 커피를 앞에 둔 채 한창 대화를 나누면서 식당에 머물렀겠지만 지금은 각자 떨어져 앉아서 조용히 식사만 하고 간다. 그래서일까? 식당 안에 여러 손님이 식사 중이었지만,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식당을 운영하는 대표는 지난 6월 말 성동구 보건소에서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뷔페식당이 고위험시설로 추가되어서 방역수칙을 준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저녁에 당장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지침에 따라서 식당 내부를 바꾸었다.

성동구 보건소에서 방역 점검을 나왔다.

성동구 보건소에서 방역 점검을 나왔다. ©윤혜숙

필자 또한 정부에서 배포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점검해봤다. 음식점 책임자가 지켜야 할 지침 20개 중, 무려 13개가 잘 지켜지고 있었다. 특히 손님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서 홀 바닥에 거리 두기를 표시하고, 테이블 간의 간격을 2m(최소 1m) 이상 띄워놓은 모습 등이 돋보였다. 마침 필자가 점심을 먹으러 갔던 평일에도 점심시간인 오후 2시가 지나자 성동구 보건소 직원이 점검을 나와, 지침에 따라서 음식점 내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지난 2월 성동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 식당도 3일간 문을 닫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대표를 포함해서 직원 8명이 근무하는 음식점인지라 마냥 문을 닫고 휴업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하루에 200명 가량 방문하는 손님이 코로나19 사태로 5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소상공인 긴급자금 대출을 받아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는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방에 근무하는 요리장이 5명인데 그들이 홀까지 나와서 일을 분담하겠다고 해서 고맙다고 한다. 이틀에 한 번씩 저녁에 퇴근하기 전 바닥에 소독제를 뿌린다. 그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물걸레로 바닥을 닦는 대청소를 한다.

점심시간 후 요리장이 소독제를 묻혀 테이블을 닦고 있다

점심시간 후 요리장이 소독제를 묻혀 테이블을 닦고 있다. ©윤혜숙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도 요리장이 역할을 분담해서 각자 테이블과 바닥을 닦고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곳을 찾아온다고 해도 철저한 방역에 머물 틈이 없을 것 같다. 이 식당처럼 방역에 애쓰는 음식점이라면 정말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음식점과 음식점을 이용하는 국민이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대로 실천하길 바랄 뿐이다.

예로부터 벼농사를 지었던 우리 조상들은 밥을 주식으로 먹었다. 그래서 지인을 만날 때면 “밥은 먹고 다니니?”,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말을 건네곤 한다. 그 풍속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한국인에게 밥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 속에는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이 배여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면 뒤풀이로 회식을 하면서 못다 한 대화를 이어간다. 이렇듯 마주 앉아 도란도란 밥을 같이 먹는 식사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우리 식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동구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주민들이 안심하고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5월 29일부터 관내 음식점, 커피숍 등 ‘모든 식품접객업소 근무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조치를 취했다. 6월 1일부터는 음식점 이용자들을 위한 식사문화 에티켓 지키기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오천 년 내려온 우리의 식문화가 일시에 바뀌긴 어렵겠지만, 이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찾아온 변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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