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베토벤의 운명' 온라인 공연 중계 현장을 가다
발행일 2020.05.04. 09:38
“따따따단~~따따따단~~”
첫 음절부터 빠르고 강렬하다.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라고 말했던가! 그래서 베토벤 교향곡 제 5번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작곡가로서 큰 시련을 겪고 있었다. 30대 중반에 불과한 그는 청각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또한 프랑스대혁명 이후 등장한 나폴레옹 장군의 군대가 오스트리아 빈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운명교향곡'이 탄생했다.
필자가 초등학교 때였다. 그때 TV를 틀면 오디오를 광고하는 배경음악으로 베토벤의 ‘운명’ 첫 음절이 나왔다. 그래서 곡명은 몰라도 첫 음절은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다 나중에 그게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울시향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 ⓒ서울시립교향악단
4월 24일(금)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3월 베토벤 교향곡 제 3번 ‘영웅’에 이어 이번엔 베토벤 교향곡 제 5번 ‘운명’을 공연할 예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애초에 계획했던 3, 4월 공연 일정은 취소되었다. 이번 공연 또한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한다. 무관중 온라인 공연이어도 공연을 라이브로 중계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작업에 필요한 인원이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롯데콘서트홀 입구 ⓒ윤혜숙
서울시향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담당자에게 요청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객석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4월 24일(금) 오후 4시 롯데월드몰 8층에 있는 롯데콘서트홀에 도착했다. 두 달여 공연을 하지 않는 터라 8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오늘은 예외였다.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 직원이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윤혜숙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공연장에 도착한 것은 입장하기 전 롯데콘서트홀 측에서 명단 확인과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서였다. 마스크를 쓴 우리 일행은 2층 오른쪽 객석에 널찍이 떨어져 앉았다. 공연 중에 사진을 촬영하지 않고 박수를 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다.
공연 직전의 무대 모습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시각인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무대는 서울시향 단원들로 채워졌다. 저마다 악기를 튜닝하면서 음을 맞추고 있었다. 물론 그럴 때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조화롭지 않아서 그저 빽빽거린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5시 정각에 지휘를 맡은 윌슨 응이 등장했다. 윌슨 응이 지휘봉을 든 채 단원들 쪽으로 몸을 구부리고 있다. 순간 정적이 흐른다. 그러다 윌슨 응이 지휘봉을 든 팔을 올리자마자 “따따따단~~따따따단~~”하는 소리가 일시에 터져 나왔다. 윌슨 응의 지휘에 따라 서울시향 단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빠르게 경쾌한 곡의 흐름이 이어졌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연주하는 서울시향 ⓒ서울시립교향악단
한 악장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단원들이 악보를 넘기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가 싶더니 바로 다음 악장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무관중 온라인 공연에 충실해야한다는 생각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은 1악장에서 시련과 고뇌가, 2악장에서 다시 찾은 평온함이, 3악장에서 쉼 없는 열정이, 4악장에서 도달한 자의 환희가 느껴진다. 시련과 고뇌를 극복한 자가 느낄 수 있는 환희로 끝을 낸다. 베토벤의 생애도 그러했다. 청각을 상실한 채 망연자실했던 그는 마침내 자신의 가혹한 운명을 딛고 불멸의 곡을 남겼다.
앙코르곡을 소개하는 부지휘자 윌슨 응 ⓒ서울시립교향악단
그리고 앙코르곡으로 하이든의 교향곡 제 102번 4악장을 연주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예정되었던 정기공연 첫 연주 프로그램이었다. 초연 당시 무대의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기적’이라는 부제가 붙은 곡이다.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은 베토벤에게 영감을 준 작곡가다. 객석의 반응이 없어서 예상외로 공연이 빨리 끝났다.
공연이 끝난 직후 대기실에서 윌슨 응을 만나다 ⓒ윤혜숙
공연이 끝나고 서울시향 서포터즈 일행은 무대 뒤 대기실로 가서 방금 연주를 마친 서울시향의 부지휘자 윌슨 응을 만났다. 공연 중에 윌슨 응은 악보 없이 지휘를 했다. 그는 운명교향곡을 외우고 있었다. 홍콩 출신인 그는 영어로 얘기했지만, 방금 공연했던 운명교향곡을 향한 그의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공연에 앞서 “올해는 운명에 굴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운명에 맞섰던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해”라며 “베토벤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때 얼마나 큰 힘을 지닐 수 있는지를 온 인류에게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베토벤 운명교향곡 악보를 보여주는 윌슨 응 ⓒ윤혜숙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한편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춰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를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다. 서울시향은 지난 3월 베토벤의 제3번 영웅교향곡에 이어 이번에 제5번 운명교향곡을 연주하면서 한창 힘들어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고난에 빠진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창작활동에 몰입했던 베토벤처럼 지금 우리에게 닥친 고난을 끝내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향 베토벤 제 5번 운명교향곡 다시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dPn_uaOaj5g&t=263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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