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여행’의 아름다운 릴레이 선행 눈길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4.23. 14:40

수정일 2020.04.23. 17:25

조회 2,102

‘착한여행’으로 가는 길은 가팔랐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니 작은 간판이 보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팬데믹 상황이다. 공항이 폐쇄되었고 하늘길이 닫혔다. 지금 항공 업계와 여행 업계는 잠정 휴업 상태다. “폐업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가뜩이나 어려운 가운데 릴레이 선행을 베풀고 있는 여행사가 있어서 찾아가보았다. 이름처럼 착한여행사다.

언덕길에 착한여행이 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이 있다 ⓒ윤혜숙

릴레이 선행의 시작은 이랬다. 지난 2월 말이었다. ‘착한여행’의 여행상품을 이용했던 여러 고객들이 '착한여행' 직원들에게 힘내라면서 간식과 마스크를 보내주었다. 여행사 사정이 어렵다고 해도 고객들에게 받기만 하니 미안했다. 그때 직원 한 명이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대구, 경북의 의료진들을 도와주자라고 말이다.

대구에 있는 국군대구병원은 국가거점병원이지만 다른 병원들에 비해 열악했다. 지원품이 부족한 곳이어서 뭐가 더 필요한지를 확인했다. ‘착한여행’에 근무하는 총 8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60만 원을 모금했다. 모금액으로 국군대구병원의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과일, 커피 등의 간식과 면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의 의료용품을 구입했다. 기증절차에 따라서 정해진 날짜에 맞춰서 물품을 보냈다.

1차 국군대구병원에 보낼 물품을 포장하는 직원들, 사진제공=착한여행

국군대구병원에 보낼 물품을 포장하는 '착한여행' 직원들 ⓒ착한여행

‘착한여행’을 이용했던 고객들 중에서 이러한 기부 사실을 알고 동참 의사를 밝혀온 이들이 있었다. 20여 명의 고객들이 모금에 참여해서 총 100만 원이 모였다. ‘착한여행’이 있는 관악구 내 보육원 두 곳이 물 티슈를 필요로 한다고 해서 100박스를 기부했다. 물티슈 업체도 ‘착한여행’의 취지를 알고 물티슈를 저렴하게 판매했다.

‘착한여행’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착한여행’은 1365자원봉사인증기관으로 등록되어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관악구자원봉사센터에서 면 마스크 만들기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착한여행’ 김영희 실장과 직원들은 기꺼이 면 마스크를 제작하는 자원봉사에 동참했다.

봉사센터에서 보내준 안내문을 보고 마스크를 만들어 보았지만 처음엔 많이 서툴렀다. 김영희 실장과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다 같이 만들어본 뒤 각자 집에서 만들어 왔다. 원래는 1인당 4개를 만들어서 그 중 1개는 본인이 가지는 것이었다. 직원 5명이 총 20개를 만들었고 그 중 완성품 18개를 보냈다. 관악구내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전달한다고 했다.

2차 관악구 관내 보육원에 물품을 전달하는 직원들, 사진 제공=착한여행

관악구 관내 보육원에 물품을 전달하는 '착한여행' 직원들 ⓒ착한여행

‘착한여행’은 이름 그대로 착한여행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착한여행이란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현지인들에게도 유익을 주는 여행을 뜻한다. 여행을 즐기기만 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현지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환경 보존을 추구하는 여행 태도까지 포함한다. 다른 말로는 ‘공정여행’이라고 한다. 이 여행은 1980년대에 일부 선진국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처음으로 착한여행을 주제로 한 여행상품이 생겼다.

최근 ‘착한’이란 이름을 내건 기업 및 제품 홍보가 많아졌다. 그런데 ‘착한여행’의 ‘착한’이 물건처럼 가격을 뜻하는 건 아니다. 상호를 지은 대표의 가치 철학에서 나왔다. 여행상품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여행사, 여행자, 현지 관광지다. 과거엔 어느 한 쪽이 이익을 보면 어느 한 쪽이 손해를 보는 식이었다. 그런데 착한여행은 모두가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익과 결과를 나눈다.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지녀야 할 태도가 있다. 여행지 숙소나 식당에서의 매너, 현지인을 대할 때의 태도 등을 준수할 수 있도록 여행지침서에 녹여낸다. 여행지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대중교통, 에코숙소 등을 이용한다. 물론 착한여행의 가치 철학에 부응하는 현지의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한때 베네치아의 수질오염, 북촌한옥마을의 사생활 침해 등으로 지역 주민들이 여행객이 찾아오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착한여행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착한여행의 가치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던 고객들이 착한여행을 다녀온 후엔 정말로 좋아한다.

'착한여행' 사무실에 비치된 안내문

>'착한여행' 사무실에 비치된 안내문 ⓒ윤혜숙

착한여행은 지난 1월이 여행객을 보낸 마지막 여행이었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이 재개되었을 때를 대비해 여행지에서의 안전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현지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현지에서의 처리 절차, 현지 병원 정보 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착한여행은 여행지에서의 응급상황 발생 시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어서 고객의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서 여행자에게 손소독제, 마스크, 알코올 등이 든 트래블 키트를 보낼 예정이다. 또한 공정여행의 가치와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담은 신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착한여행' 입구의 간판

'착한여행' 입구의 간판 ⓒ윤혜숙

김영희 실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착한여행’이 지금껏 선행 릴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고객들이 동참해줘서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김 실장은 “고객들이 사무실로 간식과 마스크를 보내주면서 선행 릴레이가 시작되었다”면서 고객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착한여행사와 착한 고객들이 펼친 선행 릴레이 소식에 잠시나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힘내자 대한민국!

착한여행 홈페이지 : http://www.goodtravel.kr/
착한여행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copas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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