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역사 탐방…풍납동 백제 토성 나들이

시민기자 염승화

Visit586 Date2020.05.29 13:31

서울은 조선의 500년 도읍지이기 훨씬 전에도 일국의 도읍지였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의 커다란 축이었던 백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 한강변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백제의 흔적을 찾아 나선 곳은 송파구 풍납동에 있는 서울 ‘풍납동 토성’이다.

풍납동 토성은 이른바 한성백제 시대로 불리는 백제 초기의 토성이다. 한강변 평지에 성을 쌓았으며 전체 규모가 약 3.5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한강 쪽에 접한 토성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유실되었으며 남아 있는 부분은 2.7km쯤이다. 이 유적은 하마터면 영원히 매몰될 뻔 했으나 1997년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에서 다수의 유물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발굴이 본격 추진되었다.

풍납근린공원 토성 입구를 지나는 동성벽 구간

풍납근린공원 토성 입구를 지나는 동성벽 구간 ⓒ염승화

풍납동토성(사적11호) 표석이 한강변 토성 앞에 세워져 있다

풍납동토성(사적11호) 표석이 한강변 토성 앞에 세워져 있다. ⓒ염승화

풍납동 토성은 지하철 5호선 천호역에서 접근이 수월하다. 걸어서 3분이면 토성을 마주할 수 있다. 곧 바람들이 동네인 풍납동을 상징하듯 풍차 조형물이 서 있는 토성 입구에 섰다. 이 구간의 토성은 한강 방면 큰길로 곧게 뻗어가는 축과 남쪽 풍납시장 방면으로 쌓여 있는 토성이 마치 쟁기 모양을 하고 있다. 우선 1km쯤 되는 토성 외곽을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토성을 끼고 나 있는 길을 따라 나섰다. 한강 쪽 토성 끄트머리쯤에서는 토성이 사적 제11호임을 나타내는 표석을 확인했다.

주택가에서 발견된 유적지를 보호하느라 공터로 보관중인 곳

주택가에서 발견된 유적지를 보호하느라 공터로 보관중인 곳 ⓒ염승화

수많은 유물이 발견된 경당지구 우물터와 전경이 아름답다.

수많은 유물이 발견된 경당지구 우물터와 전경이 아름답다. ⓒ염승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납시장 저잣거리부터는 토성 내부 구역이 죽 펼쳐진다. 그중에서는 주택 및 상가가 밀집된 골목을 빠져나가다가 드문드문 마주한 특이한 공간들이 인상 깊었다. 사유지를 보상 후 보호 관리 중인 공터인데 땅속에서 백제문화층이 확인된 곳들이다. 이에 비해 ‘경당지구’로 불리는 곳은 대형 건물지, 우물, 창고, 구덩이 등 규모가 큰 시설들과 유물들이 대거 발굴된 공간이다. 깔끔하게 공원으로 탈바꿈한 경당지구를 휘적휘적 돌아본 뒤 곧장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옮겼다.

백제문화공원에서 발굴된 동서남북도로가 교차되는 지점

백제문화공원에서 발굴된 동서남북도로가 교차되는 지점 ⓒ염승화

백제문화공원 입구 상징 조형물(그릇받침)과 내성벽

백제문화공원 입구 상징 조형물(그릇받침)과 내성벽 ⓒ염승화

경당지구에서 한강변 방향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 있는 풍납백제 문화공원은 경당 지구보다도 규모가 훨씬 크다. 유실된 서쪽 성벽(서성벽) 내측에 바투 붙어 있는 이곳에서는 4~5세기경에 조성된 도로와 유구지, 내성벽 등 수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발굴되었다. 특히 폭이 4m에 달할 만큼 널찍한 도로들이 동서와 남북으로 교차하는 형태로 깔린 점이 돋보인다. 그 도로를 가뿐하게 가로질러 강변 쪽에 있는 내성벽 위 전망대로 올랐다. 이리저리 바라보이는 곳 모두가 유적지인 공원을 음미하듯 훑어보는 맛이 쏠쏠하다.

거의 곧게 뻗어 있는 토성을 따라 걷는 맛이 쏠쏠하다.

거의 곧게 뻗어 있는 토성을 따라 걷는 맛이 쏠쏠하다. ⓒ염승화

도로가 지나는 부분의 토성 측면

도로가 지나는 부분의 토성 측면 ⓒ염승화

이윽고 풍납초등학교 앞을 지나 남쪽 성벽(남성벽)이 다시 시작되는 지점으로 나왔다. 남성벽은 올림픽대교 남단 강동대로 부근까지 1km 가량이 거의 곧게 뻗어 있다. 마치 초원지대를 보듯 푸른 잔디밭으로 덮인 평원 중앙으로 불룩 솟은 토성이 야트막한 언덕처럼 길게 이어진다. 토성을 따라 산책로를 걷는 동안 시선은 내내 토성에 꽂혀 있었다. 중간에 도로가 지나는 3군데서는 성이 잠시 끊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반면에 단면을 제대로 들여다 볼 기회와 매력으로 여겨져 빠짐없이 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올림픽대교 남단 쪽을 지나는 아늑한 토성 전경

올림픽대교 남단 쪽을 지나는 아늑한 토성 전경 ⓒ염승화

계단식으로 깎여 있고 천막으로 덮여 있는 발굴현장의 모습
계단식으로 깎여 있고 천막으로 덮여 있는 발굴현장의 모습 ©염승화

ㄷ자형으로 휘어지며 한강변 방향으로 500m쯤 더 뻗어가는 토성은 요즘 한창 진행 중인 ‘발굴 조사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마무리 된다. 철망 펜스 사이로 들여다 본 발굴 현장은 바로 ‘서성벽 12,900m² (약 3,900평) 구간이다. 전부 계단식으로 깎여 있고 푸른 천막으로 덮여있었다. 문화유적지라는 사실이 곧이곧대로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2018년 토성 외벽 구간이 추가로 발견된 바 있다. 없어져버린 서성벽 내외벽 등의 실체를 비로소 확인한 것이었다.

지난 봄에는 토성의 완전 복원과 해자 설치, 시민 체험 시설 마련 등을 골자로 한 ‘풍납동 토성 복원정비사업 실행계획’이 발표되어 기대를 한껏 키우고 있다.

서울 풍납동 토성은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백제 유적 몽촌토성과 연계하여 나들이 일정을 잡아도 좋다. 2000년 전 백제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자.

서울 풍납동 토성 관람 안내 
○ 위치 : 송파구 풍납동 72-1
○ 교통 : 지하철 5호선 천호역 10번 출구 > 약 120m(도보 약 3분) > 풍납동 토성 입구(풍납근린공원)
○ 운영 : 연중무휴
○ 입장료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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