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무르익는 한양도성 낙산 탐방

시민기자 염승화

Visit353 Date2020.05.19 11:14

서울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쉬 오를 수 있는 명품 명산들이 여럿이다. 인왕산, 낙산, 남산, 북악산 등 서울 한복판을 사방에서 감싸듯 안고 있는 이른바 ‘내사산(內四山)’도 그렇다. 조금 걸었다 싶으면 땀이 송골송골 맺힐 만큼 계절이 무르익는 날 그중 하나인 ‘낙산’을 찾았다.

낙산은 인왕산과 동서로 마주보며 종로구와 성북구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생김새가 낙타의 등을 닮았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상이 약 124m로 그리 높지 않으나 경관이 수려하고 능선을 따라 서울한양도성이 놓이는 등 역사 의미가 깊은 곳이다. 반면에 일제 침탈과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상당 부분 훼손된 아픔 기억도 안고 있다. 지금처럼 녹지가 들어서고 성곽이 말끔히 복원된 것은 서울시의 공원 녹지 확충 5개년 계획(1996~2000)이 시행된 뒤이다.

숲이 우거지고 깔끔하게 닦여 있는 낙산 산책로

숲이 우거지고 깔끔하게 닦여 있는 낙산 산책로 ©염승화

규모가 방대하기에 낙산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필자는 종로구 동숭동 쪽을 들머리로 삼아 먼저 낙산공원을 살핀 뒤에 흥인지문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공원 입구로 향했다. 비탈이 제법 심한 길을 10분쯤 올라가니 드디어 공원 중앙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에는 낙산의 역사를 모아 놓은 낙산전시관이 있으나 코로나19로 아쉽게도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신록이 우거지고 각종 꽃들이 만발해 있는 산책로를 따라 전망포인트 3곳에 마련되어 있는 전망광장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조선 효종 임금과 나인 흥덕이와의 일화가 전해지는 흥덕이밭과 산책로

조선 효종 임금과 나인 흥덕이와의 일화가 전해지는 흥덕이밭과 산책로 ©염승화

전망광장으로 가기 전에는 아름다운 정자 낙산정과 조선 17대 임금 효종과 관련된 일화가 인구에 회자되는 조그마한 채마밭 ‘흥덕이밭’을 지난다. 이야기는 효종이 왕자 시절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곳에서 나인 흥덕이가 효종에게 채소를 가꾸어 김치를 담가드렸다. 귀국 후에도 효종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낙산 중턱 밭을 흥덕이에게 하사하고 김치를 담그도록 했고, 이에 ‘흥덕이밭’이라는 지명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제2전망광장에서 바라본 남산과 도심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제2 전망광장에서 바라본 남산과 도심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염승화

성 바깥으로 삼선동, 돈암동 일대 풍경이 펼쳐지는 낙산공원 성곽길 구간

성 바깥으로 삼선동, 돈암동 일대 풍경이 펼쳐지는 낙산공원 성곽길 구간 ©염승화

높낮이만 다를 뿐 어김없이 시야가 활짝 열린 전망광장에서는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조망을 맛보았다. 인왕산과 북악산 등 내사산의 나머지 산들을 포함해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 지점의 산책로는 서울한양도성의 성 안쪽 길인 내성순성길로도 연결된다.

성 안팎과 멀리 북한산 도봉산을 한꺼번에 마주할 수 있는 지점

성 안팎과 멀리 북한산 도봉산을 한꺼번에 마주할 수 있는 지점 ©염승화

성벽은 성북구 방면으로 혜화문까지 그리고 종로구 방면으로는 흥인지문 앞까지 쌓여 있다. 이 구간은 흔히 ‘낙산구간’으로 불리는 곳으로 길이는 2.1km쯤이다. 성벽에 바짝 붙어 선 채로 삼선동, 돈암동 일대 모습이 장관을 보이는 성 밖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듯 카메라에 담았다.

