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샛강역으로 ‘터키 여행’ 떠나볼까

시민기자 이선미

Visit293 Date2020.06.10 14:51

“터키의 수도는?”
“이스탄불!”
“땡”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에서 종종 나오는 질문이다.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다. 1,500년이 넘도록 비잔티움과 오스만투르크라는 두 거대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 수도를 옮긴 지가 이제 백 년 정도 되었다. 여의도 샛강역 3번 출구에 그 앙카라의 이름을 딴 ‘앙카라공원’이 있다.

여의도 샛강역 3번 출구를 나서면 앙카라공원으로 이어진다.

여의도 샛강역 3번 출구를 나서면 앙카라공원으로 이어진다. ⓒ이선미

알려진 것처럼 터키는 한국전쟁에 파병한 16개 나라 가운데 한 곳이다. 당시 자국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UN군 파병규모 4위로 참전해 좀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나라다. 터키사람들은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는 서울과 자매도시다. 1971년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기념으로 1977년 공원이 조성되었고, 앙카라에도 한국전에서 전사한 터키 장병들을 추모하는 한국공원을 조성했다. 필자는 터키를 여행하면서 하룻밤 앙카라에 묵었는데, 너무 늦은 시간에 앙카라에 들어가느라 이미 철문이 닫힌 공원 앞에 서서 잠시나마 묵념을 했었다.

터키 수도 앙카라에 있는 한국공원. 터키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불국사 석가탑 모양의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터키 수도 앙카라에 있는 한국공원. 터키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불국사 석가탑 모양의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이선미

1992년에는 앙카라공원에 터키 포도원 농가주택이 들어섰다. 앙카라시에서 직접 약 800여 점의 농기구와 생활용품, 민속공예품 등을 가져와 내부를 꾸몄다고 한다.

터키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앙카라공원 내 포도원 농가주택

터키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여의도 앙카라공원 내 포도원 농가주택 ⓒ이선미

한눈에 들어오는 공원 정경이 무척 편안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시민들이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서 쉬고 있고, 간단한 도구로 운동을 하고, 녹음 짙어가는 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1992년 지은 농가주택이 있었다. 고층 아파트 숲에서 뜬금없이 만나게 되는 환한 집이 문득 한적한 농촌의 정취를 풍기기도 했다. 평화로운 포도원 어디쯤의 일상처럼 시민들의 고즈넉한 오후가 지나가는 중이었다.

‘터키 전통 포도원 주택’이라는 푯말이 붙은 집 안으로 들어서니 농가주택 답게 곳곳에 자리한 농기구들 너머로 붉은 바탕에 초승달이 그려진 터키 국기가 있었다.

농가주택답게 농기구들이 곳곳에 자리한 입구

농가주택답게 농기구들이 곳곳에 자리한 입구 ⓒ이선미

1층은 주인가족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가장 먼저 기도실에 들어섰다. 카펫이 깔린 방에 쿠란이 펼쳐져 있었다. 터키는 1453년 오스만투르크가 옛 제국 비잔티움의 도시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해 1923년까지 이슬람 제국으로 존재했다. 이미 종이호랑이가 된 상태에서 제1차 세계대전 패전국이 되자 제국은 말 그대로 혼란 자체가 되고 말았다. 이때 전방위적인 개혁으로 터키를 근대국가로 이끈 사람이 무스타파 케말이었다. 당시 헌법에서 ‘국교’라는 조항을 삭제했지만 이슬람은 터키 사람들의 99%가 믿을 만큼 과거에 이어 현재의 일상에도 함께하는 종교다.

쿠란이 펼쳐진 기도실

쿠란이 펼쳐진 기도실 ⓒ이선미

2층으로 올라가면 접대용 공간들이 나온다. 온 집안에 화려한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놋쇠화로가 놓인 거실에 오후의 빛이 스며들어 정말 어느 집에 초대된 기분이었다.

