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구름정원길 “구름 위를 걷듯 가뿐하게~”

시민기자 염승화

Visit494 Date2020.05.08 09:10

서울의 으뜸 청정지역 중 하나인 북한산은 등산로뿐만 아니라 산자락을 이어 조성해 놓은 ‘둘레길’이 잘 닦여 있다. 산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에 둘레길 전체 길이가 무려 71.5km에 달한다. 소나무숲길부터 우이령길까지 지역 및 주제별로 21개 구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은평구에 있는 제 8구간인 ‘구름정원길’을 찾아가 봤다.

 거대한 암벽 사이로 이어지는 구간이 풍광이 신선하다©염승화

거대한 암벽 사이로 이어지는 구간. 풍광이 신선하다©염승화

암벽을 끼고 이어지는 둘레길풍광이 장관이다. ©염승화

암벽을 끼고 이어지는 둘레길 풍경이 장관이다. ©염승화

구름정원길은 진관로 진관생태다리~불광동 북한산생태공원 사이 약 5.2km에 달하는 코스다. 

필자는 구간 코스를 모두 가볼 요량으로 지하철 3, 6호선 불광역에서 접근이 수월한 북한산생태공원을 들머리 지역으로 삼았다. 북한산 주봉우리 중 하나인 족두리봉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암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쪽이다. 암벽과 암벽 사이를 요리저리 헤치듯 나 있는 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초입부터 비탈과 굴곡이 제법 심한 코스가 계속된다. 산세가 험한 만큼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불광동, 녹번동 일대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하늘전망대 ©염승화

불광동, 녹번동 일대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하늘전망대 ©염승화

도심과 북한산 숲 등 수려한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명품 길 하늘다리©염승화

도심과 북한산 숲 등 수려한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명품길 하늘다리 ©염승화

수려한 풍광에 취해 30분쯤 흐르자 능선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시야가 훤히 트인 조망 명소 하늘전망대다. 불광동, 녹번동 일대가 한눈에 들여다보일 만큼 조망이 좋다. 곧 이어 나타난 하늘다리도 마찬가지다. 울창한 연둣빛 숲 위를 가로지르며 다리처럼 놓인 기다란 목재 데크에서 360도로 둘러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도시 풍경과 어우러져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안겨주었다. 둘레길 명칭이 ‘구름정원길’로 지어진 것은 필시 이곳에서 유래되었으리라 짐작해본다.

둘레길 연변에 기다랗게 군락을 이룬 채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죽단화(겹황매화) ©염승화

둘레길 연변에 기다랗게 군락을 이룬 채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죽단화(겹황매화) ©염승화

둘레길은 하늘전망대 이후로 완만한 오르내리막이 반복된다. 어디든 푸른 신록이 신선한 자연 속이다. 고즈넉한 그 길을 따라 하염없이 발길을 옮겼다. 숲길, 흙길, 돌길이 쉼 없이 이어졌다. 곳곳에서 죽단화, 팥배나무꽃, 철쭉, 복사꽃, 조팝나무꽃, 겹벚나무꽃, 애기똥풀 등 각종 풀꽃 나무들을 만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평지에서는 이미 시들거나 다 떨어졌을 복사꽃, 조팝나무꽃을 산중에서 해후하는 맛이 은근히 쏠쏠했다. 군락을 이룬 채로 길가에 길게 늘어선 죽단화 노란 물결은 그 모습을 사진기에 담으며 한참을 머물게 할 정도로 눈길을 꼭 붙들어 매었다.

신이 깊고 야생동물이 산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해준 멧돼지포획틀 ©염승화

산이 깊고 야생동물이 산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해준 멧돼지 포획틀 ©염승화

멧돼지 포획틀과 설치 안내문이 담긴 현수막을 맞닥뜨린 일도 인상 깊었다. 산이 깊고 숲이 우거져 야생 동물들이 북한산에 터를 잡고 산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들었지만, 크게 인식하지 못했었다. 막상 포획틀을 마주하고 나니 비로소 멧돼지가 산다는 게 실감 나듯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흙속에 반쯤 묻혀 있는 채로 누워 있는 특이한 문석인 ©염승화

흙 속에 반쯤 묻혀 있는 채로 누워 있는 특이한 문석인 ©염승화

둘레길을 절반가량 지났을 때 야트막한 언덕에서 문신 형상의 석물을 한 점을 마주했다. 흔히 무덤 앞에 세우는 문석인이 여느 석물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흙 속에 반쯤 묻힌 채로 누워 있었다. 주위가 조용한 탓인지 왜인지 모르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 문석인은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이나 줄로 펜스를 쳐 놓아 최소한의 훼손을 막고 있었다.

비봉능선의 위용넘치는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염승화

비봉능선의 위용 넘치는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염승화

북한산 둘레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위용 넘치는 산봉우리들과 그 줄기를 바라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향로봉, 비봉, 족두리봉 등 북한산 비봉 능선을 이루는 산줄기가 훤히 보이는 포인트를 두 곳쯤 지났다. 기자촌 전망대와 기자촌 배수지 앞이 그곳이다. 잔뜩 무르익은 북한산의 봄이 있는 그대로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다.

조선시대 옛 묘역을 만나는 묘미가 있다

조선시대 옛 묘역을 만나는 묘미가 있다. ©염승화

목적지를 1km 정도 남겨 둔 곳에서 발견한 옛 묘역은 조촐한듯했지만 호기심을 일으켰다. 그리 크지 않은 묘비, 상석, 문석인이 각 1개씩 놓여 있는 이 묘역의 주인공은 조선 내시부의 상약(尙藥) 신공(申公)이다. 신공이 환관 중 약을 다루는 종3품 관직(상약)을 지냈고 1673년(인조 15)에 세워진 사실을 비문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무덤은 망실되었는지 온데간데 없으나 조선시대 다양한 계층의 묘제 연구에 쓰일 소중한 유물로 평가된다고 한다.

북한산 둘레길 제8구간과 9구갼 경계에 있는 화의군 이영 묘역 ©염승화

북한산 둘레길 제8구간과 9구간 경계에 있는 화의군 이영 묘역 ©염승화

마침내 구름정원길이 끝나고 9구간인 마실길이 시작되는 길목에는 화의군 이영(李瓔)의 묘역이 있다.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인 화의군은 1455년 단종 임금의 복위에 적극 가담한 의로운 위인으로 전해진다. 앞서 본 환관의 묘와 비교가 되는 왕실 묘이다. 서울시 기념물 제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아름다운 5월 자연과 벗 삼아 가뿐히 걷기에 딱 좋은 곳, 이름도 길도 곱고 아름다운 구름정원길 탐방을 권하고 싶다.

북한산 둘레길 구름정원길 탐방
○ 교통
– 지하철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약 850m 도보 후 북한산생태공원 상단 도착 (도보 12분)
– 지하철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길 맞은편 7022, 7211번 버스→환승독박골 하차 (도보 7분)
○ 운영: 연중무휴 (입장료 없음)
○ 문의: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02-900-8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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