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에 새로 생긴 전기버스 ‘8003’번 시승기

시민기자 박혜진

발행일 2020.06.30. 13:50

수정일 2020.06.30. 17:04

조회 3,810

평창동에 전기버스 ‘8003’이 등장했다! 

8003번 버스는 북한산 자락 언덕길을 오르고, 주말 도심 집회 등이 발생할 때는 1대가 분리돼 8002번으로 특별 운행된다. 전국 최초로 투입된 중소형 전기버스로, 저소음·친환경 효과가 탁월하다.

8003번 버스의 운행은 지난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평창동 주민센터를 출발해 평창파출소, 소나무집, 감나무골 공원, 연화정사, 김종영미술관 등을 거쳐 평창동 마을길을 한 바퀴 도는 노선이다. 아침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3~2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이 노선은 워낙 좁은 도로와 급경사의 언덕길로 이뤄진 데다 종전의 마을버스 배차간격(종로06, 30분)이 길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해 왔다. 8003번 버스가 투입되면서 이러한 어려움이 한결 덜해질 전망이다.

평창동에 새로 생긴 8003번 노선(왼쪽) 및 8002번 노선 ⓒ서울시

평창동에 새로 생긴 8003번 노선(왼쪽) 및 8002번 노선 서울시

8003번 버스가 다니는 길은 서울 둘레길과 문화 명소가 만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예고가 위치한 평창동에는 토탈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 유명한 미술관, 박물관과 극장 동숭아트센터 등 문화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야외 조각품이 들어선 공원과 잘 손질된 정원들도 이 일대의 멋을 더한다. 뒤로는 병풍처럼 북한산 자락이 둘러진 지역이다. 구기동 방면 등 둘레길 입구가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산행을 나설 수 있다.

평창동의 가장 큰 단점은 ‘교통 사각지대’라는 점이었다. 차가 없으면 미술관이든, 산길이든 한참 걸어야 했던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 코스를 달리는 버스가 떡 하고 나타나다니! 평창동 주민이 아닌데도 설렌 이유다. 어릴 적 코끼리열차를 타고 놀이공원을 구경한 것처럼 버스를 타고 한눈에 평창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일었다.

전국 최초의 중소형 전기 시내버스인 8003번 버스가 지난 25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전국 최초의 중소형 전기 시내버스인 8003번 버스가 지난 25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박혜진

8003번 버스의 쾌적한 내부

8003번 버스의 쾌적한 내부 ©박혜진

주말을 기다려 8003번 버스 시승에 도전했다. 평창동 주민센터 앞 버스 정류장에서 5분 남짓 기다렸더니 반가운 연두색 버스가 나타난다. 내부는 쾌적하고 깔끔했다. 새로 출현한 버스가 신기한지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초등학생들도 보였다.

버스가 출발하자 시작부터 사정없는 오르막길이 펼쳐졌다. 요즘처럼 더운 날, 그늘 한 점 없는 언덕길을 걸어서 오른다면 정말 고역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창동은 고가의 대저택이 즐비한 곳이라는 인상이 있지만, 오래된 아파트나 작은 집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있다. 연두색 전기버스 8003번은 차 없이 다니는 뚜벅이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마침 선캡을 쓰고 내려오던 행인 하나가 못 보던 버스를 발견하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음에는 편하게 버스 타고 가세요!’ 텔레파시를 보내본다.

버스 운행 개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동네 곳곳에 붙어있다

버스 운행 개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동네 곳곳에 붙어있다 ©박혜진

버스 안에는 할머니 한 분과 핸드폰으로 창밖 풍경을 찍는 데 여념이 없던 청년 1, 버스 기사에게 꾸벅 인사를 건네며 차에 오른 청년 2가 동승했다. 청년 1은 ‘전기버스 시승’을 위해 무려 인천에서 찾아온 승객이었다. 그는 차에 탄 내내 지나가는 풍경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정말이지 바깥 풍경은 범상치 않다. 북한산의 빼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아슬아슬한 계단길과 초록으로 손짓하는 산길 입구가 펼쳐진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다. 대만의 산간마을 지우펀을 여행하던 기억도 떠올랐다. 골목 사이로 아담하게 숨어있는 공원들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하염없이 이어지던 언덕길은 ‘연화정사’ 정류장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서행 버스로 평창동 마을길을 한 바퀴 빙 도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0분. 총 6.7km 거리다. 까마득한 언덕길 코스임에도 전기버스여서인지 소음과 덜컹거림이 거의 없었다. 승차감이 편안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버스 창밖으로는 북한산과 평창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버스 창밖으로는 북한산과 평창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박혜진

구색을 제대로 갖춘 버스 정류장도 있지만, 전봇대에 임시로 부착된 모양새도 친근하다

구색을 제대로 갖춘 버스 정류장도 있지만, 전봇대에 임시로 부착된 모양새도 친근하다 ©박혜진

평창동 언덕길의 8003번 버스는 서울의 숨은 매력을 보여주고 싶을 때, 누구에게나 소개할 수 있는 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이 이동권을 보장받는 실질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노년층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구에 더욱 반가운 변화이기도 하다.

한편, 8003번과 함께 운영될 8002번 노선의 진가는 도심 집회가 열릴 때 빛을 발할 예정이다. 그간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가 열리면 대다수의 시내버스가 자하문터널 인근에서 회차해 평창동·홍지동 주민들은 도심으로 이동하기 어려웠다. 8002번 노선은 상명동~경복궁 사거리를 오가며 집회 · 도로통제 등 어떤 상황에서도 단절 없이 도심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친환경 전기버스’는 올 연말까지 총 460대로 늘어날 방침이다. ‘전기택시’는 올해 공급 목표를 700대로 잡았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형 경유 마을버스도 전기버스로 교체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친환경 전기차는 대기질 개선 효과가 매우 크다. 거주지 인근의 생활도로를 주로 달리는 마을버스가 전기버스로 교체되면 장점이 배가 된다. 매연은 물론, 소음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평창동 언덕길에 찾아온 8003번 버스가 그 시작이다. 친환경·교통 사각지대 해소·마을 관광 활성화까지 ‘일석삼조’의 선례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전기버스·전기택시 등 친환경 대중교통은 대기질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

전기버스·전기택시 등 친환경 대중교통은 대기질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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