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만화거리 걷다가 만난 '승룡이네집'

시민기자 김민채

발행일 2020.05.28. 10:13

수정일 2020.05.29. 09:11

조회 1,850

이곳은 골목길인가? 만화방인가? 골목길의 평범한 풍경도 색다르게,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곳이 있다. 만화 속 주인공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강풀만화거리'이다. 
성내동 강풀만화거리 골목 끄트머리 승룡이네집 2층에는 '승룡이만화방'이 있다. 

강풀만화거리 승룡이네집은 청년 작가들의 예술 창작소이자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이다

강풀만화거리 '승룡이네집'은 청년 작가들의 예술 창작소이자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이다 ⓒ김민채

강풀만화거리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웹툰의 효시라 불리는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시리즈와 성내동 주민들의 삶을 엮어서 만든 공공미술의 결과물이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만화 속 명장면들과 입체 조형물로 꾸며진 50여 점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벽화는 자원봉사자들, 학생들, 거주자들, 그리고 예술가들에 의해 그려졌으며, 60~70년대 도시 형성 초기에 지은 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성내동만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냈다. ​순정 만화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마음을 전하는 장면 등 소소하지만 정겨운 문구와 사물들로 마을 벽면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표현해 놓았다. 바닥에 그려진 노란 별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막다른 골목을 만날 일도 없고, 동선이 꼬일 걱정도 없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면 벽화 속, 사랑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며 추억을 남겨도 좋을 것 같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면 벽화 속, 사랑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며 추억을 남겨도 좋을 것 같다 ⓒ김민채

골목길에는 과거가 흐르고, 고즈넉함이 흐르고 추억이 흐른다. 이곳 만화거리는 시간이 멈춘 듯 추억을 소환하는 골목길이다. 파란 대문 집 앞에 서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놀자"를 외치면 대문을 열고 어릴 적 친구가 신이 나서 뛰어나올 것만 같다. 골목은 타임머신을 탄 듯 추억 속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필자는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을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추억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본다. 골목길 벽화 작품 '사랑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는 함께 사랑을 하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내용을 표현하고 있는데 어쩌면 노년에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일상 속 지나가는 사람들이 춤을 추는 동작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벽화 끝에는 또 누군가가 마음 전할 수 있는 자리가 그려져있다

<벽화 끝에는 또 누군가가 마음 전할 수 있는 자리가 그려져있다 ⓒ김민채

​화사한 핑크빛과 머플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꽃으로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화사한 핑크빛과 머플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꽃으로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김민채

코너에 그려진 벽화 작품 '고백'은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전하지 못해 서로 오해하기도 하고, 지켜보기만 했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진심을 전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아놓았다. 벽화 끝에서 누군가는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놓았던 마음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리라 생각해 본다.

또 다른 벽화 작품 '행복의 나라로'도 인상적이다. 새벽녘 낡은 오토바이로 동네 사람 모두를 깨우며 우유배달을 다니는 할아버지 만석이, 미소가 어여쁜 송씨 할머니와 어느 날 우연히 대화를 나누며 조심스레 설레는 사랑을 시작한다. 비록 한 계절 남짓 짧은 만남이지만 보잘것없이 그저 늙어만 가던 노인이 이제는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골목길 따라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골목 끝에 이르는데, 강동구 대표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승룡이네집'을 만나게 된다. ‘승룡이’는 강풀 작가의 만화 '바보'의 주인공 이름으로, 이 공간의 명칭은 주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입장 가능하며, 손소독과 발열 체크 후 방문대장을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입장 가능하며, 손소독과 발열 체크 후 방문대장을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 ⓒ김민채

승룡이만화방을 찾아오는 아이들

<승룡이만화방을 찾아오는 아이들 ⓒ김민채

'승룡이네집' 1층은 강풀만화거리 방문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카페 공간으로, 2층은 인기 웹툰, 그래픽 노블, 유명 만화, 추억의 만화 등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무료로 만화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승룡이 만화방'으로 구성돼있는데, 5,000여 권의 만화책이 빽빽하게 책꽂이를 채우고 있다. 3층에 마련된 작가 작업실은 청년 예술작가를 육성하고 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다. 옥탑은 소규모 공연 및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루프탑 카페로 꾸며져 있다.

'승룡이만화방'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

'승룡이만화방'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 ⓒ김민채

코로나19로 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되었지만, 지난 한해 1층 카페에서는 카페 운영자의 재능기부로 홈베이킹 수업이 진행되었고, 관내 중학생들의 직업체험을 위해 바리스타 수업도 진행되었다. ​2층 만화방에서는 만화 그리기, 어른을 위한 감상 글짓기, 시니어 인생 디자인, 캐릭터 디자인, 가죽 공예, 팝아트 초상화, 캐릭터 피규어 만들기 수업 등 매주 다양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승룡이네집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은 청년 입주자와 지역주민의 재능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1층 카페에서 팝아트 초상화를 그리는 주민들의 진지한 모습

1층 카페에서 팝아트 초상화를 그리는 주민들의 진지한 모습 ⓒ김민채

주민들이 서로의 고민과 함께 경험담을 나누며 감성 글짓기를 하고 있다

​주민들이 서로의 고민과 함께 경험담을 나누며 감성 글짓기를 하고 있다 ⓒ김민채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설사와 함께하는 강풀만화거리 수시투어, 우리마을 소극장,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의 운영이 중단됐지만 하루빨리 재개된다면 좋겠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승룡이만화방'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하고 만화방을 이용하면 된다. 가끔씩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식히고 싶다면, '승룡이만화방'에서 만화 속 세계로 빠져보는건 어떨까?

■ 승룡이네집
○ 위치 : 서울시 강동구 천호대로168가길 65-29
○ 운영시간 : 10:00~20:00
○ 휴관일 : 없음
○ 입장료 : 무료
○ 문의 : 02-470-1288 

(코로나19로 인해 방문시 마스크 착용 필수, 손소독과 발열체크 후 방문대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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