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재부터 안산 봉수대까지 신나게 걸어볼까?

시민기자 염승화

Visit384 Date2020.06.05 11:33

남산, 안산, 아차산 등은 옛날의 주요 통신 수단인 봉수대(烽燧臺)가 있는 서울 지역의 산들이다. 전국에는 봉수대가 모두 650여 군데가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보존 및 복원되어 있는 산들은 몇 되지 않는다. 필자는 이중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을 찾았다.

안산은 꼭대기 높이가 296m쯤으로 야트막한 산이다. 하지만 봉원동, 연희동, 현저동, 홍제동 등 여러 동에 걸쳐 있을 만큼 산세가 넓고 숲이 울창한 청정지역이다. 봉수대가 있는 장소에 걸맞게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뛰어나고 경관이 좋다. 2013년엔 계단이 없는 이른바 ‘무장애 자락길’이 7㎞나 개통되어 이용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무악재 하늘다리 및 언덕 위에 서 있는 무악재 표석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껴 본다. 2020. 4월 촬영

무악재 하늘다리 및 언덕 위에 서 있는 무악재 표석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껴 본다 ©염승화 

산에 오르기에 앞서 안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무악재다. 안산을 무악이라고도 칭할 만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고개다. 안산과 인왕산 사이에 있으며 도심과 서대문구 외곽 지역을 남북으로 잇는다. 마침 산으로 진입이 가능한 길목이기도 해서 모처럼 고개를 밟아볼 생각으로 들머리를 이쪽으로 삼았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독립문역에서 내렸다. 5번 출구로 나와 곧장 6~7분쯤 걸으니 무악재에 도착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가 먼발치로 보이는 지점이다. 곧 다리 밑 둔덕에 세워져 있는 무악재 표석 앞에 이르렀다. 이 고개에서 조선 영조 임금이 부왕인 숙종을 모신 서삼릉(西三陵) 명릉(明陵)을 향해 그리워하며, 이름을 추모현(追慕峴)으로 붙여주었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안산과 인왕산을 잇는 가교이자 생태통로인 하늘다리가 무악재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안산과 인왕산을 잇는 가교이자 생태통로인 하늘다리가 무악재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염승화

하늘다리에서 바라본 서대문 방면

하늘다리에서 바라본 서대문 방면 ©염승화

진입로에 설치된 나무 계단을 조금 밟아 오르면 고개를 들어보던 다리가 나타난다. 무악재 하늘다리로 불리는 이 다리는 2017년 말 개설된 이래로, 오랜 기간 단절되어 있던 안산과 인왕산을 잇는 가교가 되었다. 두 산을 원스톱으로 이어주면서 자연스레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다리 중간쯤까지 터벅터벅 걸어간 필자는 하늘다리 위, 아래쪽으로 시선을 번갈아가며 서대문 방면으로 펼쳐지는 신록 무성한 풍광을 음미하듯 바라보았다.

음용에 적합한 약수터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음용에 적합한 약수터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염승화 

안산 기슭과 정상으로 오르내리는 길은 목재 데크가 깔린 자락길과 흙 덮힌 숲길로 이어지는 일반 등산로가 혼재되어 있다. 모두 다녀볼 요량으로 등산로를 통해 봉수대까지 올랐다가 하산할 때는 자락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갈림길에서 백암 약수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오솔길처럼 고즈넉한 이 길은 안산의 어느 곳보다도 운치가 뛰어 나기에 자주 이용하는 코스 중 하나다. 시원한 약수 한 모금을 마실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산중 곳곳에는 이 약수터를 포함해 마시기에 적합한 판정을 받은 약수터가 여럿이다. 

국수나무 등 각종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숲길

국수나무 등 각종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숲길 ©염승화 

호젓한 등산로가 나 있는 정상 부근의 암벽이 웅장하다

호젓한 등산로가 나 있는 정상 부근의 암벽이 웅장하다 ©염승화 

새소리가 한결 맑게 들리는 고요한 등산로 이곳저곳에서는 국수나무와 찔레나무 등 꽃나무가 무리를 지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에 취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숲속을 지났다. 40분 가량이 지났을까? 등줄기를 타고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흐르는 것을 느낄 즈음, 길은 커다란 암벽이 우뚝 솟아 있는 부근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사이로 난 길을 빠져나오자 봉수대가 서 있는 정상 앞 헬기 착륙장에 도달했다.

안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남산 방면 전망,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바라다 보인다

안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남산 방면 전망,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바라다 보인다 ©염승화 

정상에서 맞는 전망은 이미 정평이 나 있을 만큼 빼어나다. 낮은 물론이고 밤 풍경이 몹시 멋진 곳으로도 손꼽히는 핫 플레이스다. 산, 강, 숲, 성벽, 빌딩, 도로 등등 사방팔방으로 눈에 보이는 모습이 죄 다를 정도로 다양한 풍경을 조우하게 된다. 가깝게는 인왕산 줄기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무악동, 홍제동, 천연동 등의 아파트촌들이 한눈에 보였다. 멀리는 한강과 영등포, 강서 쪽 빌딩 숲과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 삼성산 등 산자락들이 가시권이다.

서울 정도 600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복원해 놓은 안산봉수대

서울 정도 600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복원해 놓은 안산봉수대 ©염승화 

독특한 모양새가 돋보이는 봉수대 내부 모습

독특한 모양새가 돋보이는 봉수대 내부 모습 ©염승화

모악동봉수대(母岳東烽燧臺)로도 불리는 안산 봉수대는 원래 동, 서 두 곳에 있었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동봉수대이고 서울시가 1994년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여 복원한 것이다. 서울시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다. 북쪽 지방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연기나 횃불로 올라온 신호는 이곳, 최종 도착지인 남산으로 이어졌다. 마치 산정 표석처럼 우뚝 서 있는 봉수대 사진을 몇 컷 찍으며 봉화가 막 피어오르는 상상을 잠시 해 보았다. 봉수대는 겉모양뿐 아니라 전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속 모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쉽게 터로만 남아 있을 적잖은 봉수대들이 앞으로 반드시 복원되기를 기대하며 발길을 자락길로 옮겨갔다.

메타세쿼이아 숲이 아름다운 안산자락길

메타세쿼이아 숲이 아름다운 안산자락길 ©염승화 

자락길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삼림이 온 산 가득 들어차 초록 물결을 치고 있던 구간이다. 메타세쿼이아와 전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이름 모를 외국의 아늑한 산지 속에 푹 파묻힌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걸음을 멈춘 채 연신 심호흡을 하며 푸른 숲의 마력에 빠지고야 말았다. 

무악재와 안산은 조선 건축 초 도읍지 선정과 관련해 공통점이 있다. 무악재는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자주 넘었기에 ‘무학재’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안산 남쪽은 하륜(河崙)이 도읍지로 추천했던 장소다.  맑고 깨끗한 자연뿐만 아니라 역사 의미가 잔뜩 베인 무악재와 안산 방문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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