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청년들이 배달하는 ‘특별한 도시락’

시민기자 윤혜숙

Visit345 Date2020.06.18 11:11

전철 9호선 송파나루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요즘 뜨는 골목길, 송리단길이 나온다. 거기에 작년 3월에 문을 연 별별식당이 있다. 바깥에서 보면 분위기 좋은 카페와도 같이 산뜻한 외관이다. 평일 오전 9시면 음식점이 문을 열기엔 이른 시각이다. 그런데 별별식당의 주방에선 조리사가 한창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오늘 행사가 있어서 단체 도시락을 주문받은 것 같다.

아침 일찍 별별식당 주방이 도시락 준비로 분주하다.

아침 일찍 별별식당 주방이 도시락 준비로 분주하다. ⓒ윤혜숙

3월 31일부터 매주 화, 목요일 아침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별별식당뿐만 아니라 송파구 관내 9곳의 음식점에서 저마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필자가 도시락의 이동경로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취약계층에게 전달되는 도시락이 든 배달 가방이다.

취약계층에게 전달되는 도시락이 든 배달 가방이다. ⓒ윤혜숙

별별식당 직원이 도시락과 생수 500ml 한 병을 함께 포장해서 차곡차곡 도시락 배달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인근 송파1동 주민센터 2층 회의실로 도시락 배달 가방을 옮긴다. 오전 11시쯤 가벼운 옷차림의 청년 두 명이 들어와서 각자 도시락 배달 가방을 챙겨 들고 나간다. 청년은 도시락을 배달하는 집의 현관 앞으로 가서 도시락을 꺼내둔 뒤 멀리서 도시락의 도착을 알리는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어르신이 문을 열고 도시락을 챙겨서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본 뒤 청년은 다음 집으로 이동한다. 그렇게 한 청년이 5개의 도시락을 배달하면 하루의 임무는 끝난다.

취약계층은 따뜻한 집밥과 같은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취약계층은 따뜻한 집밥과 같은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윤혜숙

음식점 입장에서 고객으로부터 도시락을 주문받아서 배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송파구의 도시락 배달은 특별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일반 도시락관 달리 상생 도시락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긴급지원 포스터

서울시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긴급지원 포스터 ⓒ서울시

코로나19 여파로 아르바이트나 일거리가 끊긴 청년들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 3월 31일부터 청년들이 직접 기획한 ‘코로나19 대응 청년 긴급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청년 긴급지원 사업은 청년수당 긴급 지원, 청년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 청년 소상공인 긴급지원, 청년 크리에이터 활용 유치원‧초등학생 체험수업 콘텐츠 제작‧방송 등이 있다. ☞ 청년수당 긴급지원 바로가기

서울시 17개 자치구 중 송파구는 ‘마을&청년과 함께, 살 만한 송파’라는 이름으로 청년 소상공인 긴급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청년 소상공인이 도시락을 만들고 지역의 청년들이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관내 27개 동 중 아파트로 구성된 동을 제외하고 20개 동을 8개 권역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도시락을 받는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중에서 1인 가구로, 각 동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아 총 260명을 선정했다. 주로 어르신들이 많다. 청년 소상공인 가게 9곳과 배달 청년 52명이 참여해서 6월 25일까지 진행한다.

도시락을 배달하는 지역 청년들

도시락을 배달하는 지역 청년들 ⓒ윤혜숙

타지역에서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두문불출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도시락 배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타지자체와 다른 송파구만의 특성이 있다. 바로 취약계층을 위한 도시락 제작 및 배달에 지역의 청년들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송파구가 코로나19로 매출이 부진한 청년 소상공인에게 도시락을 주문함으로써 청년 소상공인은 고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게 되었고, 도시락 배달 아르바이트에 마을 청년을 고용함으로써 청년들이 지역사회의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로써 취약계층의 식사 해결에 도움을 주는 등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송파구 일자리정책을 담당하는 임영천 주무관

송파구 일자리정책을 담당하는 임영천 주무관 ⓒ윤혜숙

송파구 일자리정책 담당 임영천 주무관은 “처음에는 청년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는 게 어려웠다. 세무서에서 리스트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리스트를 받을 수 없었다”면서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청년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 다니느라 시일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또한 도시락을 배달하는 청년을 모집하는 시간이 촉박해서 구청 공고에다 잡코리아에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올린 뒤 심지어 주말까지 접수를 받았다고 한다.

별별식당 정예슬 대표는 “사업의 취지를 듣고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취약계층을 도우면서 가게의 고정적인 매출도 확보되어서 상부상조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도시락을 배달하는 청년 두 명을 만나서 소감을 들어봤다. 박상윤 씨는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취약계층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을 위해 사회에 기여할 점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보현 씨는”나름 부유한 송파구에도 취약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역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알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송파구의 ‘마을&청년과 함께, 살 만한 송파’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의 밝은 표정과 진지한 말투에 본 사업이 성공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비접촉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어느 새 청년과 어르신이 상생 도시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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