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띄어앉기...그래도 공연은 감동!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6.26. 12:51

수정일 2020.09.01. 18:00

조회 1,691

무려 4개월만이다. 지난 2월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공연이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연장에서의 공연을 개최할 수 없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이후 6월 18일, 19일 이틀간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공연이 열렸다.

서울시향 공연이 열린 롯데월드몰 8층 공연장의 대기선

서울시향 공연이 열린 롯데월드몰 8층 공연장의 대기선 ⓒ윤혜숙

공연이 예정된 롯데월드몰 8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예전처럼 작동되고 있었다. 시작 1시간 전에 맞춰 8층 공연장에 도착했다. 관객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에 여러 줄의 대기선이 만들어졌다. 대기선마다 직원이 서서 출입자명부를 작성하도록 안내했다. 이어서 열화상카메라가 관객들 대상으로 발열을 체크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기선에 서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기선에 서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윤혜숙

예전과 달리 대기홀은 조용했다. 관객들은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또한 마스크를 쓴 채 각자 떨어져 앉아서 프로그램 북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리 배치도 한 칸씩 떨어져 앉을 수 있도록 해 입장객 수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그래서인지 공연 시각이 다 되어가도 홀이 한산했다. 첫 곡이 끝나고 15분의 인터미션이 주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연장 밖으로 나가니 대기홀이 떠들썩하지 않고 조용했다.

철저히 양옆 좌석을 비우는 ‘거리두기 좌석제’가 시행됐다.

철저히 양옆 좌석을 비우는 ‘거리두기 좌석제’가 시행됐다. ⓒ윤혜숙

공연장에 입장해서 자리에 앉으니 내 양 옆자리에 사람이 없어서 가방을 놓을 수 있었다. 지인은 부부 동반으로 공연장에 왔지만 부부가 한 자리 건너 떨어져 앉아야만 했다. 2층 객석에서 내려다 본 무대도 단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게끔 자리를 배치했다. 객석이든 무대든 밀집도가 높지 않아서 여유로워 보였다.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최소 1.5m 이상 떨어져 앉았다.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최소 1.5m 이상 떨어져 앉았다. ⓒ윤혜숙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고국인 핀란드로 돌아갔던 서울시향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가 내한했다. 그가 지휘하고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 곡은 잔 시벨리우스의 모음곡이다. 잔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을 연주했다.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흔히들 막장이라고 일컫는 아침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내용이다. 멜리장드는 남편 골로가 있지만 그의 배다른 동생 펠레아스와 사랑에 빠진다. 펠레아스는 골로에게 살해당하고, 멜리장드는 예쁜 딸을 낳지만 세상을 떠난다. 삼각관계로 인해 주인공이 죽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시벨리우스는 이 연극을 위해 7곡의 전주곡과 간주곡, 2곡의 멜로드라마의 배경음악, 가곡 1곡을 썼다. 그는 9곡으로 구성된 연주회용 ‘모음곡’도 내놓았다.

두 번째 곡은 말러의 교향곡 제4번이다. 구스타프 말러가 작곡한 교향곡 제4번을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한 것을 연주했다. 그래서 무대의 악단 규모도 실내악에 맞춰져서 소규모의 연주자들로 구성되었다.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한 탓에 교향곡이 주는 조화롭고 웅장한 느낌보다 훨씬 악기 각각이 내는 소리의 특성을 살리고 있었다.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소프라노 임선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소프라노 임선혜 ⓒ윤혜숙

교향곡 제4번은 말러가 남긴 교향곡들 중에서 가장 밝고 경쾌하며 간결하다. 이 곡의 유쾌한 일면과 단아한 형식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상케 하며, 구성적인 면에서도 고전적인 4악장제를 취하고 있다. 4악장은 비교적 길이가 짧은 ‘가곡’으로 소프라노 임선혜가 무대에 올랐다. 무대 앞 스크린에서 가곡의 노랫말이 독일어, 한국어 자막으로 나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무대에서 단원들이 악보를 넘기는 찰나에 기다렸다는 듯이 객석에서 어김없이 기침 소리, 뒤척이는 소리 등 사소한 잡음이 들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객석에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다들 마스크 아래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미션 때 대기홀의 풍경, 예전과 달리 공간 여백이 많이 느껴진다.

인터미션 때 대기홀의 풍경, 예전과 달리 공간 여백이 많이 느껴진다. ⓒ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여러 번의 커튼콜이 이어졌다. 이런 게 공연의 참맛이다. 온라인공연은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서의 반응이 없다. 물론 이모티콘과 댓글로 공연을 관람했던 사람들의 반응이 나오긴 하지만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연주자와 관객이 한 공간에서 마주하고 있다. 지휘자의 손놀림에 맞춰 열정적으로 연주한 악단에게 화답하는 박수 소리야말로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아낌없는 소통이자 격려다.

롯데콘서트홀 직원에게 오프라인 공연 재개에 대해서 물어봤다. 직원은 “정부에서 정한 방역지침에 따라서 공연하고 있다. 보시다시피 무대도 객석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끔 자리를 배치했다”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어서 “가끔 객석에서 마스크를 턱 아래로 벗고 있는 관객이 있다. 그럴 때마다 직원이 가서 마스크를 쓰라고 주의를 주면 그렇게 하니깐 그동안 문제가 없었다”라면서 “공연을 열 때마다 관객들의 안전과 불편사항을 지켜보면서 최대한 반영해 나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지난 18,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정기공연이 열렸다.

지난 18,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정기공연이 열렸다. ⓒ윤혜숙

거의 2시간가량 진행된 공연을 관람하면서 필자가 느낀 점이 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좁아진 만큼 무대에서 연주하는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만 공연장에 온다. 그러니 공연 관람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연장 안팎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지 않는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이제는 본인이 원치 않는데 친구 따라서 강남 가는 식의 어설픈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다. 진정성에 따라 모였다가 이내 흩어지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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