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만화발상지는 어디?

시민기자 최용수

Visit227 Date2020.05.19 10:09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보성사 터에 설치된 3인의 군상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보성사 터에 설치된 3인의 군상 ⓒ최용수

크고 작은 빌딩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룬 종로구 수송동에는 역사가 깊은 만큼, 숨겨진 이야기도 많다.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옛 보성사와 구한말의 대표적인 민족지 대한매일신보, 신흥무관학교의 후신인 신흥대학, 목은선생영당, 숙명학교 터 등이 자리했던 근대사의 현장이다.

한국만화, 여기서 시작하다 기념 조형물

근대 한국 최초의 만화가 실린 ‘대한민보’가 있던 자리를 기념하는 조형물 ⓒ최용수

수송동 51번지, 지금의 종로구청 동쪽 인근에 이색 조형물이 하나 서있다. 연미복 차림의 신사,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응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형물 하단에는 “한국 만화, 여기서 시작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곳이 ‘한국 만화의 발상지’임을 한눈에 알게 해준다. 근대 한국 최초의 만화가 실린 ‘대한민보’가 있던 바로 그 자리이다.

‘대한민보’는 일제식민지가 되기 직전인 1909년 6월 2일에 창간되었다. 암울한 시기 국권을 수호하고 친일단체인 일진회(一進會)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대한협회(사장 오세창)가 발행한 일간신문이다. 대한민보 창간호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 탄생하였다. 당시는 지금처럼 ‘만화’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전이라 만화를 ‘삽화’라고 불렀다. 

수송동 한국만화 발상지 조형물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와 대한민보 창간호 이야기

수송동 한국만화 발상지 조형물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와 대한민보 창간호 이야기 ⓒ최용수

수송동 한국만화 발상지 조형물에선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작가 이도영(1884~1933)의 첫 시사만화인 ‘삽화1’을 만날 수 있다. 한국 회화의 전통과 연결된 화풍에, 만화적 기호와 풍자적인 내용들이 잘 표현됐다.

“대국(大局)의 간형(肝衡) : 국내외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혼(韓魂)의 단취(團聚) : 한민족 정신을 하나로 모으고
민성(民聲)의 기관(機關) : 민중의 소리를 대변하는 기관으로
보도(報道)의 이채(異彩) : 다양한 보도를 하겠음”

연미복 신사 그림과 함께 「대한민보」의 머리글자를 따서 4행시처럼 쓴 만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삽화1’은 창간되는 대한민보의 정체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렇게 ‘삽화1’은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이자 최초의 시사만평이기도 하다.

뒤에서 바라본 한국만화 발상지 기념 조형물

뒤에서 바라본 한국만화 발상지 기념 조형물 ⓒ최용수

국권피탈로 1910년 8월 31일 폐간될 때까지 1년 3개월 동안 ‘대한민보’는 조선의 무능한 지배층과 친일관료들에 대한 비판과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였다. 국제 정세와 시사적인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논평을 하는 등 총 346점의 시사만평으로 삽화로 게재하였다. 

“이 산으로 가며 복국(復國),
져 산으로 가며 복국(復國), 복국(復國) 복국(復國), 복복국(復復國)” 

이도형의 삽화 ‘배우창곡도(俳優唱曲圖)’ 편에서 선보인 만평이다. 민요 새타령의 후렴구인 ‘뻐꾹’을 나라를 되찾자는 의미의 ‘복국(復國)’으로 바꾸었다. 삽화를 통해 일제의 침탈에 맞서서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렇게 당시의 삽화(만평)들은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담아내고 국권을 되찾으려는 풍자적 내용이 뛰어났다.

기념조형물 하단에 '한국만화, 여기서 시작하다'이 새겨져 있다

기념 조형물 하단에 ‘한국만화, 여기서 시작하다’라고 새겨져 있다 ⓒ최용수

서울의 중심 종로구 수송동, 빌딩 숲으로 변한 수송동을 지난다면 한 번쯤 만화 발상지 상징 조형물을 찾아보면 좋겠다. 현재 일상에서 즐기는 만화와 웹툰, 애니메이션의 뿌리가 이곳임을 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삽화로 표현된 당시 만화는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탄생한 기록물이다. 일본 만화, 웹툰, 애니메이션을 찾아 즐기는 것은 자유이지만 우리나라 만화의 탄생 역사만큼은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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