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혹은 신라? 서울 한복판 고분군의 정체는?

시민기자 최병용

발행일 2020.05.29. 09:13

수정일 2020.06.01. 09:53

조회 2,048

25년전쯤 아이들을 데리고 찾았다 잊고 있던 방이동 고분군을 다시 찾았다. 처음 갔던 그때도 '여기가 경주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울 한복판에 고분군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방이동 고분군은 1975년 잠실 신시가지 조성에 따라 6기의 고분이 최초 발굴 조사되어 1979년 사적 제270호 지정되었고, 1983년 서울시의 복원공사로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된 곳이다.

방이동 고분군 입구

방이동 고분군 입구 ⓒ최병용

방이동 일대의 낮은 능선을 따라 즐비하게 있던 무덤을 정비해, 현재 남아 있는 무덤은 서쪽 높은 지대의 4기와 동쪽 낮은 지대의 4기를 합쳐 총 8기이다. 제1호분과 제4호분 그리고 제6호분 등은 깬돌로 쌓은 궁륭식 천장의 굴식돌방무덤으로 백제 전기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궁륭식은 '네 벽을 모두 위로 올라 갈수록 안쪽으로 기울어지게 쌓아 폭을 좁힌 다음 맨 위에 큰 돌을 올려 천장으로 만든 방식'을 말한다.제5호분은 구덩이를 파고 안쪽에 돌을 쌓아 만든 구덩식 돌덧널무덤이다. 도시개발로 사라진 4,5호분을 제외하고 1호분부터 10호분까지 이름이 붙어 있다.
방이동 고분군 안내

방이동 고분군 안내 ⓒ최병용

아쉽게도 방이동 고분군은 발굴하기 전에 이미 도굴되어 유물이 많이 출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제6호분에서 회청색 굽다리 접시를 비롯한 전형적인 신라 토기들이 출토되어 신라 시대의 무덤으로 추측하기도 했지만, 한성백제지역이었던 서울 우면동, 하남 광암동, 성남 판교 등지에서 백제의 굴식돌방무덤이 잇따라 발견되어 이곳 고분군이 백제시대의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고지대에 있는 4개의 고분

고지대에 있는 4개의 고분 ⓒ최병용

반면에 낮은 지대에 있는 4호·5호·6호분 등에서 출토된 회청색경질토기인 굽다리접시는 전형적인 신라양식을 띠고 있고, 널길의 위치와 관대의 방향 등이 경주지역의 무덤들과 비슷해 이 무덤의 주인이 신라 사람들이라는 주장도 있다. 두가지 주장을 종합할 때 방이동고분은 백제와 신라간의 교류관계, 혹은 신라의 북진에 따른 한강유역 진출을 증명해 주는 유적지라고 추측이 가능하다.

저지대에 있는 4개의 고분

저지대에 있는 4개의 고분 ⓒ최병용

제1호 고분은 내부를 볼 수 있도록 개방형 문이 달려 있어 고분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들을 보니 25년 전에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역사 체험학습을 위해 찾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제1호 고분

제1호 고분 ⓒ최병용

제1호 고분은 구릉 비탈을 살짝 파낸 뒤 깬돌로 네모난 널방을 만들었고 맨 위에 큰 돌을 올려 천장을 만들었다. 널방은 남북 길이 3.1m, 동서 너비 2.5m, 높이 2.15m이며, 남벽 서쪽에 널길이 붙어 있다. 벽면에는 석회 또는 진흙을 바르고, 바닥에는 깬돌과 자갈을 깔았다.

방이동 1호 고분의 내부

방이동 1호 고분의 내부 ⓒ최병용

제3호 고분은 굴식돌방무덤으로 2017년 발굴 결과 봉분 높이는 최대 5m, 너비는 최대 17m로 거대한 규모이며, 봉분 하부 경계에는 호석(둘레돌)이 설치되어 있다. 널방, 널길, 무덤길로 된 구조로 널방은 다듬어진 석재를 이용해 벽을 쌓았고, 천장은 너비 2m의 큰 돌을 이용해 덮었다.

제3호 고분

제3호 고분 ⓒ최병용

제3호 고분은 발굴조사 당시 무덤 상부에서 도굴 구멍이 확인되어 도굴로 인해 출토유물이 적다. 널방 내부에서 치아를 비롯한 인골과 부서진 토기 파편 등을 수습하였는데 사진으로 고분 내부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어 고분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아주 유용한 곳이다.

제3호 고분 내부 발굴 당시 모습

제3호 고분 내부 발굴 당시 모습 ⓒ최병용

방이동 고분군에는 아기자기한 숲이 잘 조성되어 있다. 고분을 둘러보며 숲에서 나오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중간 중간 놓여진 벤치와 석재 의자에 앉아 쉬어 갈 수 있다.

방이동 고분군의 숲

방이동 고분군의 숲 ⓒ최병용

고분군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고분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아침, 저녁으로 인근 주민들이 운동 겸 휴식 삼아 찾는 아주 귀한 장소"라고 귀띰 해준다.

방이동 고분 숲길

방이동 고분 숲길 ⓒ최병용

고분 주변으로 잘 조성된 소나무 숲이 참 신묘하다. 소나무의 방향이 모두 고분을 향해 머리를 숙이듯이 휘어져 고분을 향하고 있다. 마치 고분에 안장된 높은 분을 향해 예를 표하는 모습이다.

복잡한 도심 속 역사적인 고분이 자리했다.

복잡한 도심 속 역사적인 고분이 자리했다. ⓒ최병용

고분에서 롯데월드 타워가 잘 보인다. 복잡한 서울 한복판 도심속의 역사적인 장소로 보존의 의미가 깊다.

뒤로 롯데타워가 펼쳐지는 방이동 고분

뒤로 롯데타워가 펼쳐지는 방이동 고분 ⓒ최병용

방이동 고분군 옆으로 사무실도 많이 있어 점심시간에는 식사 후 산책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낮에는 직장인이, 저녁에는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되는 도심속의 허파 같은 역할도 한다.

점심시간을 이용 고분을 찾아 산책을 즐긴다.

점심시간을 이용 고분을 찾아 산책을 즐긴다. ⓒ최병용

방이동 고분 화장실도 멋스러운 한옥 지붕으로 만들어져 고분과 잘 조화를 이룬다. 고분 입구에 주차장도 잘 조성되어 있어 차를 갖고 방문하기도 편하다.

방이동 고분 화장실

방이동 고분 화장실 ⓒ최병용

방이동 일대의 야트막한 구릉의 동남쪽 비탈에 조성된 고분군,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조상이 숨결이 느껴져 돌아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마치 서울 도심에서 경주 고분을 둘러보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방이동 고분군 안내
○ 소개 :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백제 초기의 무덤들로 추정되는 고분 8기가 조성되어 있는 곳
○ 위치 :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일대
○ 개방시간(하절기) : 06:00 - 20:00, 무료입장
○ 주차비 : 5분당 100원(평일 09:00-18:00/ 토요일 09:00-15:00)
○ 문의 : 02-214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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