공원 놀이광장과 도성 암문이 보이는 5월의 풍경

공원 놀이광장과 도성 암문이 보이는 5월의 풍경 ©염승화

낙산정상 지점은 도로로 성벽이 끊겨있다.

낙산정상 지점은 도로로 성벽이 끊겨있다. ©염승화

낙산 정상 부근 놀이광장 옆을 지나는 성벽에는 암문이 있다. 바로 성 안팎으로 오가는 통로다. 얼른 성 밖으로 나갔다. 성벽이 웅장한 겉모습을 드러낸 채 쭉 뻗어 있는 장면을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내친 김에 외성순성길인 성곽역사탐방로로 내려선 뒤 낙산 정상까지 올랐다. 이 부분은 성벽이 잘려있기에 왠지 공허한 느낌이 들지만 그 단면을 통해 성벽의 구조를 짐작해 보는 공간으로도 판단된다. 제법 널찍한 도로가 나 있는 성벽과 성벽 사이는 자연스레 외성순성길과 내성순성길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이곳까지 올라온 마을버스가 산 밑 동네로 내려가기 전에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다.

고즈넉한 오솔길을 걷는 듯 분위기가 좋은 외성순성길길

고즈넉한 오솔길을 걷는 듯 분위기가 좋은 외성순성길길 ©염승화

여기서부터 목적지인 흥인지문까지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산꼭대기 부근의 내성순성길을 잠시 돌아본 뒤에는 곧장 외성순성길로 길을 다시 잡았다. 내려가는 도중에 나타나는 암문 두 곳을 통해서는 성 안쪽으로도 들어가 볼 요량이다.

이 구간의 외성순성길은 위용이 돋보였다. 특히 성벽 아래로 군데군데 기단이 쌓여 있는 부분은 고개를 한없이 들고 바라보아야 할 만큼 크고 높다. 그런데도 고즈넉한 오솔길을 걷는 듯한 고요한 분위기가 짙게 배어 있었다. 주택가가 인접해 있기에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내성순성길과는 달리 특이한 멋이 풍겼다.

세 번째로 만난 암문으로 들어가 보았다. 낙산성곽서길로 불리는 내성순성길은 성곽도로를 정비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낙산 꼭대기 부근에서 흥인지문 부근에 있는 한양도성박물관까지 약 1km에 이르는 도로 공사가 올해 11월 말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쯤 다시 찾아도 좋을 듯싶다.

한양도성에서 가장 많은 각자성석들을 만날 수 있는 흥인지문 앞 성벽

한양도성에서 가장 많은 각자성석들을 만날 수 있는 흥인지문 앞 성벽 ©염승화

좌우 앞뒤를 꼼꼼히 돌아보며 천천히 외성순성길을 걸었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지났을 무렵 눈앞에 목적지인 흥인지문이 보인다. 도로변 성벽에서는 쌓인 성돌 가운데 유난히 색이 바랜 부분이 보였다. 이름, 지명, 구간 등 축성과 관련된 글을 새겨 넣은 성돌, 각자성석(刻字城石)이다. 이곳에는 1706년에 성을 고쳐 쌓은 흔적들인 각자성석 13개가 일렬로 박혀 있다. 서울한양도성에서 발굴된 280여 개 중 가장 많은 성돌을 모아 놓은 곳이라고 한다.

흥인지문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일품이다.

흥인지문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일품이다. ©염승화

성벽 안쪽 경사면에 조성된 흥인지문공원으로 들어섰다. 흥인지문을 비롯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탁월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역시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풍광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공원과 도성을 한 번에 즐기며 서울 도심과 외곽에 걸친 풍광을 두루 만끽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청정지역 서울 낙산 방문을 권하고 싶다.

■ 낙산 및 한양도성 방문 안내 
○교통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약 600m(도보 약 10분) 낙산공원 중앙광장
– 지하철 1, 4호선 동대문역 1번 출구→약 1.1km (도보 약 20분) 낙산 정상
○ 문의 : 낙산공원 02-743-7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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