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릇푸릇 신록의 위로가 필요할 땐! ‘선유도공원’

시민기자 이선미

Visit120 Date2020.06.17 10:01

한강 선유도공원은 한강 내의 섬으로, 옛 정수장을 활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이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되다가, 2000년 12월 폐쇄된 뒤 2002년 물의 공원으로 탈바꿈한 선유도공원을 찾았다.

양화대교 위 선유도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금세 갈 수 있다.

양화대교 위 선유도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금세 갈 수 있다. ⓒ이선미

선유도공원은 지하철 당산역이나 선유도역에서 내려 걸어서 갈 수 있고,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 위 선유도공원 정류장에 내려도 된다.

원래 ‘신선이 노닐던 봉우리’라는 뜻으로 선유봉이라고 불렸는데, 일본이 비행장을 만든다며 봉우리를 깎아 흙과 돌을 쓸어가느라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방문자 안내센터 주변에 개양귀비와 물망초 등이 한창인 작은 정원이 싱그럽다.

방문자 안내센터 주변에 개양귀비와 물망초 등이 한창인 작은 정원이 싱그럽다. ⓒ이선미

이름 때문은 아니겠지만 필자가 방문한 날 선유도는 정말 한가하고 고요했다. 어느 나무그늘쯤에서는 신선이 도를 닦고 있을 것도 같은 한적함이 있었다. 시민들은 띄엄띄엄 앉아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기고 새들이 종종 고요를 깨며 날아다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물소리만이 정수시설이라는 공원의 정체성을 일깨워줬다.

선유도공원 안내도

선유도공원 안내도 ⓒ이선미

물의 정원인 선유도공원은 수질정화원, 선유도이야기관, 녹색기둥의 정원, 수생식물원, 시간의 정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약품침전지 구조물을 재활용한 수질정화원에서는 물속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여러 수생식물의 생장과 정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약품침전지 구조물을 재활용한 수질정화원

약품침전지 구조물을 재활용한 수질정화원 ⓒ이선미

가끔 침묵을 깨뜨리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벗어나는 시민들이 없지는 않았다. 찍으면 화보가 되는 풍경이어서 웨딩촬영도 여러 팀이 보였고, 개화기 의상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들도 보이곤 했다.

누구나 근사한 주인공이 되는 신록의 선유도공원에서는 특별한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종종 보였다. 특히 선유도공원은 캐릭터 코스프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날도 여지없이 어딘가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캐릭터가 나타났다. 메타세쿼이아와 자작나무가 뻗어 오른 길로 그들이 걸어갔다.

신록의 선유도공원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

신록의 선유도공원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 ⓒ이선미

푸른 잔디밭을 지날 때 피아노 선율이 푸릇푸릇 공원에 젖어들었다. 송수펌프실을 개조한 선유도이야기관 입구에 피아노가 있었다. 몇몇 소년이 피아노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푸른 잔디와 유월의 꽃들, 공원에 젖어드는 피아노 선율에 몸과 마음이 상쾌하게 이완되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선유도이야기관, 입구에서 소년들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선유도이야기관, 입구에서 소년들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이선미

푸른 숲길을 따라 걷자니 녹색기둥의 정원이 발아래 펼쳐졌다. 옛 정수장의 제1정수지였던 건물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들어내고, 남은 기둥에 담쟁이를 식재한 정원이 이제 푸른 기둥의 숲이 되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분위기를 세월이 고즈넉이 연출해주고 있었다.

정수지 건물의 지붕을 들어내고 남은 기둥에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정원이 되었다.

정수지 건물의 지붕을 들어내고 남은 기둥에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정원이 되었다. ⓒ이선미

옛 정수장의 여과지였던 수생식물원은 가득 하늘을 담고 있었다. 수조마다 피었다가 지고 있는 붓꽃과 아직은 활짝 피지 않은 수련들이 가득했다. 꽃이 채 피지 않은 수조 주변으로 연인들의 속삭임이 푸릇푸릇 피어났다.

하늘을 담은 수생식물원의 수조에 노란 왜개연꽃이 피어나고 있다.

하늘을 담은 수생식물원의 수조에 노란 왜개연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선미

몽환적인 애니메이션의 배경에 들어선 듯한 시간의 정원 곳곳에서는 온전히 시간의 주인이 되는 느낌으로 산책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옛 정수시설의 자취에 녹음이 짙어지면서 폐허에서 생명력이 샘솟는 힘을 느끼게 된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피어오르는 식물들 사이에 시간이 겹치고 시간이 흐른다. 작은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소리가 시간을 타고 전해지며 꽃잎과 나뭇잎이 흔들린다.

시간의 정원에서는 온전히 시간의 주인이 되는 느낌으로 산책을 할 수 있다.

시간의 정원에서는 온전히 시간의 주인이 되는 느낌으로 산책을 할 수 있다. ⓒ이선미

옛 콘크리트 구조물에 푸른 식물이 자라나는 정원은 폐허에서 생명력이 피어나는 듯한 힘을 느끼게 한다.

옛 콘크리트 구조물에 푸른 식물이 자라나는 정원은 폐허에서 생명력이 피어나는 듯한 힘을 느끼게 한다. ⓒ이선미

하지만 시간의 정원에는 그 모든 것과 함께 모기도 많다. 오래 머물려면 모기약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사실 넋 놓고 있다가 순식간에 열 방 정도를 물리고야 알아차렸다. 심지어 마스크 쓴 얼굴까지 물렸다. 아마도 물과 식물이 있어서 모기도 극성인 모양이다.

옛 침전지에 물을 빼고 그 구조물을 그대로 둔 채 나무와 꽃을 심은 시간의 정원

옛 침전지에 물을 빼고 그 구조물을 그대로 둔 채 나무와 꽃을 심은 시간의 정원 ⓒ이선미

강바람 오가는 선유전망대는 그 자체로 분위기 좋은 카페다. 해가 기우는 시간이라 햇살도 조금은 유순해지고 선유교를 건너는 걸음도 편안했다. 선유도공원 건너편 양화한강공원의 장미꽃이 한껏 절정이었다.

무지개처럼 드리워진 선유교를 건너면 양화한강공원으로 이어진다.

무지개처럼 드리워진 선유교를 건너면 양화한강공원으로 이어진다. ⓒ이선미

너무 인파가 밀려들면 선유도의 한가한 전경이 흩어질 수 있지만 고요 속에 들어서면 너나없이 조금은 고요를 배우게 되는 법. 강바람을 맞으며 고요해지고 싶은 날, 신록의 위로가 필요한 날, 당산역이든 선유도역이든 발길 닿는 대로 선유도에 들어가 보자. 전철역에서도 갈 수 있지만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 정류장에 내리면 더 가깝다. 주차장은 장애인용 6대만 가능하다. 차를 가져간다면 양화한강공원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선유교에서 내려다보는 양화한강공원의 풍경이 평화롭다.

선유교에서 내려다보는 양화한강공원의 풍경이 평화롭다.

선유교에서 내려다보는 양화한강공원의 풍경이 평화롭다. ⓒ이선미

■ 선유도공원 안내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양화동)
○ 교통 :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 도보 12분, 지하철 2호선 당산역 13번 출구 도보 18분
○ 운영시간 : 매일 06:00-24:00
○ 홈페이지: http://parks.seoul.go.kr/seonyudo
○ 문의: 02-2631-9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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