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 후 다녀온 서울역사박물관…예전과 다른 ‘감동’

시민기자 김윤경

Visit256 Date2020.05.18 12:30

서울시는 5월 6일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하며, 서울 공공 이용시설을 순차적으로 열었다. 생활방역이 되자,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전시가 있는 가까운 박물관이 떠올랐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감상을 하다가 직접 보는 현장 전시는 어떨지 궁금했다. 사전 예약을 해두고, 갑자기 이태원 집단 감염 소식에 고민을 했지만, 현재 거리두기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다녀오기로 했다.

서울시 공공이용시설이 순차적으로 개방해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았다. Ⓒ김윤경

서울역사박물관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 로 바뀐 후, 하루 3회 회당 40명에 한해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사전 예약한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은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박물관은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김윤경

박물관 앞에는 일부 미리 온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예약 시간보다 1분이라도 일찍 입장이 불가했고 퇴장은 자유로웠다. 정확히 예약했던 시간이 되자, 담당자는 사전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바닥에 일정 간격을 띄운 녹색 선에 차례로 서 달라고 말했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몇몇 사람들은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질서 있게 입장하며 체온 등을 확인했다.

질서 있게 입장하며 체온 등을 확인했다. Ⓒ김윤경

순서가 되자 비접촉 체온계로 열을 잰 후, 안내데스크로 갔다. 신분증을 보여준 뒤,  몸 상태와 인적사항 등 문진표를 작성한 후, 목에 거는 사전예약증을 받을 수 있었다.

사전 문진표를 쓰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에 예약증을 받았다.

사전 문진표를 쓰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에 예약증을 받았다. Ⓒ김윤경

우선 안심이 되는 건, 박물관 로비 일부와 1층 기획전시실만 개방하고, 카페나 상시전시실 등 다른 곳은 모두 닫아 동선이 짧았다.  또한 회 당 40명만 입장해 2시간 동안 둘러볼 수 있어서인지 박물관 내부가 붐비지 않았고 전시 외에 체험은 없었다. 또 사전예약을 했다면, 좀 늦게 도착해도 그 회차 시간 중에는 입장이 가능해 여럿이 마주칠 일이 적었다.

현재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총 3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전예약증을 걸고 먼저 로비에 마련한 작은 전시인 ‘사대문 안의 학교들’ 을 둘러봤다.

로비 전시 – ‘사대문 안의 학교들’

사대문 안의 학교들 전시 내부 Ⓒ김윤경

구경하는 시민들은 행동은 조심스러웠지만  오랜만의 전시 관람에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로비에 마련된 ‘사대문 안의 학교들’은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특별시중부교육지원청이 공동 주최한 전시로 우리나라 교육의 시작인 사대문 안의 유서 깊은 학교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관람하는 사람들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관람하는 사람들 Ⓒ김윤경

필자의 경우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 교육에 힘겨운 아이들 생각이 떠올랐는데, 일제 강점기에도 신식 학문에 대한 열망이 높아져 도시로 터를 옮겼다는 소리를 들으니 신기했다. 또한 전쟁 통에도 이어진 수업을 통해 강렬한 교육열이 예전부터 있었음을 실감했다. 과열된 중학교 입시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손 때 묻은 옛 학교 자료들이 정겹다.

손 때 묻은 옛 학교 자료들이 정겹다. Ⓒ김윤경

벽에는 ‘엿 먹어라’라는 말의 유래가 적혀있다. 이 말은 1965년 중학교 입학시험에 엿을 만드는 재료 문제가 출제돼, 답을 무즙이라고 적어 틀린 학생 부모들이 무즙에 디아스타아제가 들어있다고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결국 그들에게도 가산점을 주기로 하자,  이번에는 디아스타아제라고 정답을 적은 학생의 학부모들이 항의가 시작되었다. 결국  두 답을 모두 인정하게 됐고, 이에  화가 난 학부모들이 무즙으로 만든 엿을 들고 가 ‘엿 먹어라’라는 말을 써  그때부터 욕설처럼 사용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도 들어봤지만, 다시 들어도 재미있다. 이외에도 의화군 이강(의친왕)이 배재학당에 내린 글이나, 이화 학당 사진, 서울 광희초등학교 사진앨범 등 무척 흥미로운 자료들을 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로 들어가면  2가지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우선 ‘서울의 전차’를 먼저 보는 동선을 추천한다.

기획전시실 전시 – ‘서울의 전차’

기획전시실 '서울의 전차' 전시는 9월27일까지 진행된다

기획전시실 ‘서울의 전차’ 전시는 9월27일까지 진행된다. Ⓒ김윤경

기획전시실 왼편에서 만나는 ‘서울의 전차’는 1899년 돈의문에서 흥인지문까지 개통된 전차가 1968년 마지막 운행을 할 때까지 서울의 주요한 교통수단임을 알려준다. 서울역사박물관과 한국전력공사가 공동으로 120년 전의 전차 개통을 기념해 연 전시는 낯설지만, 옛 서울의 모습과 그 속을 누빈 전차를 만나게 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현장 전시관람을 보니 생동감이 넘쳤다

현장 전시관람을 보니 생동감이 넘쳤다.Ⓒ김윤경

시민들 스스로 2m 씩 떨어져 관람하는 모습

시민들 스스로 2m 씩 떨어져 관람하는 모습 Ⓒ김윤경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근대로의 질주▲궤도와 바퀴는 사람들의 발이 되고▲7년간 운행의 종료로 나뉜다. 시민들은 알아서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차분히 관람했다. 마스크를 찍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으나 대부분 조용했다. 전시에서 전차가 들어온 한성의 면모와 고종의 근대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전차가 산업 진흥이라는 당초 목표를 넘어 도시 경관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도 새로워진 틀을 수용하는 모습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전차' 전시 내부

