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커피숍 부럽지 않다! 송리단길 장애인 카페 2호점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0.07.14. 14:50

수정일 2020.07.14. 17:41

조회 6,551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장애인 인구는 약 258만 명(2018년 기준)이다. 그중 서울시는 약 39만 명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장애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장애인 일자리 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최근 '장애인 일자리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 260개를 추가하는 등 장애인과 관련된 여러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매니저의 도움으로 주문받고 있는 장애인들

매니저의 도움으로 주문받고 있는 장애인들 ©김진흥 

그러나 장애인 일자리사업에는 사각지대가 있다.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인이다. 이들은 장애 특성상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기 때문에 장애인 일자리에 지원해도 불합격되는 경우가 많다. 일할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송파구가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카페 2곳을 열었다.

송파구는 지난 6월 16일과 18일, 장애인 카페 2개소를 개점했다. 장애인 카페는 바리스타 등 중증발달장애인 20명과 매니저 3명을 채용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사회 경험을 하면서 직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윤창기공 사옥 1층이자 송리단길 한복판에 있는 2호점 '블루웨일'

송리단길 한복판, 윤창기공 사옥 1층에 자리한 장애인 카페 2호점 '블루웨일' ©김진흥 

'블루웨일'은 진동벨이 아닌 근로자들이 음료를 직접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블루웨일'은 진동벨이 아닌 근로자들이 음료를 직접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김진흥 

송파구는 지난 2019년 1월에 장애인복지과가 신설됐다. 장애인복지과는 장애인 복지와 장애인 일자리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다가 발달장애인 취업이 취약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해결책을 고심하면서 전국 지자체에서 하는 장애인 카페에 대해 조사하고,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송파구만의 장애인 카페를 추진하게 됐다.

수년 전부터 전국에 장애인 카페들이 여럿 들어섰다. 그러나 금방 문을 닫는 카페들이 많았다. 송파구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송파구는 장애인 카페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내실을 튼튼히 다졌다. 

우선, 공공기관과 연계했다. 송파글마루도서관 1층에 조성된 장애인 카페 1호점 ‘아이 갓 에브리띵(I got everything)’은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협력해 만들어졌다. 윤창기공 사옥 1층에 마련된 2호점 ‘블루웨일(Blue Whale)’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동부지사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약 6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카페로 탄생하게 됐다.

송파구청 김경미 주무관(왼쪽)과 백신영 블루웨일 대표(오른쪽). 카페 개점 후에도 계속 운영과 관련해 소통하고 있다.

송파구청 김경미 주무관(왼쪽)과 백신영 블루웨일 대표(오른쪽). 카페 개점 후에도 계속 운영과 관련해 소통하고 있다. ©김진흥 

또한, 기업, 시민 등 여러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송파구는 구내 민간 기업들을 찾아가 대화하고 설득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카페 취지도 알렸다. 그렇지만 쉽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 장애인 고용에 대한 부담이 컸고 특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에 번번이 막혔다. 최종 단계까지 갔다가 결렬된 사례도 있었다.

그러던 중, 건설분야 우수 전문업체인 윤창기공이 선뜻 나섰다. 사옥 1층을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으로 만들어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윤창기공은 자회사 와이씨에프엔비를 설립해 바리스타 등 장애인 채용 및 관리를 전담하게 했다.

바다를 형상화한 카페 '블루웨일' 내부

바다를 형상화한 카페 '블루웨일' 내부 ©김진흥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 제도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기업에는 장애인 고용 의무를 자연스럽게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모회사가 장애인 10명 이상 고용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자회사가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률에 산입하고 부담금을 감면해준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최대 10억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윤창기공은 카페 조성 비용으로 지원받았다.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기계들을 활용해 직접 음료를 제조한다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기계들을 활용해 직접 음료를 제조한다. ©김진흥 

이번에 2호점 ‘블루웨일’을 개점하면서 고용한 장애인은 총 16명이다. 카페 인원 중 절반 이상을 발달장애인들로 채용했다. 송파구 김경미 주무관은 “송파구에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는 기업들이 많다. 그래서 일일이 찾아가 얘기했지만 회사 입장에서 장애인에 대한 부담이 많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윤창기공이 적극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송파구는 사업 전, 발달장애인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발달장애인 일자리 현황과 장애인 일자리가 있어도 발달장애인만이 겪는 고충, 어떤 일자리를 선호하는지 등 긴밀히 소통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직업 선호도 1위가 바리스타였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처럼 송파구는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닌 공공기관, 민간기업, 시민과 접촉하고 협력했다. 장애인 카페는 송파구와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직접 만든 수제청으로 음료를 제조하는 발달장애인 근로자

직접 만든 수제청으로 음료를 제조하는 발달장애인 근로자 ©김진흥 

그리고 카페에서 일할 발달장애인을 뽑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면접 등을 통해 채용했다. 경쟁률이 약 3대1 정도. 경쟁을 뚫고 장애인 카페 2곳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20명은 송파구 장애인 직업재활지원센터 등 전문기관에서 별도로 교육 받은 인력이다. 바리스타뿐만 아니라 사무보조, 환경미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다만, 이들은 장애 특성상 오랫동안 일할 수 없어서 하루에 오전, 오후로 시간을 나눠 근무한다. 한 명당 일일 4시간으로 급여는 최저임금을 받는다.

