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을 찾아서…역사체험 떠나볼까

시민기자 박찬홍

발행일 2020.06.24. 13:51

수정일 2020.06.24. 16:34

조회 3,827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시가 2013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서울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유산 중 국가, 서울시 지정, 등록문화재로 등재되지 않은 유, 무형 자산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 인물과 관련된 장소나 서울 시민에게 잘 알려진 특색 있는 장소, 기념물을 비롯해 기술, 음악, 경관 등 무형자산처럼 서울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총망라한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 안에 녹아 있는 다양한 상징물, 기념물, 이야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서울미래유산이라는 말은 호기심이 발동하는 특별한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선정된 미래유산은 2020년 5월 20일 기준으로 정치 역사, 산업노동, 시민 생활, 도시 관리 등의 테마로 분류되어 총 470개가 선정되어 있다. 서울시내 곳곳에 우리의 미래유산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서울미래유산은 관연 어떤 것이며 어디에 있고, 어떤 느낌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미래유산을 찾아 한번 길을 탐방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web/main/index.do)에서는 미래유산 찾기 및 미래유산체험코스 메뉴를 등을 통해 다양한 체험코스를 만날 수 있다. 필자는 정해져 있는 코스 대신 홈페이지에 있는 미래유산 찾아보기 메뉴를 통해 내가 가고 싶은 장소와 코스를 따로 정했다. 어릴 적 거주했던 동네와 꼭 가고 싶은 곳을 고려하여 나만의 역사체험 코스를 만들었다.

필자가 선택한 코스는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터널에서 출발하여 터널 상층부로 계단을 이용해 올라 행촌동 일대의 특별한 골목길과 역사 현장을 찾아보고, 영천시장, 석교교회, 통일로에 위치한 통술집까지 걸어 보는 1시간 소요의 약 3km 코스이다. 이 코스에는 서울미래유산 4곳,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장권의 집터, 딜쿠샤 가옥 등의 특별한 의미를 담긴 역사의 현장이 담겨 있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일대에 위치한 서울미래유산 사직터널은 종로와 서대문을 잇는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일대에 위치한 서울미래유산 사직터널은 종로와 서대문을 잇는다 ⓒ박찬홍

종로구 사직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연세대학교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사직터널을 만날 수 있다. 사직터널은 1967년 서울에 건설된 최초의 도로 터널이다. 독립문과 경복궁 간 교통시간 단축과 도심에서의 교통 혼잡 완화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건립 당시의 모습이 현재까지도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사직터널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사직터널이 개통되기 이전에 이곳에는 '표본실의 개구리' 등으로 유명한 염상섭이 살던 집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짧은 안내 표지판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널 옆에 있는 오르막 계단을 올라 터널을 가로질러 반대편 방향으로 이동하면 송월1길이 시작이 되는 오르막길을 만나게 된다. 오르막 끝에 도착하면 삼거리 길이 나온다. 정면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카페 행촌7-1이라는 곳에서 우측으로 돌면 유명한 딜쿠샤 가옥과 권율장군 생가 터와 수령 460여 년인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골목길을 마주하게 된다.

1919년 3.1운동 독립선언서를 외신으로 처음 보도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1875년-1948년)의 가옥인 딜쿠샤가 먼저 보인다. 딜쿠샤는 2016년 2월 서울시가 기획재정부, 문화재청, 종로구와 딜쿠샤 보존과 관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딜쿠샤를 문화유산으로 복원하는데 합의했다. 지난 2017년 8월 8일에 등록문화재 제687호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원형을 복원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딜쿠샤의 복원공사가 완료가 되면 시민들에게 개방이 된다고 한다

딜쿠샤의 복원공사가 완료가 되면 시민들에게 개방이 된다고 한다 ⓒ박찬홍

3.1운동 독립선언서를 외신으로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분의 가옥이라니 더욱 관심이 간다. 딜쿠샤 바로 맞은편에는 행주대첩의 권율장군의 생가터가 위치하고 있다. 현재는 “권율장군 생가터 카페”라는 작은 명칭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거기에 권율장군 생가터 바로 옆에는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460여 년인 웅장한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높이가 무려 24m가 넘는다. 이 보호수는 신목(神木)이어서 나무에 올라가는 사람은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만 나라에 이변이 생길 때에는 반드시 열매를 맺어 사전에 예고를 해준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우측에 권율장군 생가터와 좌측에 보호수가 보인다 ⓒ박찬홍 이렇게 고대와 근현대를 한자리에서 마주한 후 되돌아 서울성곽을 따라 인왕산 길로 향했다. 한적한 성곽길에 따라 걷다 보면 금세 사거리를 마주한다. 필자는 대신고등학교 방향인 내리막길을 따라 걸었다.

