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거리두기' 후 예배 현장 모습은?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0.05.25. 15:15

수정일 2020.09.01. 18:02

조회 1,456

요즘 지인들과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는 단연 ‘이태원 발 코로나 감염 확산’이다. 서울은 물론 거제, 제주도 등 지역 사회까지 확산되는 등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재택근무에서 현장근무로 자세를 전환했던 많은 기업들이 다시 재택근무를 고려하고 있고, 초·중·고등학생들의 경우에는 확정되었던 개학이 다시 연기되며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으로 분주했던 문화공연예술계 또한 발목이 잡혔다. 종교계는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기독교계의 경우 지난 5월 초 완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많은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재개하고 있다. 필자 역시 다니는 교회로부터 두 달만에 예배를 재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특이한 사항이 있다면 교회에 등록된 전 교인이 다 같이 드리는 예배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자로 공지된 내용에는 ‘부분적인 현장예배 재개’라는 말이 강조되어 있었다. 코로나 시국 속에서 조심스럽게 재개된 교회 예배 현장을 찾아가봤다.

모든 예배가 잠정 중단된지 두 달 만에 부분적인 현장 예배가 시작되었다.

모든 예배가 잠정 중단된지 두 달 만에 부분적인 현장 예배가 시작되었다. ⓒ강사랑

대학로에 자리하고 있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동숭교회. ‘오늘은 1, 3, 5 교구 예배드리는 날’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교회 마당에 서있다. 출입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임시 설치된 안내 부스가 눈에 띄었다. 교회 관계자들이 도착한 교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열을 체크하여 이상이 없는지 살피고, 이름과 해당 교구를 인증하는 등 여러모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발열 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를 바르는 교인

발열 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를 바르는 교인 ⓒ강사랑

“안녕하세요. 스마트 앱을 보여주시겠어요?” 미리 공지받은 대로 다운로드 한 앱을 담당자 앞에서 열어보였다. 이처럼 앱을 통해 신원을 인증을 받아야 교회 본당에 들어갈 수 있다.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은 교인들은 교적을 통해 확인을 받고, 따로 명부에 서명을 해야 출입이 허가되었다.

본인 인증을 마쳐야 교회 본당에 출입할 수 있다

본인 인증을 마쳐야 교회 본당에 출입할 수 있다. ⓒ강사랑

동숭교회 박건식 전도사는 “소속 교구에 따라 격주로 현장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이번 주일은 홀수 주일이라서 1부에서 3부 예배까지 홀수 교구가 참여하고,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짝수 교구에게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권장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예배는 부분적으로 재개되지만, 예배 이후 진행되는 모임은 아직 중단된 상태이다. 이에, 박 전도사는 "현재 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현장 예배이며, 예배 이후 모임의 재개 여부 및 확정 시일은 코로나 향방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아있는 교인들

서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아있는 교인들 ⓒ강사랑

본당 입구에서는 마스크 착용, 지정 좌석 앉기 등 안전한 예배를 위한 지침이 안내되고 있었다. 예배 당일 27도를 훌쩍 넘은 무더운 날씨. 아직은 본격적으로 냉방을 시작하지 않은 실내에서 답답한 마스크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본당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끈 것은 좌석에 부착된 파란색 스티커이다. 본당에 입장한 교인들은 이 스티커가 부착된 곳에만 착석할 수 있는데, 이는 정부의 거리두기 최소 지침인 1m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코로나 전염 방지를 위해 최대한 거리를 둔 결과 긴 좌석에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엇갈려 앉는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되었다. 성가대석에 앉은 성가대원들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정원보다 절반에 못 미치는 인원이 서로 간격을 유지하며 예배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교회를 섬기는 사역자들은 멀리서, 혹은 가까운 곳에서 예배 진행을 도우며 거리두기 예배 상황을 주시했다.

질서정연한 가운데 청년부 예배가 진행되었다.

질서정연한 가운데 청년부 예배가 진행되었다. ⓒ강사랑

약 1시간 30분에 걸친 공식 예배가 끝나고 교인들이 하나둘 본당을 나섰다. 흔한 악수도, 가벼운 포옹도 없었지만 현장에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결 밝은 표정들이었다. 무려 두 달만에 재개된 현장 예배에 혹시 불만이 없지는 않을까?

한 교인은 “아직 진행 중인 코로나 사태를 생각하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마스크 쓰기, 지정 좌석 앉기 같은 지침은 예상한 바여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숭교회에 11년째 출석 중인 또 다른 교인은 “부분적으로나마 현장 예배가 재개되어 반갑다”며 ”그동안 온라인 예배 생중계와 온라인 신앙 교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 예배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부분적인 현장 예배, 위생 수칙 지키기 등 종교 생활 속 거리두기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까.

부분적인 현장 예배, 위생 수칙 지키기 등 종교 생활 속 거리두기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까. ⓒ강사랑

동숭교회는 지난 2월 말,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따른 대응으로 모든 현장 예배를 잠정 중단해 왔다.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교회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온라인 생중계 예배를 비롯한 각종 비대면 온라인 프로그램이었다. 교인들은 교회에 가지 않고도 유튜브와 줌 어플을 이용해서 성경공부와 큐티 나눔에 참여하는 등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같은 비대면 문화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 삼아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교계 전체에 퍼져나가는 추세이다.

 '안전한 예배를 위해'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안전한 예배를 위해'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강사랑

코로나 시국 속에서 ‘막가파’식으로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소한의 지침을 준행하지 않는 예배는 언제라도 집단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태원 발 코로나 감염 확산을 두고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안전'이냐 '현장 회복'이냐를 두고 교회 내부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이다. 지난 행보를 돌이켜본다면, 동숭교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형 교회는 정부 지침을 충실하게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이 불편을 감수하며 코로나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해 한마음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전례없는 감염병 사태 앞에서 과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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