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철길 '낭만 산책' 함께 갈래요?

시민기자 김재형

발행일 2020.06.04. 11:47

수정일 2020.06.05. 09:16

조회 8,961

과거 자가용이 귀하던 시절, 기차는 교통과 물류 이동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시대 철길과 그 주변의 우리 일상을 담은 흑백사진을 보면 왠지 모를 고향의 향수 같은 게 샘솟는다. 지금도 철길을 보면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떠오른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지만 시민들이 걷도록 조성된 옛 모습 그대로의 기찻길이 있다. 바로 구로구 오리로 1189에 위치한 항동철길이다.

구로구 항동철길에 가면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구로구 항동철길에 가면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김재형

구로 항동철길은 서울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이색 공간이다. 길이 4.5km에 달하는 이 철길은 1959년 새워져 구로구 오류동에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왕래했다. 이 길을 통해 비료 원료 및 생산물을 운송했다. 필자는 20~30대를 구로구 오류동에서 살았는데 주위에 이런 재미난 곳이 있는 건 미처 알지 못했다. 또한 4~5년 전에 방문한 항동철길과 최근에 다녀간 이곳은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항동철길은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는 것이 좋다. 7호선 천왕역 3번 출구로 나와서 5분 가량 걷는다. 길 건너 11시 방향에 항동철길이 보이면 그 길을 따라 쭉 걸어 들어가면 된다. 따로 주차장은 없지만 자가용을 이용하고 싶다면 인근 푸른 수목원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수목원에서 항동철길로 나오면 철길의 시작점은 아니어서 중간부터 시작해야 한다.

7호선 천왕역 3번 출구로 나와서 걷다 보면 철길을 만날 수 있다

7호선 천왕역 3번 출구로 나와서 걷다 보면 철길을 만날 수 있다 ©김재형

1단계로 주택가를 철길이 관통하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나무도 심어져 있다. 본인이 편한 길로 걸으면 될 듯싶다. 조금 걷다 보면 항동 철길을 안내하는 간판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진짜 철길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서울에서 기찻길을 타박타박 걷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철길 옆에는 산책 코스도 조성돼 있다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철길 옆에는 산책 코스도 조성돼 있다 ©김재형

2단계로 접어들면 풀들이 옹기종기 있어서 차근차근 풍경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 무심하게 난 풀들과 철로의 자갈을 밟으면서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과연 서울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다만 이곳을 갈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햇빛을 피할 곳이 없고 중간에 매점도 없다. 따라서 햇빛이 뜨거울 때는 양산을 지참하고 개인이 마실 음료는 챙겨갖고 가면 좋다. 산책 코스에는 별도의 휴지통이 없으니 개인 쓰레기는 스스로 챙기도록 하자.

타박타박 자갈을 밟으며 철길을 따라 걸어보자

타박타박 자갈을 밟으며 철길을 따라 걸어보자 ©김재형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근 주민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온 가족 등 제법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다. 철길의 자갈을 해치며 걷다 보니 체력 소모도 심해 운동효과도 큰 듯하다. 한참을 걷다 보면 중간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항동철길역'이라는 이름과 함께 옛 정취를 느끼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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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철길역 플랫폼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김재형

직선으로 조금 더 걷다 보면 오른쪽에는 푸른 수목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도 있다. 만약 철길을 걷다가 푸른 수목원으로 가는 것도 추천할만한 코스다. 필자는 철길을 걷는 재미에 빠져 계속 직진했다.

3단계 철로 일정 구간을 지나니 바로 옆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예전에는 자연 풍경이 있었던 것 같은데 대대적으로 택지개발을 한 영향인 듯 싶다. 예전보다는 시골스러움을 잃은 게 다소 아쉽다. 항동철길로 가기 위해 공사장을 지나, 중간은 숲, 말미에는 새로 들어선 아파트라니 일직선의 철로를 걷으며 삶의 다양한 모습을 스치는 느낌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옛날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옛날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김재형

특별한 관광 콘텐츠는 없지만 서울에서 철길을 걸어볼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어느덧 외부에도 알려지고 있어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출사족이라든지 이색 데이트를 원하는 연인들이 찾는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이기도 하다.

중간에 이정표를 보니 다양한 갈림길이 있다. 먼저 구로 올레길 산림형 2코스는 7호선 온수역으로 이어진다. 신영복 선생 추모공원과 더불어 숲길 등도 표시돼 있다. 철길을 걷다 지루해지면 중간에 구로 올레길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도시개발로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서울에서 그나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구로 항동철길은 뜻밖의 선물 같다. 

항동철길 
○ 위치 : 서울 구로구 오리로 1189
교통 : 7호선 천왕역 3번출구 도보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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