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 옛집' 툇마루에 앉아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
발행일 2020.05.25. 09:41
소박한 정취가 느껴지는 최순우 옛집 ⓒ정인선
최순우 옛집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로 유명한 혜곡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돌아가신 1984년까지 사셨던 곳이다. 1930년대 초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1976년 최순우 선생이 이사 오면서 선생의 안목으로 집안 곳곳을 꾸몄다. 이 집은 한때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2000년대 초, 성북동 일대에 다세대주택 건립 바람이 불면서 개발을 피해 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2002년 자발적인 시민들의 후원과 기증으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해서 보존되었다. 2004년 내셔널트러스트문화유산기금으로 발족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1호 “최순우 옛집”을 일반에게 개방했다.
최순우 선생의 친필 원고, 수집 엽서, 서화, 서적 등을 소장하여 해마다 특별 전시와 시민참여형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혜곡최순우기념관으로 서울시에 등록되었다.
최순우 옛집 중앙 정원 ⓒ정인선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 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을 의미한다. 한국에서의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90년대 초반, 지역에서 특정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보전을 위해 시민 성금 모금 형태로 초기의 운동이 이루어졌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출범 이후, 미래 세대를 위해 영구 보전할 수 있는 시민유산 확보를 위한 활동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내셔널트러스트법’ 제정 활동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최순우 옛집’, ‘동강 제장마을’, ‘나주 도래마을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 ‘연천 DMZ 일원 임야’,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 서식지’를 확보하여 시민유산으로 보전 관리하고 있다.
정갈함이 묻어나는 최순우 옛집 내부 ⓒ정인선
최순우 옛집 내부는 단아하고 정갈한 사랑방, 황금률이 적용된 쾌적한 비례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용자살 문살과 밀화 빛 장판, 정갈한 목가구와 백자로 방을 꾸며 놓았다. 최순우 선생은 1916년 ~ 1984년 본명은 희순, 호는 혜곡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이자 미술사학자이다. 평생 박물관인으로 살며 박물관 전시, 유물 수집과 보존처리, 조사, 연구는 물론 교육, 홍보, 박물관 외곽 단체의 활성화, 인재 양성 등에도 노력과 애정을 기울였다.
선생이 쓴 우리 문화에 대한 글 600여 편은 돌아가신 뒤 <최순우 전집(1~5)> 엮여 출판되었다. 이 사랑방에서 최순우 선생의 명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집필된 곳이다. 부엌으로 쓰던 공간에는 안경, 라디오, 사진기, 육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혼자서 둘러보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안내를 신청하면 활동가가 전반적인 최순우 옛집에 대한 설명과 행적도 소개해 준다. 소소한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어서 더 알찬 관람이 될 것이다.
전시실 내부 ⓒ정인선
상설프로그램으로 타자기 체험과 시전지 만들기, 꽃 체험지 등을 할 수 있다. ‘타자기 체험’은 선생이 남긴 글귀를 타자기로 써 보는 것이다. 타자기 사용 방법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이 편지나 시를 주고받을 때 사용한 종이인 시전기를 이용한 체험도 있다. 최순우 선생이 사용했던 시전지를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나눌 수 있다. ‘꽃 체험지’는 옛집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꽃들에 색을 입힐 수 있는 체험이다. 색칠하면서 꽃의 특징을 알아볼 수도 있다.
전시실에는 최순우 선생의 출판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정인선
<한국미의 순례자>,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혜곡 최순우>, <그가 있었기에 최순우를 그리면서> 등 그의 책을 누구나 읽을 수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최순우 선생의 전집에서 주옥같은 글을 추려내 엮은 단행본이다. 회화, 도자, 조각, 건축 등 한국 미술의 전 영역에 걸쳐 작품의 면면을 다듬어서 아름다움을 표현한 120여 편의 글이 실렸다. 이 책은 1994년 초판 출간 이래 50만 부가 나갔고, 오랜 세월 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미에 대한 안내서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정겨운 삶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지는 책으로 우리 문화유산들을 장르별로 묶어 그림과 함께 담백하게 해설하고 있다. 이미 보았던 책이라도 저자의 공간에서 다시 만나는 책은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잠시 시간을 내어서 읽어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최순우 옛집 뒷마당
뒷마당은 앉아서 하늘과 처마를 바라보면서 쉴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산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뒤뜰에서는 각종 강연도 열리고 소박한 찻집도 된다.
2020년 5월 19일부터 30일까지 최순우 옛집 시민축제도 진행한다. 수틀 콜라주 만들기, 클래식 기타 동아리 '한음' 공연, 현악4중주, 이야기로 만나는 혜곡 최순우 등이 진행된다. 6월 6일 오후 5시에는 작은 음악회 '음악이 꽃 피는 한옥'이 열린다. 유료 공연으로 사전 신청(02-3675-3401)을 받는다. 공연 수익금은 시민문화유산 최순우 옛집 보전 기금으로 쓰인다. 시민축제에 참여해서 마음의 위안과 여유도 얻고, 시민문화유산 지킴이 되어 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최순우 옛집에서 만난 이현주 활동가
현재 800여 명의 후원회원과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최순우 옛집을 보존하고 있다. 오늘 만난 이현주 활동가는 학교 전공이 불교 미술 쪽이라서 전공과 연계해서 문화재 문야에서 자원봉사할 곳을 찾다가 최순우 옛집에서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을 받고 도슨트 봉사도 하고, 시민문화유산 지킴이로써 문화재 공부도 되고, 시민들의 문화 활동에도 도움을 주고, 멋진 한옥 야외 공간에서 봉사를 하니까 봉사 겸 힐링이 되어서 좋다고 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문화유산 봉사는 사회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최순우 옛집에서는 전시, 음악회, 교육프로그램, 자원활동가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옥, 문화유산 보존·관리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활동가로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순우 옛집은 소박한 정원에 부담 없이 들어가 툇마루에 앉아 여유로운 한때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 최순우 옛집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5길 9
○ 운영시간 : 10:00 ~ 16: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일요일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choisunu.com
○ 문의 : 02-3675-3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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