‘서울의 전차’ 전시 내부 Ⓒ김윤경

‘궤도와 바퀴는 사람들의 발이 되고’에서는 4개였던 전차노선이 일제 강점기 말에는 16개로 늘어나 달라진 서울의 경관을 볼 수 있다. 궤도가 부실해 도성의 성벽이 훼손되는 아쉬움도 있지만, 사람들의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하면서 생활권이 넓어지고 생활이 다양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차와 버스 타고 가는 사랑의 하이킹 코스 지도

전차와 버스 타고 가는 사랑의 하이킹 코스 지도 Ⓒ김윤경

1930년대는 전차가 복잡해 사람들은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이 예사였다. 당시 경성 전기회사 제복과 경성 전차 버스 안내도 등이 볼 만하다. 또 전차와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랑의 하이킹 코스가 뚝섬 코스, 남산 코스, 경기감영 코스 등 다섯 가지로 구분돼, 당시의 달달한 연인의 모습들을 떠올려볼 수 있다. 1939년 1월 5일간 승객 조사를 통해 56만 4,869명이 이용했으며, 오전 8~9시와 오후 4~5시가 러시아워임을 알려주는 통계는 재미를 더한다.

전차에 관련한 전시가 흥미롭다.

전차에 관련한 전시가 흥미롭다. Ⓒ김윤경

서울시가 1968년 전차 운행을 중단하게 된 배경들도 알 수 있었다. 서울의 전차는 해방 이후 증가한 인구로 만원 전차 문제로 기능을 더 하지 못해 증편과 다른 수단으로 대체를 고민하다 70년 간의 운행 중단을 결정했다. 당시로선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드는 궤도 부설 및 버스 승객 증가로 최선의 선택이자 효과적인 방안이었다고 한다.

기획전시실 전시 –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 가 열리는 기획전시실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 가 열리는 기획전시실 Ⓒ김윤경

해방에서 4.19까지 서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전시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는 여러 생각을 던져준다. 우리나라의 여러 격동적인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문학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번 전시는 특히 6.25 한국전쟁 70주년과 4.19혁명 60주년을 맞이해 당시의 모습을 소설과 접목해 볼 수 있다.

인원 제한으로 한가한 모습의 전시실

인원 제한으로 한가한 모습의 전시실 Ⓒ김윤경

전시는 크게 6가지로 구분해 ▲해방을 맞은 서울의 모습▲한국전쟁 당시 점령과 수복의 반복되었던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전후 재건 복구된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군중의 함성으로 가득 찬 4.19혁명 전후의 서울▲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4.19와 5.16을 겪은 이후의 서울로 구분돼 있다.

박인환의 '어린 딸에게'

박인환의 ‘어린 딸에게’  Ⓒ김윤경

특히 추운 겨울에 뚜껑 없는 화차를 탄 피난 길에서 암담한 미래와  딸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을  담은 박인환의 ‘어린 딸에게’를 만나보자.  그 심경을 조금이나 헤아릴 수 있다. 또한 재미있게도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나온 서울 시민증을 볼 수 있다.

원조 받은 종이로 만든 교과서

원조 받은 종이로 만든 교과서 Ⓒ김윤경

전쟁 시 사용한 생활용품들

전쟁 시 사용한 생활용품들 Ⓒ김윤경

특히 문학과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직접 전시품을 보며 감흥이 남다를 것이니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하면 좋겠다. 여러 세대가 와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원조 받은 종이로 만든 교과서 등을 보며 당시를 겪은 세대는 옛 생각을 떠올릴 수 있고, 또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들은 옛 빨래통과 빨래판을 보며 이야기로만 듣던 물건을 실제 보며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

전시관에 마련된 전시품을 보며 자유부인을 떠올릴 수 있다. Ⓒ김윤경

전시를 보는 동안 1954년 서울의 물가도 눈길을 끌었다. 한 달 차비가 300환, 점심 값이 300환인 무렵 소설 ‘자유부인’ 주인공 오선영의 화교회 점심 한 끼의 회비가 1,000환, 미제 화장품 한 세트가 9,800환이라는 액수가 상당했다는 걸 알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전시에서 오발탄과 자유 부인은 영화로도 상영해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문학과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게 이처럼 소중한 지 예전에는 몰랐다

현장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게 이처럼 소중한 지 예전에는 몰랐다. Ⓒ김윤경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잠깐의 관람이었지만, 그동안 스트레스는 확 날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박물관은 달라지지 않고 우리를 기다린 듯 그대로 있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고 온 느낌이다. 예전에 전시를 볼 때 이렇게까지 깊게 감격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이러한 소소한 재미를 다시  잃고 싶지 않다. 나오면서 담당자에게 언제부터 정상운영을 하는 지 묻자, 담당자는 그렇길 바라지만 집단감염으로 다시 잠정적 폐쇄를 할 지 모른다고 했다. 새삼 아직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러워졌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한번 생각하면 좋겠다. 느리고  조심스럽더라도 오늘 만난 박물관 속 감격을 조금씩 이어가고 싶다.

박물관 온라인 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온라인 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역사박물관 

또한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밖으로 나오는 게 걱정된다면 온라인(https://museum.seoul.go.kr/www/NR_index.do?sso=ok)으로도 전시를 감상할 수 있으니 집에서 천천히 문화생활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서울역사박물관 사전예약 신청:https://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200504173712757413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 : https://museum.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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