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에 울려 퍼진 첼로 선율, 서울시향의 '위로'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07.13. 12:59

수정일 2020.07.14. 09:12

조회 1,237

개관 1주년을 막 지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지난 4일 서울시향의 ‘웰에이징 콘서트 : 위로(Consolation)’가 열렸다. 50플러스 세대에게 위로와 행복을 전하고자 기획된 콘서트였다. 서울시향은 ‘전 세대를 위한 음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우리아이 첫 콘서트’, 청소년 대상의 ‘음악수업 2교시’, ‘교과서 영상화 사업’, 성인 대상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 등 생애주기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웰에이징 콘서트는 장노년층을 위해 ‘건강’과 ‘음악’ 두 가지 콘텐츠를 융합해 만든 예술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서소문역사박물관에서 지난 4일 서울시향의 웰에이징 콘서트 '위로'가 열렸다.

서소문역사박물관에서 지난 4일 서울시향의 웰에이징 콘서트 '위로'가 열렸다. ⓒ이선미

그 첫번째 공연이 지난 4일 오후 4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것이다. 서소문역사박물관은 7월1일,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원래 500석 규모의 공간인 콘솔레이션홀에 1미터 이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배치로 50석의 좌석이 마련됐다.

체온을 측정 후 방문자 기록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체온을 측정 후 방문자 기록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이선미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이선미

공연에 앞서 이해우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이 화상강의를 통해 ‘웰에이징’을 이야기했다. 그는 ‘나이듦과 외로움 : 우리는 위로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코로나19 상황으로 더욱 고립되고 낯선 상황에 노출된 50+ 세대에게, 그럼에도 스스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며 긍정적인 미래를 향해가도록 위로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노년은 무엇이 완성되는 시기가 아니라 여전히 어떤 과정이다. 여태까지의 삶을 통해 좀더 조화롭게 완성되도록 나를 더 돌아볼 때이다”라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위로가 50플러스 세대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실을 경험하게 되고 고립과 외로움이 커질 수밖에 없는 50플러스 세대에게는 보다 절실한 현실이다. 이해우 센터장은 강연을 맺으며 ‘정글북’의 저자 조지프 루디야드 키플링의 한마디를 남겨놓았다.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야 하며,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

‘나이듦과 외로움 : 우리는 위로가 필요하다’는 주제로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의 화상 강의가 있었다

‘나이듦과 외로움 : 우리는 위로가 필요하다’는 주제로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의 화상 강의가 있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어쩌면 이 말은 노년만이 아니라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부터 단단한 뼈대가 만들어져야 노년의 결핍도 감당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조근조근 강의가 끝나고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우아한 첼리스트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준비한 무대였다. 바흐의 아리오소로 문을 열었다.

‘웰에이징 콘서트 : 위로(Consolation)’는 바흐의 아리오소로 시작되었다.

‘웰에이징 콘서트 : 위로(Consolation)’는 바흐의 아리오소로 시작되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양성원이 마이크를 잡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특히 평소에도 바흐의 작품에 대해 "단지 기쁨을 주는 것을 넘어서 매우 지적이고 영적인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바흐의 음악을 선보여온 양성원이 또 한 번 첼로 모음곡 제2번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발견해 세상에 내놓았던 파블로 카잘스는 ‘비극적’이라고 표현하고, 로스트로포비치는 ‘슬프고 강렬하다’고 묘사했던 모음곡 2번이 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프로그램과 바흐를 소개하고 있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프로그램과 바흐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어지는 곡은 리스트였다. 이날의 표제인 ‘위로’가 ‘콘솔레이션홀’에 젖어들었다. ‘위로’라는 뜻의 콘솔레이션홀에 첼로와 피아노가 쏟아내는 위로의 선율이 그윽했다. 문득 리스트가 이 곡을 언제 썼는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사랑에 빠져 가장 행복하던 시절에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 만든 음악이라고 했다. 가장 안정적인 순간에 행복을 나누고 싶어 쓴 음악이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고요히 듣고 깊이 음미하던 시민들이 연주가 끝나자 봇물 터지듯 박수를 보냈다. 몇 번이고 터지는 박수에 남겨두었던 ‘위로6’까지 선물로 주고야 연주는 끝이 났다. 다독다독 위로의 음악으로 가득 채워진 시간이었다.

500석 규모의 콘솔레이션홀에 1미터 거리두기로 배치한 좌석에서 위로의 음악을 선물받았다.

500석 규모의 콘솔레이션홀에 1미터 거리두기로 배치한 좌석에서 위로의 음악을 선물받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이번 ‘웰에이징 콘서트’는 서울시향 소셜미디어채널과 시니어 대상 시설 등에 제공해 많은 시민들이 랜선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시향은 9월19일(토)에는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치매 인식개선 캠페인’으로, 11월에는 ‘테라피 콘서트-오감만족’으로 웰에이징 콘서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시향이 시민들을 위해 첫걸음을 뗀 웰에이징 콘서트가 좋은 열매를 맺어가기를 기원한다.

한편 지난 5월 서울시향 부악장 바이올리니스트 웨인린과 피아니스트 문정재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촬영한 온라인 스테이지도 유튜브(https://youtu.be/a4kBY7d7z6s)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소장자료가 더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소장자료가 더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이선미

서소문역사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서소문역사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선미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확산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위로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주말 오후를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픈 역사 위에 힘겹게 문을 연 서소문역사공원이 어떤 의미로든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7월 1일 재개관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편안한 쉼터이자 위로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

7월 1일 재개관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편안한 쉼터이자 위로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 ⓒ이선미

■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안내
○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칠패로 5(서소문역사공원 내)
○ 교통: 지하철 2, 5호선 충정로역 4번출구 > 서소문역사공원 방향
○ 운영: 09:30-17:30, 월요일 휴관
  - 순례자를 위한 미사 :11:00,15:00 (B2 성 정하상 기념경당)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www.seosomun.org

○ 문의 : 02-3147-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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