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 도깨비시장이 떠들썩한 이유는?

시민기자 강사랑

Visit206 Date2020.04.16 11:41

“여보세요, 시민기자님이시죠? 지금 도깨비시장에 봉사 단체 사람들이 왔어요!” 

늦은 점심을 먹고 있던 차, 제보를 전해 듣자마자 카메라를 둘러매고 뛰쳐나갔다. 목적지는 방학동 도깨비시장. 흔한 동네 전통시장이지만 물건이 좋고 싸기로 유명해서 타지인들도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구호봉사 단체가 이웃들에게 나눔 할 식자재를 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 요즘, 동네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강사랑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선 시장 안에서, 단체명이 박힌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떡집에서 갓 만들어진 떡을 상자째 구매하는가 하면, 건너편 반찬가게에서 오이김치, 우엉조림 등 갖가지 반찬들을 구매하느라 분주했다. 가게 한곳을 정해서 대량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장을 보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듯 익숙하게 시장 곳곳을 누볐다. 푸줏간, 잡화점, 채소가게, 과일가게… 

발 빠른 그들을 겨우 뒤따라 도착한 곳은 방학동 도깨비시장 고객지원센터 안마당. 그곳에는 약 100여 개의 나눔 키트가 열 맞추어 진열되어 있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 고객지원센터

방학동 도깨비시장 고객지원센터 ⓒ강사랑

고객지원센터 안마당이 오랜만에 시끌시끌하다

고객지원센터 안마당이 오랜만에 시끌시끌하다 ⓒ강사랑

“나눔 키트는 어디에 전달되나요?” “기초생활수급, 차상위 같은 저소득층 사례 대상자 가정입니다.” 도봉구청 복지정책과에서 나온 통합사례관리사(백정희 님)가 명단을 말했다. 

도깨비시장 고객지원센터 카페에는 이미 서른 명이 넘는 사례 대상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 할머니를 모시고 온 중학생 손자 등 가구별 모습 또한 다양했다. 안마당에서는 ‘노란 조끼’ 선남선녀들이 나눔 키트를 만들며 빠진 물품은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이번 행사에 소요되는 재정은 모두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에서 지원했다.

정성이 가득 담긴 나눔 식품들

정성이 가득 담긴 나눔 식품들 ⓒ강사랑

재활용할 수 있는 리빙박스에 담긴 식품들은 기대 이상으로 알차고 질이 좋았다. 돼지고기를 비롯하여 떡과 라면, 반찬, 고추장, 채소와 딸기, 참외 등 신선한 먹거리들로 가득 차있다.  부족한 식품을 추가로 구매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직접 나서는 한편, 시장 곳곳에서 배달 주문을 시킨 식품들도 현장에 속속히 도착했다. 한 키트 당 소요되는 금액은 7~8만 원가량이지만 거기에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정성이 들어있었다. 

서울 노원구 광염교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봉사자는 이번 행사가 도봉구 방학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공릉동 시장 등 서울 내 주요 재래시장을 돌면서 장을 보고, 인근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나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재래시장 상권도 살리고, 어려운 이웃들도 돕는 것이 행사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특별히 봉사자로 나서게 된 연유를 묻자 그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부활절이잖아요. 비록 어려운 때이지만 이웃들과 함께 기쁜 소식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나눔 식품 증정식이 진행되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나눔 식품 증정식이 진행되었다 ⓒ강사랑

모든 키트가 완성되자 대기 중이었던 사례 대상자들이 안마당에 줄을 섰다. 구청 복지정책과에서 미리 연락을 받고 나온 터라 장바구니 캐리어 등을 빠짐없이 준비한 모습이었다. 나눔 식품 증정식은 질서 정연한 가운데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명단을 통해 신원 확인을 거친 다음 가구마다 키트 상자가 하나씩 주어졌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은 분위기였다.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 현장에 직접 나올 수 없는 경우에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전달한다.

“어려운 때에 귀한 나눔을 해주시니 감사하죠.” 나눔 키트를 받고 귀가하는 시민 ⓒ강사랑

코로나19가 장기화에 접어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봄비같이 시원한 나눔 행사를 직접 보고나니 행복해졌다. 혐오와 좌절의 정서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며 극복 의지를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 사랑과 나눔의 방향은 더욱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 코로나19 앞에서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달픈 이웃들에게, 단순히 일용할 양식이 아닌, 날마다 샘솟는 사랑의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 방학동 도깨비시장
○ 소개 : 도봉구를 대표하는 재래시장. 울금이 대표적이며 약 100여 개에 달하는 상점들이 모여있다. 주차장, 지원센터, 배송센터 등 고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대형마트 휴무일에는 상점마다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 위치 : 서울시 도당로 85-7
○ 홈페이지 : https://bhdokkaebi.modoo.at/
○ 문의 : 02-954-1225 

▶ 더 많은 서울 뉴스 보기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하기
▶ 내 이웃이 전하는 ‘시민기자 뉴스’ 보기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