우측에 권율장군 생가터와 좌측에 보호수가 보인다 ⓒ박찬홍

이렇게 고대와 근현대를 한자리에서 마주한 후 되돌아 서울성곽을 따라 인왕산 길로 향했다. 한적한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금세 사거리를 마주한다. 필자는 대신고등학교 방향인 내리막길을 따라 걸었다.

권율장군 생가터에서 되돌아와 인왕산정산길 방향으로 성곽길을 따라 걸었다

권율장군 생가터에서 되돌아와 인왕산정산길 방향으로 성곽길을 따라 걸었다 ⓒ박찬홍

대신고 앞을 지나면 바로 옆에 대성집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60여 년이 넘게 운영되는 도가니탕 전문 식당이다. 이 식당을 처음 여신 주인할머니는 6.25전쟁 당시에 영천시장 한 쪽에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작고 허름했던 그 식당이 지금껏 우리 시민들 곁에 있다는 것이 참 의미가 있다. 대성집 바로 옆 골목길은 일명 옥바라지 골목길이라고 불린다. 지금은 재개발로 거의 사라지고 일부 길만 남아있지만 오래된 한옥의 추억과 독립문만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 옥바라지 골목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종로구 독립문 옥바라지 골목길에는 오래된 역사가 느껴진다

종로구 독립문 옥바라지 골목길에는 오래된 역사가 느껴진다 ⓒ박찬홍

옥바라지 골목길을 나와 독립문역 사거리에서 길을 하나 건너면 바로 서대문구가 시작된다. 그 길을 건너 이동하면 서울미래유산인 영천시장을 만날 수 있다. 영천시장은 영천장에서 유래되었다. 영천장은 지금의 서울시 독립문 인근에 존재하던 장으로 고양시의 화천, 원당, 능록, 일산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던 장이었다고 한다. 영천시장의 다양한 먹거리와 전통시장만의 특별한 재미를 느껴 볼 수 있다. 영천시장을 걷다 보면 양옆으로 다양한 골목길들이 이어진다.

서울미래유산인 영천시장 내부에는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하다

서울미래유산인 영천시장 내부에는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하다 ⓒ박찬홍

시장이 끝나가는 부분에서 왼쪽 골목길을 따라 나가면 또 다른 서울미래유산인 석교감리교회를 만나 볼 수 있다. 1916년에 지어진 강당식 평면 형식을 가진 고딕 양식의 교회 건축물로 첨두아치 등에서 우수한 조적 디테일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건립 당시의 모습이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어 건축사적인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다. 

 서울미래유산 석교감리교회

서울미래유산 석교감리교회 ⓒ박찬홍

석교교회의 웅장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뒤로하고 동명여고길을 따라 걸으면 서대문역 사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사거리를 건너 서울경찰청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작은 먹거리 골목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역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통술집이라는 곳을 만날 수 있다. 1961년 ‘통술집’이라는 상호로 개점하여 이후 한 장소에서 2대째 운영해 오고 있는 전문 고깃집이다.

1950년대 말 전남 광양에서 상경한 창업주 박종채씨는 난생 처음 간 창경궁 나들이 때 구입한 복권이 당첨되어 그 자본으로 돼지갈빗집을 개업했다고 한다. 드럼통 탁자 3개뿐인 소위 ‘서서갈비집’으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가게의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같은 지역에서 50년 넘게 운영되고 있어 서대문구 미근동 일대의 시대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서울미래유산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통술집

서울미래유산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통술집 ⓒ박찬홍

서울미래유산을 찾아 시작된 짧은 길이었다. 사직터널에서부터 종로구 행촌동 일대 역사 현장, 서대문구 영천시장, 서대문구 미근동의 통술집까지 돌았다. 걷는 내내 조선시대에서부터 일제 강점기, 그리고 6.25, 그리고 다양한 현대사의 스토리가 담긴 이야기 길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바쁜 일상 속 가끔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로웠다.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 http://futureheritage.seoul.go.kr/web/main/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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