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만난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4.28. 09:38

수정일 2020.04.28. 14:15

조회 6,210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 3인의 공통점을 아는가? 프랑스 화가이자 작품활동을 하며 ‘몽마르뜨 언덕’을 거쳐갔다는 점이다. 파리의 지형은 대부분 평지로 되어 있어서 높은 산이 거의 없다. 몽마르뜨는 해발고도 129m에 이르는 언덕이다. 과거엔 파리의 시민들은 센 강 근처에 거주했다. 식수로 사용할 물을 구하기 쉬웠던 까닭이다. 대신 가파른 몽마르뜨 언덕에는 파리로 모여든 가난한 예술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그런 몽마르뜨가 이제는 전 세계 관광객들의 명소로 거듭났다. 여전히 그곳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고 광장 및 길거리가 갤러리처럼 볼거리가 많다.

몽마르뜨 공원으로 가는 길

몽마르뜨 공원으로 가는 길 ⓒ윤혜숙

대한민국 서울에도 몽마르뜨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몽마르뜨 공원’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서초동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오른쪽에 돌계단이 나타난다. 돌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니 이번엔 나무계단이 나오고 산길이 이어진다. 산길을 올라가니 구릉지에 아담한 공원이 있다. 이곳이 바로 몽마르뜨 공원이다.

원래 이곳은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진 야산이었다. 동네 뒷산쯤 됐겠다. 지난 2000년 도시 공사를 하면서 서초구는 서울시와 협의해서 이곳에 몽마르뜨 공원을 조성했다. 왜 하필 생뚱맞은 몽마르뜨 공원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그런데 이 공원이 위치한 곳을 알면 답이 나온다. 이 곳은 서울시내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래마을이다.

서초구의 상징기준점 표석

서초구의 상징기준점 표석 ⓒ윤혜숙

몽마르뜨 공원을 느릿느릿 걸으면서 구경을 해봤다. 서초구의 상징기준점 표석이 있다. 세계측지계 도입에 따라 GPS 측량으로 설치한 측량기준점이다. 세계측지계란 지구 중심에 원점을 둔 타원체상의 좌표계로 세계 공통으로 쓰일 수 있는 좌표계이다.

몽마르뜨 공원에 있는 시

몽마르뜨 공원에 있는 시 ⓒ윤혜숙

류근조 시인이 쓴 ‘몽마르뜨 언덕’이라는 시가 있다. 시의 마지막 연 일부를 옮겨본다.

유장하고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과,
즐비한 서울의 명소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누구나 여기 이곳에 오면
어려움 속에서도 같이 살아가는 기쁨에
마음은 항상 하늘 높이 날아올라
즐거이 노래하고 비상하는
한 마리 노고지리가 되는가.

여기에 화답하듯 프랑시스 잠이 쓴 ‘순박한 아내를 가지기 위한 기도’라는 시가 있다. 제목이 ‘순박한 아내를 만나기 위한 기도’로 바뀌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활동했던 르느아루의 작품과 3인의 화가들

몽마르뜨 언덕에서 활동했던 르느아루의 작품과 3인의 화가들 ⓒ윤혜숙

공원에는 몽마르뜨 언덕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여럿 보인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부지발의 무도회’를 형상화한 조각상이 있다. 르누아르는 남녀가 서로 껴안고 춤추는 무도회 장면을 여럿 그림으로 남긴 화가로, 조각상을 보자마자 그가 떠오른다. 맞은편에 몽마르뜨 언덕을 거쳐 간 몽마르뜨의 화가들 고흐, 고갱, 피카소의 조각상이 나란히 있다. 화가 조각상 사이에는 걸터앉아서 사진을 찍는 포토존도 있다.

공원의 한가운데는 시계탑을 중심으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잔디밭이 있다. 추운 겨울을 거친 뒤여서 잔디가 듬성듬성하다. 그래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면서 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생각보다 넓은 이 잔디밭에선 축구나 야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를 해도 좋겠다.

몽마르뜨 공원의 중앙 잔디밭

몽마르뜨 공원의 중앙 잔디밭 ⓒ윤혜숙

늦은 오후 강아지를 끌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도 공원 곳곳에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화단에 핀 꽃들도 구경했다. 공원을 벗어나 아래로 내려오니 둘레길이 시작된다.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처음에 발을 내딛었던 돌계단을 다시 만난다.

몽마르뜨 공원 둘레길에서 만난 정자와 연못

몽마르뜨 공원 둘레길에서 만난 정자와 연못 ⓒ윤혜숙

둘레길 중간에 정자가 있다. 몽마르뜨 공원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정자가 있다는 것은 분명 근처에 연못이 있음직하다. 예상이 적중했다. 정자 바로 옆에서 작은 연못을 찾았다.

아래서 올려다 본 누에 모습의 육교

아래서 올려다 본 누에다리 육교 ⓒ윤혜숙 

다시 몽마르뜨 공원 입구로 돌아오니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는 누에다리가 떡하니 자리했다. 4차선 도로를 아래에 두고 건너갈 수 있으니 육교인 셈인데 재미있게도 누에의 모습을 형상화해서 만들었다. 멀리서 올려다보니 정말 누에가 꿈틀거리면서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누에다리를 건너기 전 소원을 들어주는 누에의 형상도 있으니 마음 속 소원 한 가지씩 빌어보는 건 어떨까.

서래마을의 초입에 있는 몽마르뜨 공원에 가니 도심을 벗어난 듯 기분이 상쾌해졌다. 동네 야산 같은 공원이지만 사시사철 꽃과 나무를 감상하고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주변에 사는 프랑스인들은 이 공원에서 잠시 고국의 명소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 파리의 몽마르뜨 보다는 아담한 곳이지만 이국적인 풍경을 간직해 서래마을과 함께 서울의 명소로 자리매김하리라 기대한다.

■ 몽마르뜨공원 안내
○ 위치 :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 교통 :  2호선 서초역 6번출구 도보 9분, 3호선 7호선 고속터미널 5번 출구 도보 9분, 마을버스 서초13, 서초21 이용 국립중앙도서관 하차 후 도보 2분
○ 운영 : 연중무휴
○ 문의 : 02-2155-6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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