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보아도 예쁘다! 남산둘레길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7.14. 10:45

수정일 2020.07.15. 09:08

조회 2,213

남산둘레길은 숲이 우거지고 그늘이 알맞게 드리워져 한여름에 찾아도 좋은 곳이다. 크게 북측순환로와 남측순환로로 나뉘며 전체 거리 약 7km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필자는 북측 길로 국립극장부터 남산 케이블카 사이 약 3.4km를 다녀왔다.

숲이 좋고 그늘이 좋아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남산둘레길

숲이 좋고 그늘이 좋아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남산둘레길 ©염승화

이 길은 자연을 벗 삼아 걷기만 해도 편안한 곳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필자도 수시로 찾아 즐거움을 얻는다. 이번 방문은 군데군데 놓여 있는 조형물들을 꼼꼼히 살피며 다니기로 했다.

출발지점은 국립극장 앞 광장으로 삼았다. 산책로로 들어서기에 앞서 입구 도로변에서 인물상 둘을 만났다. 하나는 ‘조택원 춤비’이고 다른 하나는 ‘김용환 지사’ 상이다. 서로 마주 보듯 같은 공간 길 양편에 각각 세워져 있는 두 인물이 상반된 역사의 평가를 받기에 더욱 인상 깊었다.

서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 두 인물상이 같은 공간에 있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독립운동가 ‘김용환 지사’ 상을 만날 수 있다 ©염승화

춤비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무용가이자 한국 현대 무용의 선구자로 불리는 조택원의 춤사위 조각상이다. 눈길이 가는 독특한 형상이나 자료를 검색하는 도중에 뜻밖에도 씁쓸한 내용을 확인했다. 다름 아니라 그가 일제 강점기 때 친일반민족행위로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는 사실이다.

김 지사 상은 선 채로 한쪽 팔을 들어 흔드는 모습을 하고 있다. 김 지사는 해방 이후 재일거류민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재일동포들의 단결과 권익 보호를 위해 애쓰다 괴한의 습격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일반인들이 활을 쏘던 곳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국궁장이다.

일반인들이 활을 쏘던 곳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국궁장이다. ©염승화

본격적으로 둘레길에 접어들면서 곧 석호정을 지났다. 우리 고유의 무술 중 하나인 활쏘기를 하는 국궁장이다. 조선 후기에 지어졌으며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임시 휴관 중이나 활쏘기 체험 강좌가 열리기도 한다. 궁사가 힘껏 활시위를 당겨 145m 떨어진 곳에 있는 과녁에 명중시키는 장면을 상상하며 발길을 옮겼다.

숲길에서 만나는 정겨운 볼거리.지난해 담아 놓은 모습이다

숲길에서 만나는 정겨운 볼거리. 지난해 담아 놓은 모습이다.©염승화

국립극장 방면으로 나 있는 갈림길을 지나 제법 비탈이 진 구간을 오르다가 마주한 것은 돌로 만든 물받이다.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대나무 홈으로 받아 돌절구처럼 생긴 석물에 모아지게 해 놓았다. 이 앞을 지날 때면 낙숫물에 눈길이 가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고 손을 적셔 땀을 훔치곤 했었다. 가물었던 탓인지 물길은 아쉽게도 끊겨 있었다.

산불 진압에 필요한 장비들을 보관해 놓는 함도 숲길의 볼거리다

산불 진압에 필요한 장비들을 보관해 놓는 함 ©염승화

다음으로 조우한 것은 다소 뜬금없이 여겨질 ‘산불진화장비보관함’이다. 둘레길 여기저기에 놓여 있으나 그 중 가장 덩치가 커다랗게 보인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보관함 안에는 소화기와 휴대용 물뿌리개인 등짐펌프 등이 들어 있다. 산길이나 숲길에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산불조심이리라.

약 3km가 이어지는 북측순환로는 언제 찾아도 풍광이 좋다.

북측순환로는 언제 찾아도 풍광이 좋다. ©염승화

제갈량과 관우 등 삼국지의 주인공을 모신 사당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토속 및 민간신앙의 터전이다.

제갈량과 관우 등 삼국지의 주인공을 모신 사당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토속 및 민간신앙의 터전이다. ©염승화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을 모신 신당 ‘와룡묘’ 앞에 다다른 것은 목적지를 600m쯤 남겨둔 지점이다. 경내에는 홍살문 뒤편 언덕위로 단군묘, 삼성각, 약사전 등 전각이 여럿 자리하고 있다. 제갈량뿐만 아니라 우리 토속신들까지 한데 모신 곳이다. 요즘은 임시 휴관 중이나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누구라도 참배할 수 있다. 서울시 민속자료 제5호다.

1971년에 세워진 청록파 시인 조지훈 시비가 남산둘레길의 터줏대감처럼 서 있다.

1971년에 세워진 청록파 시인 조지훈 시비가 남산둘레길의 터줏대감처럼 서 있다. ©염승화

둘레길의 끄트머리 부근에서는 시비와 목 조각상을 만났다. 시비는 청록파 시인 중 한 분인 조지훈 시비다. 민족 정서와 전통에의 향수를 노래한 시인으로 인구에 회자된다. 직사각형 형태의 널찍한 돌을 3단 기단 위에 세워 놓았다. 표면에는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로 시작하는 그의 시 ‘파초우(芭蕉雨)’가 새겨져 있다.

환한 미소가 돋보이는 목조각상 앞에 서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환한 미소가 돋보이는 목조각상 앞에 서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염승화

목 조각은 ‘한국인의 미소’로 불린다. 마치 장승처럼 길모퉁이 녹지 안에 서 있다. 여느 장승과 달리 부드럽고 환한 미소를 띠고 있기에 이름이 지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남녀 한 쌍이 각각 딴 몸이 아니고 한 몸으로 붙어 있는 독특한 모양이다. 2014년 5월 강풍으로 쓰러진 75년 된 뽕나무를 써서 만들었다고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 이수자 김종흥 작품이다.

서울의 산소공급원인 남산 둘레길을 따라 드문드문 놓인 갖가지 조형물들을 살피며 걷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그 느낌 직접 맛보기를 권하고 싶다.

■ 남산둘레길 북측순환길 안내
○ 위치 :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59 국립국장 앞(출발지점)
○ 교통 :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 남산 셔틀버스 환승 (약 1km, 약 5분) > 국립극장 앞
○ 운영 : 상시개방, 입장료 없음.
○ 문의 : 중부공원녹지사업소 02-378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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