놋쇠화로가 놓인 2층 거실

놋쇠화로가 놓인 2층 거실 ⓒ이선미

주인의 집무실에 들어서보았다. 테이블 너머 벽에 붙은 무스타파 아타튀르크 케말의 초상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아타튀르크란 이름은 ‘터키의 아버지’란 뜻으로 터키 국회에서 증정한 칭호라고 한다. 그만큼 그는 터키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심지어 형법에는 그를 모독하는 이에 대한 처벌조항들이 있고 터키 국기에 케말의 사진이 함께 그려진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랜 도시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 수도를 옮긴 것도 바로 그였다. 과거를 뛰어넘어 현재를 건설하겠다는 의지였다.

집주인의 집무실 벽에도 터키 사람들이 존경하는 아타튀르크 케말의 초상이 붙어 있다.

집주인의 집무실 벽에도 터키 사람들이 존경하는 아타튀르크 케말의 초상이 붙어 있다. ⓒ이선미

은세공 식기와 유리잔들, 벽에 걸린 장식품들이 옛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화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 가운데서도 귀한 전시품이 유리장식장 안에 들어 있었다.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결혼식이나 축제 때 입던 전통 의상이라고 하는데 현지에서도 꽤 귀한 유물이라고 전해진다.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결혼식이나 축제 때 입었다는 전통 의상도 진열장 안에 전시되어 있다.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결혼식이나 축제 때 입었다는 전통 의상도 진열장 안에 전시되어 있다. ⓒ이선미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터키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조금은 살펴볼 수 있었다. 그들이 매일 기도하는 방과 집무실, 세면실과 침실과 손님 접객을 위한 방 등 그들의 작은 생활사 박물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작은 응접실에는 터키 전통악기들도 놓여 있다.

화려한 카펫으로 장식된 작은 응접실 ⓒ이선미

 작은 응접실에는 터키 전통악기들도 놓여 있다.

응접실에는 터키 전통악기들도 놓여 있다. ⓒ이선미

전통적인 터키 주택은 1층보다 2층과 3층의 면적이 더 넓다. 유네스코문화유산 도시인 터키의 사프란볼루에는 이 전통가옥이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다.

터키의 전통주택은 1층보다 2, 3층의 면적이 더 넓다. 포도원 주택 앞 바닥에 앙카라파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터키의 전통주택은 1층보다 2, 3층의 면적이 더 넓다. 포도원 주택 앞 바닥에 앙카라파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선미

2009년에는 이 공원에서 영화 ‘아일라’의 주인공들이 60년 만에 다시 만나기도 했다. 한국전쟁 실존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 덕분에 터키인들은 우리나라를 한결 가깝게 느낀다고 한다. 전쟁의 참화 속에 피어난 이야기는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참전국들에 가장 먼저 마스크를 지원했다. 가장 어려울 때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은 것이다. 비록 힘겨운 전쟁 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게 맺게 된 인연이지만 터키는 그 자체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진 나라다. 해외여행은 더더욱 나서기 어려운 지금, 터키가 그리우면 잠시 여의도로 향해보면 어떨까. 시골마을 농가에 초대라도 받은 것처럼 소박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앙카라공원의 산책로에 봄날의 신록이 짙푸르다.

앙카라공원의 산책로에 봄날의 신록이 짙푸르다. ⓒ이선미

포도원 주택은 평소에 문이 닫혀 있다. 철문에 적힌 번호나 영등포구청 02-2670-3758으로 전화하면 관람할 수 있다. 앙카라공원은 서울관광재단에서 공원과 연계된 자전거길로 추천한 샛강생태공원과 이어진다. 봄빛 절정인 한강을 따라 씽씽 달려보는 것도 좋겠다.

■  여의도 앙카라공원(자매공원)
○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66 (여의도동)
○ 교통 : 지하철 9호선 샛강역 3번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
○ 앙카라하우스 관람 : 오전10시~오후 5시까지 개방(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은 휴관)
○ 이용가능시설 : 야외운동기구, 게이트볼장, 파고라, 음수대, 앙카라하우스, 화장실 등
○ 문의 및 안내 : 영등포구 푸른도시과 02-2670-3758 / 120다산콜센터
○ 홈페이지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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