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숨은 정원, 역사를 품은 ‘정동근린공원’

시민기자 김은주

Visit127 Date2020.06.11 14:00

덕수궁 돌담길에서 이어지는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에서 이어지는 정동길 ⓒ김은주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마주하는 ‘정동길’은 역사적 흔적과 마주하게 한다. 역사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몇 줄의 기록은 현실에서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며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기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동길을 걷던 중 구 러시아 공사관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표지판은 도심 속 숨겨져 있는 역사의 지시등 같다.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구 러시아공사관 표지판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구 러시아공사관 표지판 ⓒ김은주

이 곳, 러시아 공사관은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을 가진 곳이다. 공사관은 공사가 주재지에서 사무를 보는 공간이다. 미국공사관, 러시아공사관, 영국공사관, 프랑스공사관, 독일공사관, 벨기에영사관 등 구한말 정동 일대는 여러 공사관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 터만 존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구 러시아 공사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정동근린공원이었다. 정동 지역 거주자의 보건과 휴양, 정서 생활의 향상을 위해 조성된 정동근린공원 일대는 옛 러시아공사관의 부지였기에 공원 안에는 러시아공사관이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공원 산책과 함께 역사를 배워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중구에 있는 정동근린공원의 모습

중구에 있는 정동근린공원의 모습 ⓒ김은주

공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서양식 르네상스식 풍의 건물을 볼 수 있다. 마치 유럽의 어느 건물을 연상시켰던 구 러시아 공사관은 한국전쟁 때 파괴되었고, 지금은 3층 석탑만이 남아 이곳이 구 러시아 공사관이었음을 알려준다. 3층 석탑은 흰색 칠로 마감되어 복원되었으며 3층의 전망대에서는 서울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고 한다. 3층 석탑은 사적 제25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현재는 보수 공사 중이어서 천막에 가려져 있다.

보수 중인 구 러시아공사관의 3층 석탑

보수 중인 구 러시아공사관의 3층 석탑 ⓒ김은주

러시아 공사관이 우리의 역사책에 많은 부분 거론되었던 이유는 ‘아관파천’이라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을미사변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고 1년 후 다시 경운궁으로 옮길 때까지의 사건을 아관파천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아관이 러시아 공사관을 뜻한다.

때마침 공원 안에서는 아관을 떠나 경운궁에서 새롭게 시작된 역사였던 대한제국의 이야기인 ‘대한제국의 길 사진전-오얏꽃 핀 날들을 아시나요’가 전시 중이다. 전시 타이틀에 등장한 오얏꽃은 대한제국의 황실문장이었다.

대한제국의 길 사진전 '오얏꽃 핀 날들을 아시나요'

대한제국의 길 사진전 ‘오얏꽃 핀 날들을 아시나요’ ⓒ김은주

1897년부터 1910년 사이의 정동길의 주요 역사적 사진과 고종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로, 이곳이 주는 역사적 의미를 느껴볼 수 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일을 담당했던 환구단, 조선철도호텔, 근대화로 달라지는 한양의 모습, 최초의 전차 개통식 사진, 을사늑약 무효 선언서, 러일전쟁 사진, 만민공동회 모습, 헤이그특사, 안중근 의사 등 우리 근대사의 굵직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관람할 수 있다.

정동근린공원의 한 가운데 하얀 정자의 모습

정동근린공원의 한 가운데 하얀 정자의 모습 ⓒ김은주

정동근린공원의 중앙에는 이국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진 하얀 정자가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스타일의 정자이기에 특별하다. 그 안으로 들어가 3층 석탑을 바라보면 마치 액자 프레임에 담긴 정경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정동근린공원을 장식하는 조각상의 모습

정동근린공원을 장식하는 조각상의 모습 ⓒ김은주

이곳은 한국가톨릭수도원의 첫 자리인 정동수녀원이 있었던 곳이다. 네 명의 외국인 수녀들은 러시아공사관과 담을 맞댄 정동 한옥에 머물며 수도공동체 생활을 했던 이들의 흔적을 기록으로 만날 수 있다.

정동공원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은 ‘고종의 길’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공원과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120m의 이 짧은 길은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덕수궁을 오갈 때 사용한 길로 추정되며 58년 동안 일반인 통행의 제한이 되었던 길이기도 하다.

흔하지 않은 하얀 정자의 모습

흔하지 않은 하얀 정자의 모습 ⓒ김은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공원길 산책을 자주하게 된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기보다는 집 근처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산책길을 즐겨 걷는다. 서울 도심 속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공원은 달라진 일상 속 갑갑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특히 역사를 마주하며 그 중심에 있었던 정동근린공원이라서 더욱 그 매력이 더해졌다.

정동근린공원 (정동공원)
⊙ 위치 : 서울 중구 정동길 21-18
⊙ 교통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번 출구, 도보 9분,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도보 11분
⊙ 운영 시간
– 정동근린공원, 정동길 : 연중무휴 24시간 개방
– 고종의길 : 화~일요일 개방, 월요일 휴무
. 2~10월 09:00~18:00(입장 마감 17:30)
. 11~1월 09:00~17:30(입장 마감 17:00)
⊙ 홈페이지: https://www.junggu.seoul.kr/tour/content.do?cmsid=4869&contentId=3834
⊙ 문의 : 중구문화관광 02-3396-4114, 고종의길 02-771-9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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