김경미 주무관은 “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일할 수 있는 신청자들이 있을까라는 점이었어요. 돌발행동에 대한 염려가 있었죠.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고용된 분들이 열심히 일하시고 기업에서도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카페 '블루웨일'의 시그니처 수제청으로 만든 자몽에이드

카페 '블루웨일'의 시그니처 수제청으로 만든 자몽에이드 ©김진흥 

장애인 일자리의 사각지대인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된 송파구의 장애인 카페. 1호점은 구립도서관 내에 있어서 7월 현재 임시 휴관인 반면, 2호점 ‘블루웨일’은 잠실 송리단길 한복판에서 운영 중이다.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환경적인 여건이 좋다. 그렇지만 송리단길은 송파구 대표 거리인 만큼 기존 카페들이 많다. 이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을 잘 갖추어야 한다.

백신영 블루웨일 대표는 카페의 장점으로 가격과 맛, 쾌적한 인테리어를 꼽았다. 대부분 가격이 3,000~4,000원 대로 주변 카페들보다 저렴하고 맛도 뒤처지지 않는다. 백 대표는 “카페가 오래 가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매출이다. 그래서 처음에 가격을 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생각 끝에 기존 카페들보다 가격을 낮추면서 재료들을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원두는 산미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쓴다. 이 가격으로 이 정도 퀄리티 있는 음료를 맛보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했다.

특히, 백신영 대표는 블루웨일의 시그니처 메뉴로 수제청을 맛볼 것을 권한다. 수제청은 직원들이 직접 만든다. 수제청은 자몽, 유자, 청포도 3종류가 있고 티, 에이드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더구나 ‘블루웨일’은 수제청을 많이 넣어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곳, 카페 '블루웨일'과 화장실이 깨끗하고 쾌적해야 손님이 계속 방문한다는 철학 아래 지어진 카페 화장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곳, 카페 '블루웨일' 입구(좌), 깨끗하고 쾌적한 카페 화장실(우) ©김진흥 

2호점 ‘블루웨일’은 외견상 화려하다. 탁 트인 공간에 이름처럼 바다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장실도 푸르고 쾌적한 공간으로 꾸며 디테일적인 요소에 힘을 주었다.

백 대표는 “기존 장애인 카페를 생각하면 평범하거나 단출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한 번 오고 또 오고 싶은 장소가 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앞으로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들도 계획 중이다. 단순히 카페를 넘어 공간을 대여하거나 더 쓰임새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더 많은 시민들이 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음료 제조와 함께 설거지도 담당하는 발달장애인 근로자들

음료 제조와 함께 설거지도 담당하는 발달장애인 근로자들 ©김진흥 

한편, 이곳은 발달장애인들이 일하는 카페인 만큼 근로자들에게 좀 더 신경 쓰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을 잘 다독거리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만들어주는 것이 백신영 대표와 매니저들의 몫이다. 개점 전부터 이 점을 인지하고 각오했기에 작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음에도 큰 문제는 없다고 백 대표는 전했다.

백 대표는 “손님이 많아 기분이 너무 좋다보니 한 근로자가 소리를 질러서 손님들을 당황시키게 한 적이 있다. 물론 고객들은 불쾌하게 느낄 수 있지만 저희들은 근로자가 위축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격려하며 이끌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송파구는 앞으로 장애인 카페를 더 열고자 3호점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과 함께 하는 장애인 카페를 지속적으로 늘려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도울 예정이다. 

김경미 주무관은 “서울시 자치구에서 송파구가 발달장애인이 가장 많다. 다른 장애인들은 장애인 일자리사업들로 통로가 있지만 발달장애인은 취업하기 매우 어려운 여건이다. 송파구는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위한 지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민간 기업, 공공기관, 시민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더 좋은 정책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 송파구 장애인 카페
○ 1호점 ‘아이 갓 에브리띵’(I got everything)’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충민로 120 송파글마루도서관 1층

– 운영 : 화~일요일 9:00-18:00

○ 2호점 ‘블루웨일(Blue Whale)’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41길 30 윤창기공 사옥

– 운영 : 월~금요일 9: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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